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감사원, 일감몰아주기 척결에 칼 빼들어…은행권 긴장부당거래 지적에도 일부 행우회, 수의계약 통한 은행사업 운영 한은‧산은 행우회, 출자기업 청산…은행권 전체로 확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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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이 자사 임직원들의 친목과 상호부조 목적으로 설립한 행우회가 출자한 자회사에 여전히 일감을 몰아주는것으로 나타났다.

    수년째 국회 국정감사와 감사원 등에서 지적을 받았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어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을 비롯한 일부 지방은행들이 자사 행우회가 출자한 자회사에 은행의 경비, 인력파견 등 부설사업을 맡기고 있다.

    행우회가 출자한 기업들은 경비와 인력파견부터 물류배송, 인쇄, 은행 내 커피숍이나 판매점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며 은행으로부터 일감을 받고 있었다.

    은행권 중에서는 우리은행 행우회가 100% 출자한 윈피앤에스의 규모와 수익이 가장 컸다. 

    윈피앤에스는 지난해 10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거뒀는데 그중 40억원을 직원들에게 배당했다. 윈피앤에스는 우리은행의 시설관리와 함께 파견‧경비‧인쇄‧건설업부터 임대업과 부동산개발까지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신한은행 행우회가 100% 출자한 신한서브도 지난해 당기순이익 12억원 중 2억3000만원을 배당금으로 지출했다. 신한서브는 콜센터를 비롯한 리서치‧모니터링‧교육사업을 하고 있는데 신한은행과 일부 수의계약을 맺고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출자한 자회사 두레시닝을 운영중인데 지난해 9억2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내고, 4억2000만원을 행우회에 배당했다.

    두레시닝은 쇼핑몰과 물류 부동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건물을 보유해 임대수익도 거두고 있다.

    하나은행 행우회는 옛 외환은행 행우회가 출자한 외향산업도 보유 중이다. 하나은행과 하나카드 콜센터 상담원 관리를 하고 있는데 하나은행 행우회와 통합을 위한 청산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은행 행우회가 출자해 인력파견‧용역경비업을 수행하는 KDR한국기업서비스도 기업은행과 일부 수의계약을 통한 부수업무를 맡고 있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대구은행 행우회가 출자한 대경TMS가 대구은행의 각종 사무지원과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남은행 행우회는 경은시스템, 광주은행은 광은비즈니스, 전북은행은 전은산업을 출자업체로 두고 은행의 부수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은행들이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행우회에 일을 맡기면서 공정한 입찰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행우회 본연의 목적을 넘어 과도한 특혜와 수익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지난 2018년 한국은행 감사에서 한국은행 행우회 자회사인 서원기업과 한은의 수의계약을 지적한 바 있다. 서원기업은 은행 내 커피숍과 화폐박물관 뮤지엄샵 판매용역업체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미래에셋그룹의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를 이유로 미래에셋에 과징금 44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와 감사원 감사, 국감 등에서 수년째 은행과 행우회 자회사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지적과 개선을 요구해왔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 행우회에서 출자회사를 매각하거나 청산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생기는 추세다.

    감사원으로부터 일감몰아주기 지적을 받은 한국은행 행우회 출자업체 서원기업은 현재 청산절차를 진행 중이다. 산업은행 역시 행우회가 출자한 두레비즈의 청산을 진행중이며, KB국민은행은 지난 2015년 행우회 출자회사인 NS한마음을 지분을 매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행우회 자회사에 수의계약을 해오던 은행권 관행이 이어지면 부당한 내부거래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시장 경쟁질서를 침해하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선책 마련과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