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노무이슈 해결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맏형 격인 현대차는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일찍 마무리했지만 기아차와 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들은 진통을 겪고 있다.
그룹 전반의 노사갈등이 정 회장이 추진하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로템, 현대위아 등의 임단협 협상이 난관에 봉착했다.
기아차는 지난달 22일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다. 3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찬반투표가 가결로 확정되고, 4일 전후로 예상되는 중노위 조정신청 결과가 중지로 나오면 기아차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하게 된다.
현대제철 또한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29일 당진제철소에서 열린 제 8차 본교섭에서 교섭결렬을 선언했다. 이달 9~11일 사흘간 열리는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대로템과 현대위아는 단체행동을 앞두고 있다.
로템 노조는 지난달 2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열고, 92.3%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현대위아 또한 지난달 29~30일 양일간 진행된 찬반투표에서 90.2%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 외 현대트렌시스, 현대비엔지스틸, 현대케피코 등도 10여 차례 협상테이블에 앉았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가운데 임단협을 마무리한 곳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단 두 곳 뿐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9월 26일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률 52.8%로 통과시켰다. 이틀 뒤인 28일엔 타결 조인식까지 열고 무파업으로 최종 마무리했다.
모비스 또한 9월 24~25일 양일간 열린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찬성률 54.1%로 가결되며 무분규로 마무리지었다.
그룹 전반에 노사갈등이 번지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일부 제동이 걸릴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14일 현대차그룹 회장에 공식 취임한 정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소,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로봇 등 분야도 다양하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선 노사는 물론 계열사간 협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 현대제철은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하는 현대차그룹의 변화에 발맞춰 수소생태계 구축을 위한 중장기 수소비전을 제시하며 수소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로템 또한 현대차와 손잡고 수소전기트램을 개발하는 등 친환경 모빌리티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양재동 분위기를 따라가지 않겠다는 기조가 눈에 띈다"며 "수평적 문화를 강조하는 등 조직원들의 화합을 중시하는 정의선 회장이 노무이슈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