코나EV, 잇따른 화재로 리콜 조치'K배터리' 안전성-신뢰 추락 우려중 CATL-미 테슬라-EU 추격 가속도
  • ▲ 대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발생한 코나EV 화재. ⓒ연합뉴스
    ▲ 대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발생한 코나EV 화재. ⓒ연합뉴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한국 배터리업계가 겹악재에 직면하게 됐다. 최근 현대자동차 전기차 코나(코나EV) 화재 사고 논란으로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미지 저하가 우려된다.

    게다가 정부를 등에 업은 중국 CATL은 호시탐탐 국내 업체들의 지위를 노리고 있으며 전기차 강자 테슬라, 유럽연합(EU)의 배터리 독립선언 등도 악재로 꼽힌다.

    12일 시장분석업체 SNL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LG화학을 제치고 올해 8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26.1%)를 차지했다. 8월 배터리 사용량은 CATL이 2.8GWh로, LG화학 2.4GWh를 앞선다.

    CATL이 월간 점유율 1위로 다시 올라선 것은 6개월 만이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중국 전기차 시장이 정상화하며 CATL 배터리 사용량이 확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LG화학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것은 상반기 코로나19로 중국 전기차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라며 "7월 이후 중국 시장이 회복되면서 두 업체의 점유율 차이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8월까지 누적 점유율은 LG화학이 24.6%(사용량 15.8GWh)로 1위를 유지했다. 또 삼성SDI 6.3%(4위), SK이노베이션 4.2%(6위)도 상위권을 지켰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3사의 점유율은 모두 35.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중국 시장 회복세를 고려하면 CATL이 누적 점유율 1위까지 탈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경쟁국 업체들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모습이다.

    에너지시장 조사업체 블룸버그NEF(BNEF)는 "중국이 올해 안에 전기차 배터리 공급량에서 한국과 일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NEF는 △셀 제조능력 △원자재 확보 △규제·인프라 △최종 수요 등으로 나눠 각국의 경쟁력을 비교했다.

    LG화학 등 한국 업체들은 기술력과 셀 제조 능력에서 중국에 앞서지만, 나머지 부문에서 모두 뒤졌다. 특히 한국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양극재를 70% 이상 중국에서 수입하는 등 원자재 확보 측면에서 중국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정부의 막강한 지원도 등에 업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폐지할 예정이던 전기차 보조금을 2022년까지 연장했고, 농촌 지역에도 전기차를 적극 보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 코나EV 화재 논란이 중국에서 '먹잇감'이 되고 있다. 앞서 5월과 8월에는 CATL 배터리를 탑재한 중국 완성차 '아이온S'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의 배터리 기술격차가 지적된 바 있는데, 최근 코나EV 화재 논란이 커지자 '배터리 안전성은 한국도 마찬가지'라는 논조의 보도가 현지에서 다수 나오고 있다.

    실제 코나EV 화재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달 초부터 11일까지 중국 관영방송인 중국중앙(CC)TV, 신화통신 등 현지 매체들은 "코나EV 결함 신고 중 80%가 배터리 관련이다" "중국향(向) 코나EV는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등 사건을 상세히 보도하며 "한국에서 전기차 아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최근 코나EV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셀 불량 가능성을 지목하자 배터리업계는 당황하고 있다.

    LG화학은 8일 국토부 발표 이후 즉각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토부가 발표했다"며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한 재연 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원인이 배터리 셀 불량이라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셀, 배터리관리시스템, 냉각시스템 등 여러 장치와 시스템이 장착되기 때문에 화재 원인을 단순히 배터리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 ▲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LG화학
    ▲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LG화학
    이번 사태가 단순히 현대차나 LG화학에만 악재가 아닌 전기차 생태계 전체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배터리 업계는 지난해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 논란의 트라우마를 호소한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이어 발생한 ESS 화재사고에 대해 정부 주도 원인조사위원회가 지난해 6월 1차 발표 때는 관리부실 등 외부 요인이 더 주요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ESS 화재가 추가로 발생했고, 올해 초 2차 발표 때는 배터리 이상을 지목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배터리 이상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책임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ESS 화재 논란이 벌이진 ESS를 포함한 산업 전반이 그야말로 혼수상태에 빠져야 했는데, 이번 코나EV 화재 논란이 비슷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 사태도 ESS 화재 사태 때처럼 책임공방이 장기화하며 업계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타국 업체들과 경쟁이 치열해져 집중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한국 업체의 신뢰도나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긴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배터리 과잉공급 상태가 도래할 수 있다는 점도 배터리 업체들에 부담 요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판매보다 배터리 공급이 더 빠르게 늘어 2025년이면 공급이 수요를 두 배 가까이 초과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게다가 한국의 '안방 시장'이나 다름없던 유럽도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K배터리' 추격에 나섰고 '전기차 원탑' 테슬라는 배터리 업체 인수에 나서며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3사가 주도적인 지위를 가진 현재의 배터리 시장에 지각변동을 맞는 것은 시간문제로 풀이된다.

    외신 등에 따르면 스웨덴 배터리업체 노스볼트는 최근 펀딩을 통해 6억유로를 유치했다. 펀딩에는 독일 완성차업체 폭스바겐도 참여했다. 노스볼트는 이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유럽 내 배터리 생산량을 연 150GWh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 노스볼트는 LG화학, 삼성SDI 인력도 대거 영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테슬라는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조달하는 수직계열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 배터리업체 ATW오토메이션 인수에 나선 것이 단적인 예다.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실제 테슬라는 지난달 '배터리데이'에서 자체 배터리 생산량을 2022년까지 연간 100GWh로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LG화학의 올해 목포 생산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배터리 화재의 경우 규명 기간이 길 뿐만 아니라 완성차 입장에서는 일단 리스크가 발생하면 경쟁사 제품으로의 교체도 가능하다"며 "K배터리 3사가 잘 나간다고는 하지만, 해외 배터리 업체들에 완성차 업체들까지 가세하며 배터리 시장이 그야말로 무한경쟁으로 가고 있어 한시도 안심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