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서 짧게 언급…국토부 "말씀 그대로 이해해달라"부동산정책 실패 인정과 거리감…"후속대책 두고봐야"'변창흠표' 공급대책 임박…"오락가락 정책에 불안감 여전"
  • ▲ 신년사 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신년사 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주거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부동산문제와 관련해 사과를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발언 자체에는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사과인지에 대해선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다. 다가오는 재·보궐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나온다.

    11일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민생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부동산 문제를 언급했다. 주거 문제로 낙심이 큰 국민께 송구하다면서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 특별히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5개월 전인 지난해 8월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부 부동산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대책 효과가 본격화, 가속화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던 것에서 후퇴한 발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사과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 발언은) 2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첫째는 정부가 반복적으로 내놓았던 규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냐는 관점에서 볼 때 '(정부가) 나름 노력했지만, 여건이 좋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한 말일 수 있다"고 했다. 일종의 자기변명에 가까운 해석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정책을 쏟아냈지만, 저성장과 저금리, 풍부한 유동성 등 대내외적 여건이 어려웠기에 성과가 나지 않았고 그래서 마음이 불편하다는 해석이다. 임 교수는 "(그런)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자금이 수익성을 쫓아 부동산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국내외 사례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을 텐데도 (정부가) 이를 알고도 방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 교수는 "둘째는 (정책실패에 대해) 반성하고 새 기조를 내세우는 것"이라며 "그런 기미까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정부나 여당이 올해부터 내놓을 부동산 정책을 봐야 (사과의 진정성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구원투수로 등판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놓을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그동안의 수요 억제 중심에서 공급 확대로 바뀔 순 있다"면서도 "정권 차원에서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브이아이피(VIP)의 사과 발언 자체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책 실패를 구체적으로 얘기한 건 아니지만,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공감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면서 "정책의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얘기하진 않았으나 국정 책임자로서 거기까지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좀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차 3법 등은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상당할 거라는 우려가 발표할 때부터 있었다"며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국토부에서) 정책 수정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을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이번 대통령 발언이 다가오는 4·7 재·보궐 선거를 의식한 말치레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그동안 문 대통령의 사과에는 진정성이 없었다. 이번도 (마찬가지)"라며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렸을 때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했지만, 이후 뾰족한 보완대책이 없었다. 이번 사과도 재·보궐 선거가 다가오니 립서비스로 떨어지는 지지율을 막아보려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 교수는 "진짜로 국민한테 미안하다면 다른 의견을 수렴해 정책의 오류를 바로잡겠다고 사과하는 게 맞다"면서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달라지는 건 없다. (설 이전에 추가대책이 나온다지만) 어떤 대책을 내놔도 문 대통령의 임기 내 주택공급이 늘어나는 건 없다. 공급을 늘리겠다지만, 먼 얘기일뿐더러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지역에서 전·월세를 찾기 쉬워진다는 보장도 없다"고 쏘아붙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로 파견 가 주요 부동산 정책을 조율했던 윤성원 국토부 제1차관은 대통령 발언이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내용 그대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잠재울 만한 발언이었느냐가 관건"이라며 "그동안 정부의 여러 정책적 대응을 보면 선거를 앞두고 환심을 사려는 정책이 적잖았고 정책 추진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경우 집권 4년차에 접어들었는데도 불리하면 전 정권 탓을 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선거 이후에 언제 그랬냐는 듯 정책 기조를 뒤집을 가능성에 불안감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1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13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다음 달 설 이전에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날 소위 '변창흠 표' 주택공급 방안의 얼개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