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에크모 의존 에어엠뷸런스로 24시간 이송 ‘폐섬유화 90%’ 기능상실 상태… 10시간여 수술 끝에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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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에서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가 망가져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50대 교민이 인공호흡기와 에크모(ECMO) 등 기계장치에 목숨을 의존한 채 24시간 넘게 환자전용 수송기(에어 엠뷸런스)를 타고 고국으로 이송돼 폐 이식으로 새 삶을 선물 받았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 코로나19 감염 완치 이후 발생한 폐섬유증으로 폐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인공호흡기와 에크모에 의존하며 실낱같은 생명을 이어가던 멕시코 교민 김충영씨(여, 55세)의 폐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8일 밝혔다. 

    올해 6월 김씨는 멕시코 거주 중 코로나19 양성 확진으로 멕시코시티 소재의 ABC병원에 입원했지만, 3일 만에 폐렴이 악화돼 인공호흡기를 적용하고 패혈성 쇼크도 진단받았다. 이후 폐섬유증까지 발생해 폐기능을 거의 잃었고, 현지 의료진은 치료가 어려우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전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김씨를 살리기 위해 가족들은 7월 24일 멕시코에서 유일하게 폐이식에 성공한 크리스터스 무구에르사(Chrirtus Muguerza)병원으로 이송했다.

    멕시코 동북부 몬테레이에 있는 크리스터스 무구에르사병원에 도착한 김씨는 에크모(ECMO, 인공심폐기) 적용으로 다행히 위기를 넘겼지만, 폐섬유화로 폐의 90% 이상이 딱딱하게 굳어 폐기능을 모두 상실한 김씨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폐이식뿐이었다.

    담당 의료진은 폐이식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관련 수술 경험이 많지 않고 장기기증 문화가 보편화되지 않아 수술 가능성이 희박했다.

    절망에 빠진 김씨의 아들 정재준(34세)씨는 마지막 희망으로 지구 반대편 고국에 있는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폐이식으로 어머니를 살려달라는 한 통의 메일을 보냈다. 

    얘기를 전해 들은 멕시코 현지 의사도 서울아산병원은 간, 심장, 폐, 신·췌장 등 풍부한 장기이식 경험과 높은 이식 성공률로 많은 해외 의학자들의 연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알고 추천하기도 했다.

    메일을 확인한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멕시코 현지 의료진과 연연락해 김씨의 상태를 파악했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이 평가한 김씨의 상태로는 폐이식 진행 가능성과 수술 후 회복가능성이 지극히 낮았다. 

    지난 8월 초 폐이식팀 의료진들이 모여 김씨의 폐이식 진행 및 회복 가능성에 대해 수차례 논의한 끝에 폐이식 진행을 결정했지만, 폐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고 의식도 없었던 김씨를 장시간 안전하게 한국으로 이송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결국 가족들의 노력으로 에어엠뷸런스를 이용한 전문 업체를 이용해 김씨의 이송을 준비할 수 있었고,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의 도움으로 이송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같은 시간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김씨의 신속한 입원수속을 위해 준비를 서둘렀다.

    김씨는 크리스터스 무구에르사병원 소속 의료진(Dra.Gaby / ECMO전문의, Srta.Erika / 체외순환사) 2명과 함께 멕시코 몬테레이공항을 출발해 캐나다 벤쿠버공항, 알래스카 앵커리지공항, 러시아 캄차카공항을 거쳐 24시간 가량 비행 끝에 8월 9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김씨는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을 통해 내과계중환자실로 입원했고, 폐이식 대기자로 등록됐다. 

    폐이식은 뇌사자 기증 폐가 나오더라도 항원·항체 반응 검사를 통해 수혜자에게 맞는 폐인지 거부반응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뇌사자 기증자가 나올 때마다 페렴과 패혈증으로 장기간 항생제 치료 및 수혈을 받았던 김씨의 항체 문제로 거부반응 결과가 잇따랐다.

    계속되는 거부반응 결과에 폐이식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료진의 걱정도 있었지만, 마침내 9월 11일 김씨에게 이식이 가능한 뇌사자 폐가 나왔다.     

    당시 서울아산병원 동관 3층 수술방에는 폐이식팀과 수술방 간호사 등 20여 명의 의료진들이 김씨의 폐이식 수술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기증자의 폐가 도착하고, 10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김씨의 폐이식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김씨는 폐를 이식받은 후에도 오랫동안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했고, 폐기능이 예상만큼 빨리 회복되지 않았지만,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 의료진들의 적절한 중환자 치료로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었고 지금은 재활치료를 받으며 오늘(8일) 퇴원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멕시코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완치 이후 폐렴과 패혈증, 폐섬유증까지 생겨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막막한 상황에서 가족과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폐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