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 후반대 베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NB라텍스 호황 등 실적 탄탄… 인수 부담 없어코로나19 팬데믹 여파… 리조트사업 회복 시기 '안갯속'과중한 채무-노후설비 수선 등 자금소요… 시너지도 '물음표'
  • ▲ 서울 중구 소재 금호석유화학 본사. ⓒ권창회 기자
    ▲ 서울 중구 소재 금호석유화학 본사. ⓒ권창회 기자
    금호석유화학이 '그룹의 유산' 금호리조트 인수에 다다랐다. 지난해 NB라텍스 호황 등으로 곳간이 그득한 만큼 인수에는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다만 금호리조트의 쪼그라든 외형과 가중된 부채가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레저산업의 침체기의 끝이 언제일지 가늠조차 안 되는 상황인데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매각주관사 NH투자증권과 딜로이트안진은 최근 금호리조트 우선협상대상자로 금호석유화학을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금호리조트 내 경남 통영시, 전남 화순군 등지의 콘도미니엄 4곳, 아산 스파비스 등 워터파크 3곳, 아시아나CC와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포인트 호텔&골프리조트 등이다.

    금호석유화학은 본입찰에서 금호리조트의 부채를 제외한 지분가치에 대해 원매자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인 2000억원 후반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응찰자 대부분이 2000억원 안팎을 제시하고 일부는 1800억원대 후반을 쓴 곳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을 베팅한 셈이다.

    여기에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찬구 회장은 '형제의 난'으로 갈라서기 이전까지 금호리조트가 보유한 골프장을 애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금호리조트가 보유한 골프장은 약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박 회장이 자주 이용하던, 애착이 있는 곳"이라면서 "금호리조트가 부채가 많아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온 점을 적극 활용해 인수전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금호가(家)의 역사가 담긴 골프장과 리조트가 남의 손에 넘어가는 것보다 금호석유화학이 품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박 회장이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금호리조트의 경영 상태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지난해 NB라텍스 호황 등에 힘입어 안정적인 실적을 시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 분석 결과 금호석유화학은 4분기 2341억원, 연간 701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뿐만 아니라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 66.2%, 차입금의존도 33.3%, 유동비율 136%의 지극히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갖추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코로나19 여파로 위생 보건 관련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수 부담은 크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호리조트의 2019년 매출액은 757억원으로, 전년 907억원에 비해 16.5%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37억원으로, 전년 73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레저사업 전반의 업황 저하와 실적 부진 상태가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해 2~3분기에는 외국인 입국객(29만명)이 전년동기 909만명에 비해 96% 이상 급감했다.

    레저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이 과거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 더욱 크며 기간도 훨씬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보급 가시화에도 세계 각국의 충분한 백신 확보 및 접종, 백신 효과 발현으로 인한 소비 및 여행심리 회복, 국가간 이동 완화 및 업황 정상화 등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 경기 용인시 소재 아시아나CC. ⓒ뉴데일리경제 DB
    ▲ 경기 용인시 소재 아시아나CC. ⓒ뉴데일리경제 DB
    게다가 재무구조도 불안하다. 2019년 말 부채비율은 359%로, 직전 5년 평균(2014~2018년) 299%를 웃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71.9%로, 5년 평균 63.8%보다 높다.

    반면 유동비율은 3.38%로, 최근 6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직전 5년 평균치는 15.3%다. 영업실적 부진에 따라 더 악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번 인수 대상 자산의 활용도 우려스럽다.

    대상 자산 중 수익 확보가 가능한 골프장을 제외하면 개발 난제로 치부된다. 본입찰 참여자 중에서도 건설사가 아닌 곳들은 콘도미니엄과 워터파크를 리조트 그룹 유치를 통해 수익을 배분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했다. 노후화된 콘도미니엄 등의 수선에도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에 있는 웨이하이 골프장(18홀) 역시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해외 골프장에 대한 투자 리스크가 있는데다 특히 중국의 경우 물가가 국내와 비슷하고 국내 골프장과 비슷한 위도에 있어 계절적 보완성도 낮은 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기존 사업부문과의 시너지 역시 물음표다.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면서 정밀화학과 건자재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박 회장은 1984년 금호석유화학 부회장 시절부터 석유화학 외길을 걸어오며 회사를 세계 최대 합성고무 생산능력을 보유한 연 매출 5조원대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반대로 골프장 등 레저 서비스 산업과의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다. 게다가 리조트 등 운영 경험도 전무한 만큼 사업상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금호석유화학 측은 "오랜 시간 동안 아시아나CC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이번 인수는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도모하는 것보다는 그룹의 유산을 지키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의 금호리조트 인수가 완료되면 형제의 난을 거쳐 계열 분리된 이후 두 그룹 사이에 처음으로 시도되는 M&A 거래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