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코로나 사태 지속에 해방촌, 임시휴업 크게 늘어강남거리 술집은 점심 장사… "임대료 감당 못해"간신히 버텨낸 1년, 올해는 괜찮을까
  • ▲ 서울 용산구 해방촌 거리의 한 식당 앞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걸려있다. ⓒ임소현 기자
    ▲ 서울 용산구 해방촌 거리의 한 식당 앞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걸려있다. ⓒ임소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경제의 많은 것을 바꿨다. 이 변화는 소상공인이나 전통적 산업에게 있어서는 큰 상처가 됐지만 일부 사업자에게는 다시는 없을 기회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발생 후 만 1년, 365일이 지나면서 엇갈린 다양한 목소리와 풍경을 짚어봤다.<편집자 주>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넘기면서 서울 시내 곳곳은 식당가의 무덤이 됐다. 코로나 사태 이전 젊은 층들과 SNS 등의 효과를 타고 급속도로 성장하던 이른바 '핫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치솟았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곳들은 지난해를 넘기지 못했다. 올해도 일단 '버티고' 있다는 분위기지만 워낙 예상이 불가능한 사태인만큼 막막함은 감출 수 없다. 

    지난 19일 오전 11시30분께 찾은 서울 용산구 '해방촌' 거리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쌩쌩 달리는 차들과, 간간이 식당 앞에서 떠나는 오토바이들이 전부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이곳은 맛집을 찾는 사람들로 붐볐던 곳이다. 지나는 사람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영업시간을 오전부터로 고지했음에도 문을 열지 않은 곳들, 임시휴업 공지를 붙인 유리벽, 아예 빈 점포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곳에는 '임대', '임대문의'라는 공지만 붙어있었다.

    해방촌은 '밥집'과 '술집'이 절묘하게 섞여있는 동네다. 남산타워의 남쪽, 남산 바로 밑 언덕에 형성된 거리로 이태원과 인접해 펍(Pub) 등 서양식 주점, 이국적인 식당들은 물론이고 옛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골목들 덕분에 'SNS 성지'로 떠올랐다.
  • ▲ 서울 용산구 해방촌 거리. 19일 점심시간대 찾은 이곳은 지나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임소현 기자
    ▲ 서울 용산구 해방촌 거리. 19일 점심시간대 찾은 이곳은 지나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임소현 기자
    두달여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오후 9시 홀 영업 제한이 이곳에 타격을 준 이유다. 

    해방촌에서 7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정낙준 씨(60)는 "저녁에 장사하기 어려우니까 아예 문을 닫아버린 곳들이 많다"며 "아마 정부 지침으로 인한 큰 타격을 입은건 식당, 술집일거고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나는 사람들이 사라지면서 카페를 찾는 발길도 뚝 끊겼다. 정 씨 가게 역시 그나마 단골 손님들과 배달로 매출을 메우고 있다. 하지만 배달 경쟁 역시 치열해지면서 이마저도 '버티는' 분위기다.

    정 씨는 "그래도 여기는 오래 장사해 단골들이 찾아주기도 하고, 배달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며 "배달비가 (너무 높게) 붙으면 배달을 꺼리려는 심리가 있어 배달비를 최대한 부담하다보니 손해를 감수하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같은날 오후 1시께 찾은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 거리. 이곳은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이번주부터 개시된 학원 오프라인 수업 덕에 학생들도 바쁘게 거리를 지나쳐갔다. 

    이곳 카페들도 이제 착석이 가능해지면서 커피타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다만 1시간 이상 착석금지, 5인 이상 입장금지 등의 안내문이 등장했다.

    신논현 역부터 강남역까지 교보타워 방면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술집' 거리로 들어서자 몇걸음도 채 가지 못해 호객 하는 사람들에게 길을 가로막혔다. 

    이들은 지나는 사람들에게 이자카야, 호프집 등에서 개시한 점심 메뉴를 홍보하고 있었다. 맥주집, 선술집 등에서 내건 입간판도 여럿 눈에 띄었다. '점심 특선', '점심 수제 돈가스 뷔페', '점심 메뉴' 등이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
  • ▲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거리 이자카야 앞에 점심 메뉴 안내문이 붙어있다. ⓒ임소현 기자
    ▲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거리 이자카야 앞에 점심 메뉴 안내문이 붙어있다. ⓒ임소현 기자
    이 거리의 한 이자카야에서 일하는 직원 김은미(가명·50)씨는 "점심 장사 시작한 지는 꽤 됐다"며 "(9시 이후 영업제한으로) 임대료가 감당이 안 되는 데다 인건비 같은 고정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남에 위치한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 김준하(26)씨는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영업을 하던 이 거리의 매장들에게 저녁 9시 이후 매장 운영 제한은 사실상 장사를 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직장에서도 재택근무자들이 늘어났고 학원 닫혔을 때는 그냥 하루종일 다니는 사람들이 엄청 없었는데,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강남 거리는 임대료가 높은 서울 상권들 중 하나다. 코로나19 장기화와 오후 9시 이후 홀 영업 금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매출 급감은 불가피했다. 이 때문인지 영업을 종료한 식당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대형식당은 더 심각했다. 강남을 찾는 커플, 가족, 친구들의 '추억'이 서린 '서가앤쿡'은 문을 닫고 자리를 옮겨 '딜리버리' 매장으로 재오픈했다. 서가앤쿡 자리에는 '온택트' 파스타식당이 문을 열었다. 코로나19 시대 상황을 반영한 비대면 서비스 식당이다.

    강남역 맛집 중 하나로,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던 '나인로드피제리아'도 최근 문을 닫았다. 
  • ▲ 서울 강남구 나인로드 피제리아. 문을 닫았다. ⓒ임소현 기자
    ▲ 서울 강남구 나인로드 피제리아. 문을 닫았다. ⓒ임소현 기자
    강남 CGV 방면 골목에도 임시휴업을 한 곳들이 많았다. 이들은 "코로나 단계 격상으로 임시 휴업한다"는 안내문을 걸었다. 오피스 상권 속 건물 내 식당들도 여러 곳 폐점했다.

    국내 한 외식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떠오르던 상권의 경우 임대료가 높아진데다 강남, 명동 같은 곳들은 임대료가 이미 높은 걸로 유명해서 현재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외식매장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1년을 버텨낸 사람들은 이제 물러설 수도 없고, 올해에 기대를 거는 방법뿐인데 너무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막막함을 감출 수는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