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년" 절박한 文대통령…'남북미 대화' 승부수 띄울듯6월 OSJD 장관회의 변곡점 될지 주목…北 참석 여부 불투명전문가 "美, 일러야 7월 세팅 가능"…하반기 韓대선 국면 봉착
  • ▲ 남북 철도 연결.ⓒ연합뉴스
    ▲ 남북 철도 연결.ⓒ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5년차를 맞아 남북미 관계 개선에 마지막 역량을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북핵 문제에 진전이 없는 한 철도·도로 인프라 연결 등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남북경제협력사업도 진척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가 집권 5년차이기 때문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서두를 수는 없지만 제게 남은 마지막 시간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2일에는 22개월만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에서 올해를 "우리 정부에 주어진 마지막 1년"이라고 표현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강조하는 등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사실상 올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판문점선언·평양공동선언 등 문재인 정부가 이뤄낸 성과들이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때 남북 경협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은 이렇다 할 진척 없이 제자리걸음 상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내 해외남북철도사업단 남북대륙사업처에서 남북·대륙철도 연결에 대비해 국제운송규약 등을 분석하고 있지만,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로 정부 차원의 액션이 없다 보니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오는 6월15∼18일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제49차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장관회의가 꽉 막힌 남북 경협사업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OSJD는 동북아시아부터 동유럽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 철도의 국제표준을 수립하고 관장하는 국제기구로, 러시아·중국·폴란드·북한 등 29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그동안 계속 비토권을 행사하던 북한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만장일치로 정회원에 가입했다.

    그러나 OSJD 장관회의가 경색된 남북 관계에 변곡점이 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적잖다. 북한은 2019년 한국이 정회원이 된 후 처음으로 개최한 제34차 OSJD 사장단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북한이 올해 OSJD 장관회의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다만 그러려면 새로 출범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어느 정도 사전교감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 ▲ 취임 선서하는 바이든 대통령.ⓒ연합뉴스
    ▲ 취임 선서하는 바이든 대통령.ⓒ연합뉴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 경협은 2018년 두 정상이 만나 합의한 판문점·평양 선언에 내용이 담겼다. 필요한 것은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느냐의 문제"라며 "합의를 이행하려면 조건과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북핵 문제로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여전해 구조적으로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미북 간 대화가 재개돼 제재가 완화돼야 하는 (경협이) 가능한 데 현재로선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시간이 걸릴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제 막 출발한 상태인데 미국 내부에 코로나19 극복은 물론 경제 회복, 분열된 사회 통합 등 여러 문제에 부닥친 상황이어서 북과의 대화 재개는 우순 순위가 아니다. 북한도 미국이 적대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태도가 완고해서 언제 대화가 재개될지 점쟁이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유라시아 인프라 전문가인 안병민 한반도경제협력원장도 "바이든 행정부가 미북 대화의 출발점을 문재인 정부의 바람대로 싱가포르 회담 이후로 할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은 남한이 어떤 제스처를 취해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 재개 전망을 어둡게 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안 원장은 "문 대통령은 바이든을 만나 의견을 나눈 뒤 대북 정책을 추진하고 싶겠지만, 바이든 처지에선 미중-동북아-태평양 전략 가운데 북한이 있는 거라 갑자기 뚝딱 미북관계에 대한 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2일(현지 시각)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에 관한 질문을 받고 "대통령의 관점은 의심의 여지 없이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다른 확산 관련 활동이 세계 평화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훼손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민과 동맹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이고 이 접근법은 진행 중인 (대북) 압박 옵션과 미래의 어떤 외교 가능성에 관해 한국과 일본, 다른 동맹들과 긴밀한 협의 속에 북한의 현재 상황에 대한 철저한 정책 검토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대북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주변국인 일본 등과도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어서 미북 대화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안 원장은 "적어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오는 7월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오고 나서야 어느 정도 세팅이 될 것"이라며 "그전까진 액션플랜을 짤 수 없어 어떤 것도 조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계 성 김 인도네시아 주재 미국대사를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으로 임명한 상태다. 김 대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과 북한 업무에 깊이 관여해온 국무부 내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로 꼽힌다.

    문제는 하반기로 넘어가면 사실상 남한 상황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점이다. 안 원장은 "북한으로선 정책적으로 가장 취약할 때가 남한의 정권 말 협상으로, 과거 사례를 보면 정권이 바뀌고 나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질 수 있어 남북 관계에 있어 큰 조정기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안 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처한 특수한 상황과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안 원장은 "고령의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재선을 염두에 두지 않는 대통령으로, 4년간 성과를 낼 무언가를 찾을 것"이라며 "과거 햇병아리 상원의원 시절이던 1979년 당시 유엔에서 거부권을 가장 많이 행사해 '미스터 노'라는 별칭이 있던 러시아 안드레이 그로미코 외무장관과 미러 간 핵경쟁에 실질적 제동을 건 '제2차 전략무기제한 협정(SALT 2)' 담판을 진행하는 등 빅딜에 강한 면모를 보여 (미북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측면도 없잖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