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50 탄소중립' 선언탄소세 검토… 배출권 거래제 이어 이중과세 위기"제한적인 품목에 적용" 기대
  • ▲ 포스코 포항제철소ⓒ뉴데일리
    ▲ 포스코 포항제철소ⓒ뉴데일리

    국내 철강사들이 올해부터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에 사활을 건다.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탄소세 등 이와 관련한 법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철강사들에겐 또 다른 과제다. 수소 등으로 대안을 찾고 있지만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엔 어렵단 점에서 향후 맞닥뜨릴 부담이 만만찮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8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탄소 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합해 0으로 만들어 순 배출을 없애는 것을 뜻한다.

    제조업 기반인 국내 산업 구조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는 지난해 12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선언'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선언문을 통해 "제조업의 비중이 높고 철강, 석유화학을 비롯하여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많은 우리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라며 "‘탄소중립’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50 탄소중립 비전’ 역시 국민 한 분 한 분의 작은 실천과 함께하면서 또다시 세계의 모범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철강산업은 탄소 중립으로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업종 중 하나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들고 그 쇳물로 철강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철강재 1톤을 생산할 때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83톤에 달한다. 

    물론 철강사들도 친환경 설비에 투자하며 배출가스 저감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포스코는 2024년까지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35% 줄이겠단 목표 아래 2019년부터 3년간 약 1조800억원의 대규모 환경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친환경 코크스 공장, 밀폐형 석탄 저장설비 등도 신설한다.

    현대제철도 각 고로 소결공장에서 배출하는 가스를 줄이기 위해 2020년까지 총 3723억원을 투입해 당진제철소 1,2,3소결공장 청정설비를 도입했다.

    지난달에는 고로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사실상 원천 차단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현대제철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현대제철

    철강사들의 이같은 노력에도 탄소 배출을 단번에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대안으로 도입된 정책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연간 배출권을 할당 후 할당 범위 내에서 배출량을 허용하는 제도다.

    할당된 배출권 중 잉여분 또는 부족분에 대해서는 배출권 시장의 거래를 통해 처분 혹은 확보하게 함으로써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취지로 도입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24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제3차 계획기간인 2021년∼2025년 할당대상업체로 지정된 684개 업체에 온실가스 배출권 26억800만톤을 할당했다.

    업체별 할당은 같은해 9월 29일에 확정된 '제3차 계획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에서 정해진 방법에 따라 나눠졌다.

    2019년 기준 포스코는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8148만톤의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2224만톤으로 그 뒤를 이었다.

    탄소배출 부채도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각각 1143억원과 510억원으로 1, 2위를 차지했다. 탄소배출 부채는 탄소 배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기업이 충당금으로 쌓아놓은 것을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탄소 중립을 위해 올해부터 탄소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단 점이다. 

    관건은 탄소세가 어느 선까지 적용되느냐다. 탄소 배출에 일률적으로 적용된다면 철강사들도 타격을 피해가기 어렵다.

    배출권 거래제로 1차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 탄소세까지 도입되면 철강사들은 이중으로 세금을 물어야 하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

    이 경우 철강사들은 자연스레 철강재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제품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중국산 등 값싼 수입산에 자리를 내어줄 가능성이 크다.

    국산 철강재를 사용해야 하는 기업들은 원가 상승에 가격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 건설, 자동차, 조선 등 전 산업군에서 철강재가 쓰이는 만큼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휘발유 등 제한적인 품목에 탄소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역시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란게 이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철강업은 이미 탄소 배출권 거래제 시행으로 온실가스 배출에 제한을 받고 있다"며 "3차 계획기간에는 매년 2000억원 정도를 철강사들이 탄소 비용으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잘 아는 정부가 무리하게 탄소세를 일괄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외국의 사례와 같이 휘발유 등 일부 품목에 소규모로 적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