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에 '트럼프 대통령 관여말라' 기고'승소 염두에 둔 표현-대선 앞둔 민감한 시기' 등 논란
  • ▲ LG화학 배터리(좌)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각 사
    ▲ LG화학 배터리(좌)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각 사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 대한 최종결론이 나오기 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송전에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칼럼을 현지 언론에 기고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장승세 LG화학 전지사업본부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JS)에 'Trump Should Stay Out of Korean Dispute'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장승세 전무는 14일자 WSJ에 실린 홀맨 젠킨스의 기고문을 반박하며 "무역-비밀보호와 경제 활성화 관계에 대한 홀맨 제킨스의 기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4년간의 무역정책을 포기하고 외국인 지적재산권 약탈범을 처벌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근거 없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아직 관련 소송의 판결이 내려지기 전임에도 SK이노베이션을 '약탈범'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입비밀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미국에서 판매 중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을 분석한 결과 해당 배터리가 LG화학의 2차전지 핵심소재인 SRS® 미국특허 3건과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ITC는 2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LG화학 측의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 등으로 조기패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최종판결이 거듭 연기되고 있다. 당초 이달 5일이었던 최종판결 기일을 지난달 25일 3주 연기한 데 이어 26일에는 12월10일로 판결을 다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는 45일을 미룬 것이다.

    최종판결을 미룬 배경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가 없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여파 등 업계에서는 배경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최종판결 연기와 관련 "위원회가 본 사건의 쟁점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4월 ITC가 예비판결 이후 재검토 결정을 내린 것도 구체적으로 어떤 영업비밀을 침해했고, 이로 인해 얼마나 부당이득을 챙겼는지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 ▲ LG화학-SK이노베이션 소송일지. ⓒ성재용 기자
    ▲ LG화학-SK이노베이션 소송일지. ⓒ성재용 기자
    장 전무는 또 "젠킨스는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SK이노베이션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어 위원회의 조치를 번복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는데, 이는 위험한 선례를 남길 뿐"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패소 판결한다는 가정 아래 일자리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패소 판결에 거부권(비토)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를 공식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한다면 SK이노베이션이 약속한 2000개의 일자리와 26억달러의 투자 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 또 내년 전기차 생산을 앞두고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폭스바겐의 테네시주 공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한 전기트럭 'F-150'의 포드공장이 있는 미시간주의 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포드는 "전기차 배터리는 손전등 배터리처럼 쉽게 다른 것으로 교체할 수 없다"고 미국 무역재판소에 의견을 제출했다. 패소할 경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부품의 미국 내 수입은 금지된다.

    문제는 SK이노베이션이 공장을 짓고 있는 조지아주는 다음달 3일 대선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으로 이라는 점이다.

    선거전문 사이트인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의 집계·분석에 따르면 27일 기준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주에서 47.2%의 지지율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46.8%)를 0.4%p 앞서고 있다.

    현재 바이든이 주요 격전지에서 3~4%p 정도 앞서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지아주는 대역전의 발판이 될 수 있는 곳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공급받는 자동차회사 포드가 위치한 오하이오주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46.8%의 지지율로 바이든 후보(46.2%)를 여론조사상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아직 미국 대선이 완료되지도 않았는데, 마치 트럼프 행정부를 이미 끝난 식물정부로 보고 이 같은 강경 기고를 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만큼 한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LG그룹의 핵심 임원이 실명으로 기고한 것이 대미 한국 외교에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외교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TC의 최종판결이 나오기 전인데도 이 같은 칼럼을 기고했다는 것은 승소를 예단하고 성급하게 움직인 것 같다"며 평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LG화학도 이전보다는 합의 필요성이 커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 측은 ITC의 예비결정이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면서 최근의 최종판결 재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배터리사업 분할과 전기차 화재 논란으로 자금 유치와 불확실성 해소가 필요한 상황에서 배터리 소송까지 장기화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양사 모두 지출하고 있는 막대한 소송비용과 장기 법적공방에 따른 여론 피로도 등도 지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ITC의 판결 재연기로 불확실성이 가중해 양사가 12월 전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다시 본격 논의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G화학 관계자는 "칼럼 제목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WSJ 측에서 편집과정에서 넣은 것이다. 칼럼 본문에 관련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탈범이라고 칭한 것은 최종판결만 안 나왔을 뿐, 이미 예비판결에서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또 칼럼인 만큼 우리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 아래는 기고문 전문.

    (원문)
    "Biz Doesn't Stop for the Election" (Business World, Oct. 14), an examination by Holman Jenkins of the relationship between trade-secret protection and economic vitality, builds to an unsubstantiated conclusion that President Trump would abandon four years of trade policy and protect a foreign intellectual-property thief from punishment.

    At issue is the trade-secret dispute between LG Chem and SK Innovation, two makers of electric-vehicle batteries. Earlier this year, an administrative law judge at the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ruled for LG Chem in an initial determination. A final decision is expected Dec. 10.

    Mr. Jenkins speculates that President Trump would overturn action by the commission holding SK Innovation responsible for its wrongdoings, which would set a dangerous precedent.

    SK Innovation is a Korean company that violated America's laws against a company that is actively employing thousands of Americans, paying taxes and partnering with some of America's most important innovators. Meanwhile, SKI employs fewer than 100 Americans and was recently alleged to be using illegal Korean labor in Georgia. This is not the profile of a company that President Trump should wish to rescue. Nor is it the profile of a company deserving of rescue.

    Trade-secret protection is the linchpin of American job creation. And companies that steal intellectual property should not be trusted to create the jobs they promise.

    Seungse Chang (LG화학 장승세 전지사업본부 경영전략총괄 전무)
    LG Chem
    Seoul, Korea

    (번역본)
    무역-비밀보호와 경제 활성화 관계에 대한 홀맨 젱킨스의 기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4년간의 무역정책을 포기하고 외국의 지적재산권 약탈범을 처벌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근거 없는 결론을 내렸다.

    쟁점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무역비밀 분쟁이다. 올해 초 국제무역위원회 행정법률심의관이 LG화학에 대한 초심 판결을 내렸다. 최종 결정은 12월 10일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젱킨스는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SK이노베이션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어 위원회의 조치를 번복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는데, 이는 위험한 선례를 남길 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수천 명의 미국인을 적극적으로 고용하고, 세금을 납부하고, 미국의 가장 혁신적인 회사들과 협업하는 미국 회사들과 반대로  미국의 법을 위반한 한국 기업이다. 한편, SKI는 100명 미만의 미국인을 고용하고 있으며, 최근 조지아에서 불법 한국 노동자를 채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할 만할 기업이 아니며, 트럼프가 도움을 줄 만할 자격이 있는 회사도 아니다.

    무역 비밀 보호는 미국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다. 또한 지식재산을 약탈한 기업이 약속하는 일자리는 창출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

    LG화학 장승세 전지사업본부 경영전략총괄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