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컬러강판·전기로 박판열연 매각 추진 중동국제강 포항2후판-KG동부제철 전기로 매각 수년째 제자리코로나 장기화에 원매자 찾기 어려워, 부담 가중
  • ▲ 현대제철 순천공장ⓒ뉴데일리
    ▲ 현대제철 순천공장ⓒ뉴데일리

    국내 철강업계에 설비 매각이 잇따르고 있다. 업황 회복이 더딘 가운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산업마저 침체되자 수익성이 악화된 사업을 정리하고 나섰다.

    이제 관심은 매각의 성사 여부에 쏠린다. KG동부제철의 전기로 등 일부 설비는 수년째 매각이 표류하고 있어, 자산 처분이 국내 철강업계의 또 다른 숙제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이달 초 순천공장 컬러강판 라인을 폐쇄하고 설비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6월 중순부터는 전기로 박판열연 공장 가동을 멈추고 설비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현대제철은 두 사업에서 매년 영업손실을 내고 있었다. 실제 컬러강판 사업부는 지난 2016년 300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2017년과 2018년에도 각각 100억원, 2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러던 중 코로나19로 수요침체까지 겪자 결국 사업을 접기로 판단했다. 

    지속되는 적자에 설비를 매각하기로 했지만, 지금과 같은 업황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동국제강, KG동부제철 등 일부 철강사들은 수년째 설비 매각을 진행 중이지만, 여태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동국제강 구조조정의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포항 2후판 설비 매각은 5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 2011년 연산 100만톤 규모의 1후판 공장을 폐쇄하고 해외에 매각했다. 2015년에는 연산 190만톤 규모의 2후판 공장도 폐쇄하고 지금껏 매각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결실을 거두지는 못했다. 매각가격을 놓고 원매자와 큰 이견을 보인 탓이다. 여기에는 조선업황 부진으로 수요가 크게 줄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 ▲ ⓒKG동부제철
    ▲ ⓒKG동부제철
    KG동부제철의 전기로 열연 매각 또한 비슷한 상황이다.

    충남 당진공장의 전기로는 옛 동부제철이 원료 자립을 목적으로 2009년 7월 준공했다. 전세계적인 철강 공급과잉으로 2014년부터 가동을 멈춘 상태다.

    KG그룹이 인수하기 전 동부제철은 2017년 10월 이란 카베스틸과 1200억원에 전기로를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투자금의 10분의 1 정도로 낮은 가격에 매각한다는 비판과 이란 경제제재 시행 등으로 채권단 협의 결과 부결됐다.

    KG동부제철은 올해 1분기까지 우선협상자인 LNS네트웍스와 본계약을 체결하려 했으나, 이 역시 실패하며 현재 또 다른 원매자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이들 설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 관측한다. 이를 예상한 현대제철은 전기로 열연박판 일부 설비의 경우 고철로 처리한다는 안을 세우기도 했다.

    최근 5년새 굵직한 설비가 매각 대상에 올랐지만 성과를 낸 곳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포스코는 지난 7월 23일 광양제철소 하이밀 전기로와 CEM(압축연속주조압연설비) 설비를 플랜트 철거기업 대산이엔지산업건설에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341억원이었다.

    설비 가동을 중단한 채 오랜기간 방치한다면 철강사 입장에선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하나둘씩 이어지는 자산매각에 업계 안팎에서 우려섞인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업황에서 설비를 매각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수익성 악화에 설비 가동을 중단하긴 했는데 설비 매각이란 또 다른 난제에 철강사들이 골머리를 앓는 형국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