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에 코로나까지…작년 일자리 외환위기 이후 최대 감소서비스업 직격탄·제조업 10개월 연속↓…임시·일용직 타격 심화실업자 111만명 육박…재정일자리 종료로 12월 취업자 63만명↓
  • ▲ 구직자들.ⓒ연합뉴스
    ▲ 구직자들.ⓒ연합뉴스
    경기 부진에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까지 겹친 지난해 고용 상황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나빴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3대 지표인 취업자 수·고용률·실업률이 모두 악화했다. '트리플 악화'는 지난해 5월 이후 여덟달이나 지속됐다.

    고용의 양(量)도 문제지만, 질(質)은 더 심각하다. 혈세를 투입하는 공공행정 노인일자리 사업 등이 고용 충격을 줄여주는 완충재 역할을 했지만, 대부분 단기 아르바이트 성격의 비정규직 일자리만 양산했다. 우리 산업의 중추인 제조업은 지난해 3월 이후 열달째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실업자는 110만8000명이다. 고용 충격이 장기화하면 대거 감원대상이 될 수 있어 잠재적 실업자로 볼 수 있는 일시 휴직자를 포함하면 일자리서 밀려난 노동자 규모는 194만5000명에 달했다.

    13일 통계청이 내놓은 2020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취업자는 2690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해 21만8000명(-0.8%) 줄었다.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8만7000명) 이후 11년 만이다. 감소 폭은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27만6000명) 이래 22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12월 고용동향을 보면 2652만60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2만8000명(-2.3%) 급감했다. 지난해 3월 19만5000명, 4월 47만6000명, 5월 39만2000명, 6월 35만2000명, 7월 27만7000명, 8월 27만4000명, 9월 39만2000명, 10월 42만1000명, 11월 27만3000명에 이어 열달 연속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21년 만에 최장기간 감소세다. 감소 폭은 둔화로 돌아선지 한달 만에 다시 큰 폭으로 꺾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투입 일자리사업이 종료되면서 고용시장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연간으로 봤을 때 남자는 1538만1000명, 여자는 1152만3000명으로 각각 전년보다 8만2000명(-0.5%), 13만7000명(-1.2%)이 줄었다.

    산업별로 보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3만명·5.9%), 운수·창고업(5만1000명·3.6%), 농림어업(5만명·3.6%), 공공행정과 국방·사회보장행정(3만6000명·3.3%) 등에서 늘었다. 반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도·소매업(-16만명·-4.4%), 숙박·음식점업(-15만9000명·-6.9%), 교육서비스업(-8만6000명·-4.6%) 등에서 줄었다.

    우리 산업의 근간이면서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5만3000명·-1.2%)은 지난해 3월 이후 열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9월부터 증가세를 보이던 감소 폭은 지난달(-11만명·-2.5%)에 넉달 만에 주춤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나이별로는 60세 이상에서 37만5000명(0.9%p) 증가했을뿐 나머지 나이대에서 모두 감소했다. 30대(-16만5000명·-0.7%p), 40대(-15만8000명·-1.3%p), 20대(-14만6000명·-2.5%p), 50대(-8만8000명·-1.1%p)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정부가 혈세를 투입한 노인일자리 실적이 고용충격을 줄이는 완충재 구실을 했다. 이는 취업자 수가 62만8000명 감소한 12월 통계를 봐도 알 수 있다. 60대 이상에서 24만9000명 증가했지만, 고용률(-0.1%p)은 1년 전보다 떨어졌다. 11월 증가 폭(37만2000명·0.8%p)보다 12만3000명이나 적다.

    지난해 한해동안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30만5000명)는 늘었지만, 임시근로자(-31만3000명)와 일용근로자(-10만1000명)는 줄었다. 취약계층의 일자리 충격이 컸다.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16만5000명(-10.8%), 무급가족종사자는 3만5000명(-3.3%) 각각 줄었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9만명(2.2%) 늘었다.

    직장은 있지만 일하지 않은 '일시 휴직자'는 83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43만명(105.9%) 급증했다. 198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다. 이들은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된다.

    15세이상 고용률은 60.1%로 1년 전보다 0.8%p 내렸다. 2013년(59.8%) 이후 가장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5.9%로 1년 전보다 0.9%p 하락했다. 2015년(65.9%) 이후 최저치다.
  • ▲ 실업급여 신청.ⓒ연합뉴스
    ▲ 실업급여 신청.ⓒ연합뉴스
    경제활동인구는 2801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만4000명(-0.6%) 감소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677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해 45만5000명(2.8%) 늘었다. 증가 폭이 2009년(49만5000명) 이후 가장 컸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은 237만4000명으로 28만2000명(13.5%) 증가했다. 20대(8만4000명·25.2%), 60세 이상(7만4000명·8.5%), 40대(5만2000명·23.4%) 등 모든 나이대에서 늘었다. 최근 1년 이내 구직 경험이 있고 취업을 원하지만 노동시장의 사유로 일자리를 못구한 구직단념자는 60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7만3000명(13.6%) 증가했다.

    실업자수는 110만8000명이다. 1년 전보다 4만5000명(4.2%) 늘었다. 실업률은 4.0%로 0.2%p 올랐다. 2001년(4.0%) 이후 최고치다. 50대(2만3000명·13.5%), 60세 이상(2만1000명·12.8%), 40대(1만1000명·7.4%) 등에서 증가했다.

    취업시간대별 취업자 현황을 보면 일주일에 36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는 2011만2000명으로 120만3000명(-5.6%) 줄었다.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595만6000명으로 55만4000명(10.3%) 급증했다. 주당 1~17시간 단시간 근로자는 190만1000명으로 8만1000명(4.4%)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