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초 입양후 월말 서울 양천구 'K아파트' 전용58㎡ 갭투자 투기과열지구 불구…2자녀·LTV 70% 적용, 3.4억중 2.5억 대출 로또청약 광풍속 특공물량만 늘린 것도 부작용 키워…제도개선 목소리
  • ▲ 양부 안모씨는 인이 양을 지난해 2월초 입양한 직후 월말 서울 한 아파트를 갭투자로 매입했다. = 박지영 기자
    ▲ 양부 안모씨는 인이 양을 지난해 2월초 입양한 직후 월말 서울 한 아파트를 갭투자로 매입했다. = 박지영 기자

    양부모의 상습적인 폭행과 학대로 생후 16개월만에 숨을 거둔 故정인(입양 전 이름)양 사망사건에 대한 공분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인양 입양 이유가 다자녀 혜택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약제도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6일 정인이 사건을 종합해보면 가해자인 안모씨(양부)와 장모씨(양모)는 지난해 2월3일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당시 생후 8개월 무렵인 정인이를 입양했다.

    2019년 6월10일생인 정인이는 생후 8일째 입양기관에 위탁돼 8개월간 위탁모 신모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밝고 건강하게 자란 아이였다.

    양모는 입양동기에 대해 "(친)딸에게 동성의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보면 꼭 그렇지만 않아 보인다.

  • ▲ 가해자 부부는 인이 양을 입양한 직후 주택담보대출서 두자녀이상 혜택을 받았다. = 박지영 기자
    ▲ 가해자 부부는 인이 양을 입양한 직후 주택담보대출서 두자녀이상 혜택을 받았다. = 박지영 기자

    본지가 뗀 등기사항전부증명서(이하 등기)를 보면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원에서 전세살이를 한 안씨부부는 정인이를 입양한지 한달도 채 안된 2월29일 전용 58㎡의 서울 양천구 신월동 K아파트 10층 1채를 전세를 끼고 3억4000만원에 매입했다.

    통상주택매입시 거쳐야 할 과정인 지역선정 및 매물물색, 현장확인 등을 고려하면 입양전 미리 매물을 점찍어 놨을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2018년 당시 해당면적 전세보증금은 약 2억2500만~2억3500만원대로 안씨부부는 주택매입시 종자돈 약 1억원을 투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안씨는 두달뒤인 같은해 4월29일 우리은행 목동지점에서 해당아파트를 담보로 2억1340만원 대출받아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거주하기로 한다.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지금부터다. 해당물건 공시가격은 2억1300만원으로 투기과열지구인 서울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50% 밖에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3인가구이었던 안씨부부가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은 8520만~1억650만원 수준이다.

  • ▲ ⓒ sbs 방송캡쳐
    ▲ ⓒ sbs 방송캡쳐

    그러나 정인이를 입양함으로써 안씨부부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 내집마련 디딤돌대출서 무주택세대주 혜택을 받아 LTV 70%, 2자녀이상 최대 2억6000만원 조건을 충족해 2억1340만원을 대출받고 잔금을 치렀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2자녀 혜택중 하나인 우대금리도 추가 적용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측이 가능한 것은 첫째 HF 대출심사가 대출접수후 승인까지 최장 70일이 소요된다는 점과 안씨가 등기부상 매입시기를 2월29일에서 4월29일로 변경한 것이 HF의 '소유권이전등기 시점'을 염두에 둔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안씨부부는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5월8일 2자녀이상일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2억6000만원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같은 금융지점에서 나머지 4070만원가량을 또 받아냈다.

    일례로 지난 2008년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특별분양 당첨자들중 상당수가 브로커를 통해 허위 입양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 부모동의만 있으면 입양과 파양이 가능하다는 법의 허점을 교묘히 노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양모는 입양기관에 '입양절차를 빨리 해달라'고 재촉하는 한편 지인들에게 "대출이 안될것 같다"고 했다가 "급대출이 가능해졌다"고 자랑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입양을 통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모두 챙긴 안씨부부는 그후 수시로 정인이를 폭행하거나 학대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초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된 날짜는 두번째 대출을 받고난 후인 5월25일이었다.

    현재 K아파트의 전용 58㎡ 시세는 4억3000만원대로 안씨부부는 약 9000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됐다.

    한편 이번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청약제도가 편법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2자녀를 두고 동거남과 살던 40대 부녀자가 가산점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청약 한달전 자녀 3명인 30대 남성과 혼인신고를 한뒤 아파트에 당첨되자 곧바로 이혼했다가 주택법 위반 혐의로 적발된바 있다.

    앞서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다자녀가구를 위한 청약아파트에 당첨되려고 브로커를 통해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거짓 임신진단서를 제출해 당첨됐다가 사법당국에 걸리기도 했다.   

    아울러 정부가 주택청약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위한다며 전체적인 공급물량은 늘리지 않은채 '생애최초' 등 특별공급 물량만 늘린 것도 로또청약 광풍속에 결과적으로 편법을 부추긴 결과가 됨에 따라 이에대한 처방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