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등 뇌물공여 혐의 파기환송심 재판변호인단, 대통령 직권남용 후원 사례 제시특검-재판부, 삼성 준법위 평가 전문위원 선정 충돌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후 1시 34분경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공판을 위해 출석하는 모습.ⓒ뉴데일리 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후 1시 34분경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공판을 위해 출석하는 모습.ⓒ뉴데일리 DB
    '국정농단' 사태 연루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진행된 가운데 변호인단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직권남용 요구에 따른 지원으로 사적 이익은 없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9일 오후 2시 5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 등에 대한 뇌물공여 등 혐의 등과 관련 파기환송심 정식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변호인단은 대통령의 직권남용에 따른 후원으로 기업인을 처벌한 사례와 양형과 관련해 ▲노태우 비자금 사건 ▲일해재단 사건 ▲16대 대선 불법자금 사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건 등의 사례를 제시했다.

    앞서 재판부는 특검과 변호인 양측에 관련 사례와 이번 사건 사이의 차이점을 정리해 의견서로 제출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 

    우선 변호인단은 기업인들에게 1차 책임을 묻지 않기로 판단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을 예로 들며 국정농단 사건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당시 기업인들은 노태우 대통령 통치자금 요구에 따라 자금을 제공했으며 정식 기소된 기업인들의 공여액이 많게는 150억에 달했다"며 "법원은 이 기업인들에 대해 전부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고 언급했다. 

    변호인단은 또 "양형 이유로 서울고법은 기업인에게 1차적 책임 묻는건 적절치 않고 기업인들이 돈 바치게 만든 권력과 돈 거둔 추종자들이 져야 한다고 했다"며 "일해재단 사건에서도 대통령 요구로 기업인들이 600억원의 자금을 출연했는데 기소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것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금전을 요구해 수동적으로 임했다는 점이 양형에 반영됐다고 이 부회장 측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날 재판에서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평가할 전문심리위원 후보자들의 적격성을 두고 재판부와 검찰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특검이 변호인단에서 추천한 후보자의 중립성을 놓고 반발하자 재판부는 준법감시제도 자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에 적합하다며 문제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를 평가할 전문위원회 3명을 선정해 밝혔다. 위원에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과 홍순탁 회계사, 김경수 변호사가 지정됐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홍순탁 회계사는 특검 측이, 법무법인 율촌의 김경수 변호사는 이 부회장 측이 각각 추천한 인물이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첫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실효성 있는 준법 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하면서 이를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와 특검의 날선 신경전이 벌어졌다. 양측의 신경전은 가열되면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특검은 반대의견으로 "변호인단 후보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에 연루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변호인으로 참여해왔다"며 "피고인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재판부는 "그런 부분은 참여연대 출신을 후보자로 추천한 특검도 마찬가지"라면서 세 후보 모두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오는 30일에 제출될 전문심리위원의 조사 의견을 두고서도 양측의 대립은 이어졌다. 

    특검은 "자산 500억 기업도 감사하는데 1~2주일 걸리는데, 삼성그룹을 3주 내 기간 정해놓고 하는게 억지 부리는 게 아닌가"며 "선뜻 수긍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답답하고"며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기업 경영의 감사나 간섭을 위한 것이 아닌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재판부에서 하고자 하는 것은 기업 경영에 간섭하거나 감사를 한다거나 그런 취지가 전혀 아니다"며 "이 재판에서 준법감시제도 개선방안 제출했는데 그 제도가 과연 실효적으로 작동하느냐, 그걸 알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그룹 전체에 대해서 감사하고 조사하는 것은 재판부 일도 아니고, 재판부 권한도 아니다"며 "국정농단 사건 이전에도 삼성에 준법감시제도가 이미 있었음에도 뇌물횡령죄가 발생했는데 이후 위원회를 설치했는데 실효적인지 종전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