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규모, 기업 매각까지 고민가업승계 의미 퇴색, 투자의욕 저하 우려"기업인들에 가혹…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해외는 규베 완화로 경쟁력 높여… OECD 국가 중 13개국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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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연합뉴스
    기업인들에 대한 상속세 논란이 뜨겁다. 상속재산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가운데 최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타개로 삼성 일가 등 상속인들이 18조원가량의 주식을 상속받는 대가로 10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비단 이번 뿐만 아니라 앞서 LG, 한진 등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속세가 물리면서 재계에서는 가업승계의 의미가 사라지고, 투자 의욕이 저하되며 심지어 기업을 포기해야 하는 사례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상속세 폐지 및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영권 방어수단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영제도에서는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재계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는 물론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다.

    정부도 상속세 개정안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근본적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8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경총은 경영계 의견을 통해 "이번 개정안은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축소하고 중소기업의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하는 등 다소 개선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기업인들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권 방어수단이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기업 경영의 영속성 제고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하고자 하는 의지'를 고양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상속세 부담 완화가 절실하다"며 "이를 위해서 상속세율 인하,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 가업 상속공제제도 요건 완화 및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직계비속에게 기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 기업인들이 기업을 물려주기보다 매각 여부를 고민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이 50%로 높을 뿐만 아니라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도 추가된다. 이에 기업승계 시 상속세 부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최고 수준이다.

    OECD 주요국의 최고세율을 보면, 한국의 최고세율(50%)은 일본(55%)을 제외하고 미국(40%), 영국(40%), 프랑스(45%) 등 주요국가를 웃돈다. 독일(30%), 이탈리아(4%) 등보다는 현저하게 높은 수준이다. 영국이나 프랑스는 배우자가 상속을 받을 경우 비과세하지만, 한국은 상속인 구별 없이 무조건 최고 50% 세율을 적용한다.

    경총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는 추세라서 무역, 상속세를 비롯해 법인세를 완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기업의 영속성 보존하는 차원에서 상속세를 완화하고 기업 활력을 높여야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도 지난해 7월 '원활한 기업승계를 위한 상속세제 개편 방향' 보고서에서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이 사라지게 만들고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외는 OECD 국가 중 13개국이 상속세를 폐지하는 등 폐지 및 완화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캐나다는 세계 최초로 1972년 연방자본이전세(유산과세형 상속세)를 폐지하고 배우자간 재산의 무상이전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에게 유증 또는 증여를 하는 경우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제도로 세제를 개혁했다.

    호주는 1979년에 상속세를 폐지하고 1985년에 사망시 양도소득과세를 도입했다. 뉴질랜드는 1999년에, 스웨덴과 포르투갈은 2004년에, 오스트리아는 2008년에 각각 상속세를 폐지한 바 있다.

    일본은 2013년 세법개정으로 공제액이 축소됐다. 스웨덴도 상속과세의 강화를 통해서 경제적 기회균등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상속세제를 폐지하고 자본이득과세를 도입했다.

    특히 스웨덴은 제약회사인 아스트라AB와 가구회사 이케아 등이 당시 최고세율이 70%인 상속세를 견디지 못하며 해외로 떠나려 하자 스웨덴 의회가 상속세를 폐지했다.

    상속세 폐지론자의 대표적인 주장은 상속과세가 소득세와의 관계에서 이중적인 과세라는 것이다. 상속과세의 대상이 되는 유산을 취득할 때 그 재원의 원천은 소득의 저축으로 그 저축에 대해서는 이미 소득세가 과세된 것이다. 또 부를 축적한 사람은 그 부를 소비할 수도 있고 그 부를 증여할 수도 있는데, 증여에 대해 소비보다 중과세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속세 존속론자들은 과세유산은 대부분이 사망자가 생존하고 있을 때의 보유기간에 발생한 미실현 자본이득이며, 보유자가 사망할 때 이에 대해서 소득과세를 과세할 수 없기 때문에 상속과세가 없으면 이러한 미실현 자본이득이 과세에서 누락되기 때문에 이는 상속과세제도를 소득과세에 대한 보완장치라고 주장한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과한 상속세는 기업승계를 어렵게 한다"며 "불평등을 제고하기 위해 상속세를 폐지하면 안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상속세를 특정 기업이 많이내지 일반인들은 많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상속세는 소득재분배를 하자는 것인데 이중과세 의미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