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발표 하루만에 "검토한 적 없다"서울, 부산시장 선거 앞두고 지지율 때문에 물러섰다는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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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간 보기’ 였나봐요.”

    정부의 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2030)에서 담배, 주류세 인상에 대한 정책목표가 하루만에 뒤집어진 것을 본 한 담배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 업계는 물론이고 흡연자와 애주가 사이에서도 허탈과 안도는 적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는 미묘한 '어폐'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HP2030을 발표하며 담배, 주류세의 인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현재 금연과 절주 관련 규제가 국제기구 권고수준에 미흡하고 여전히 높은 남성 흡연율과 월간 폭음률이 높다는 근거가 제시됐다. 

    HP2030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을 위한 중장기 정책방향을 제기하는 것으로, 10년 단위로 수립하고 5년 단위로 보완한다. 

    실제 HP2030에서 금연과 절주는 복지부의 28개 중점 과제로 각각 선정됐다. 여기에는 OECD 평균 담뱃값 수준으로 건강증진부담금을 인상하는 방안과 주류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등 가격적 검토가 이뤄진다는 내용이 담겼다. OECD 국가의 평균 담뱃값은 7.36달러(약 8100원)다.

    문제는 그 이후다. 담배, 주류의 가격인상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어난 것. 담배와 주류는 서민의 주요 기호품으로 조세저항이 큰 제품이다. 

    야당과 국민의 반발이 잇따르자 복지부는 하루만인 28일 “담배가격 인상과 술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 부과는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추진계획도 없다”고 서둘러 입장을 바꿨다.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도 “담배와 술은 많은 국민들께서 소비하고 계시는 품목으로 가격문제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충분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며 신중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할 사안”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HP2030에 담긴 정책목표가 하루아침에 ‘고려한 적도 없고’, ‘추진계획도 없는’ 것이 된 셈이다. 이런 황당한 입장변화에 업계에서는 오는 4월 예정된 서울·부장시장 선거를 고려했다는 추측이 적지 않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줄 것이 유력해지자 선거 전 빠르게 발을 뺀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담배나 주류의 가격인상은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추진돼야 할 섬세한 정책이다. 가격인상에 따른 흡연율과 폭음률, 세수 확보와 이에 따른 서민경제 부담, 담배·주류 시장의 영향까지도 종합적으로 고려돼야만 한다. 

    실제 담배나 주류의 가격적 요소는 흡연율을 크게 좌우하는 요소임이 분명하다. 특히 청소년 흡연율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가격인상 요인에 주된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간 학회나 정부산하 연구기관에서는 담배의 가격인상 방법론을 두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 왔다. 

    이런 임시처방이 낳은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다. 통상 정부는 담배의 가격을 10년 주기로 인상해왔고, 오는 2025년은 담뱃값이 4500원으로 인상된지 10년을 맞이하는 해다.

    그때 정부는 향후 담뱃값과 주류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뭐라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까.

    “현재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지, 앞으로도 안한다 하지는 않았다”고 해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