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전망 하회 … AI 인프라 부담 우려 현실화엔비디아까지 흔들 … AI 모멘텀 신뢰도 시험대창업자 돈방석 앉았지만 … 성장 기대감 찬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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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캘리포니아의 오라클 사옥. 출처=AFPⓒ연합뉴스
월가가 경계해온 'AI 인프라 부담' 우려가 결국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오라클이 기대에 못 미친 매출을 발표하며 시간외거래에서 10% 넘게 급락하자 그동안 시장에 퍼져 있던 AI 버블 논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오라클은 10일(현지시간) 장 마감 직후 발표한 실적에서 분기 매출이 160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162억1000만달러)에 미달한 수치다. 주당순이익(EPS)은 2.26달러로 오히려 기대치(1.64달러)를 크게 상회했지만 성장 지표인 매출 부진이 시장 심리를 꺾어놓았다. 정규장에서 0.79% 상승 마감했던 주가는 시간외에서 단숨에 10% 이상 곤두박질쳤다.최근 월가에서는 'AI 부채 사이클의 건전성을 점검하려면 오라클을 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오라클은 AI 열풍의 민감한 체온계로 여겨진다. 막대한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고 신용시장에서 이를 예민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오라클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는 10월 말 60bp에서 현재 125bp까지 치솟아 두 배 이상 확대됐고, 이달 초에는 금융위기 이후 수준에 근접하기도 했다.부채비율 역시 시장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오라클의 부채비율은 462%로 구글·아마존·메타 등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이 대부분 50% 이하를 유지하는 것과 대비된다. S&P글로벌이 신용등급 하향 조건을 완화해 더 많은 차입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줬지만 시장 불안은 여전하다.이 가운데 오라클은 9월 18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같은 시기 채권을 찍은 알파벳과 메타가 모두 AA급인 반면, 오라클은 BBB로 투자등급 최하단에 머물러 있다.그럼에도 시장 기대를 자극했던 지표는 계약 잔고에 해당하는 '남은 수행 의무(RPO)'였다. 오라클의 RPO는 지난해 9월 기준 4500억달러를 넘었고 10월엔 5000억달러까지 치솟으며 360% 폭증했다. 향후 고객이 지출 의향을 밝힌 금액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지만 실제 매출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문이 적지 않다. 고객이 계약을 취소하거나 사용량이 줄면 오라클만 과도한 설비투자 부담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더 큰 문제는 현금흐름이다. 오라클의 최근 12개월 자유현금흐름은 60억달러 적자다. 설비투자 등을 제외한 실제 손에 남는 현금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현금이 빠져나가는 구조임을 의미한다. 모건스탠리는 오라클의 총부채와 리스부채가 3년 안에 2900억달러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앞서 오라클은 오픈AI와의 3000억달러 규모 장기 협력을 발표하며 AI 혁신의 핵심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앞으로 3년 내 매출이 두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주가는 폭등했고 시가총액은 1조달러에 근접했다. 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다시 세계 부자 순위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그러나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오라클 주가는 고점 대비 36% 떨어졌고 CDS 스프레드는 급등했다. 공매도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은 오라클이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필요한 AI 인프라 투자 규모를 자체 현금창출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네이선 리들(콜롬비아 스레드니들)은 오라클의 구조적 위험으로 약한 현금흐름과 과도한 부채, 낮은 신용등급, 오픈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지목했다.이번 실적 부진은 이러한 우려를 다시 전면에 드러낸 셈이다. AI 버블의 균열을 암시하는 경고음인지, 혹은 단기 조정에 불과한 '찻잔 속 태풍'일지는 향후 신규 계약 흐름, 매출 인식 속도, 고객 다변화 전략, 자유현금흐름 개선 여부 등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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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론 재확산 … 국내 기업도 영향권연초 제기됐던 AI 거품론은 일련의 논란을 거쳐 재확산되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아마존과 구글 등 AI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충족하기 위해 최소 5조3000억 달러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부담해야 하는 천문학적인 투자금액 대비 수익이 불확실하다는 점은 AI 거품론을 야기한 원인이 됐다.지난 8월 메사추세츠공과대(MIT) 산하 연구조직 ‘난다(NANDA) 이니셔티브’는 AI에 투자한 기업 95%가 전혀 수익을 얻지 못하고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AI 거품론에 힘을 실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기업들이 계획한 AI 지출의 25%를 2027년까지 지연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으면서 AI 수요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을 부각시켰다.시장에서는 AI 투자대비 수익(ROI)을 창출하는 데 있어 수익화 가능성이 낮을뿐더러, 실현 시점이 지속적으로 미뤄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AI 수요가 분명하다고 해도 전력과 컴퓨팅 자원 등 제약 때문에 투자들이 제때 집행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더해졌다.다만 국내 기업들은 AI 거품론에 대항해 정면 돌파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AI는 생산성 향상 효과를 내고 있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설정해 모델 개발과 생태계 구축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일례로 네이버클라우드는 엔비디아로부터 공급받기로 한 최신 GPU 블랙웰 6만장이 AI 모델 개발과 서비스 구현을 위해 부족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AI 거품론을 불식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AI 거품론에 대해 “투입 비용 대비 가치가 커져야 하는 문제로서 만들어진 기술로 어떤 가치를 만드는지가 중요하다”며 “기업과 정부기관과 협업을 통해 비용 대비 가치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준비해왔고 경량 버전의 AI 모델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AI 거품론은 투자 열풍에 따른 단기 과열 양상으로 파악하며 AI 산업적 성장 가능성을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AI 관련 가치평가가 과도하다는 측면에서 기업들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인공지능 빅데이터 정책연구센터장)는 “닷컴 버블때와 마찬가지로 미래성장 동력으로 판단해 더 투자한 기업들은 부동의 글로벌 빅테크로 올라섰다”며 “AI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분명한 만큼 버블론에 따른 부정적인 문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빅테크들이 왜 그렇게 투자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