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일주일 앞으로… 먹거리 물가는 고공행진발길 끊긴 전통시장… "코로나에 수입↓ 물가↑" 첩첩산중대형마트도 한숨… "평상시 판매가 더 높을지도"
  • ▲ 3일 오후 찾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 ⓒ임소현 기자
    ▲ 3일 오후 찾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 ⓒ임소현 기자
    설 대목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모양새다.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없을 뿐더러 수입이 줄어든 사람들은 많지만 체감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혔다.

    지난 3일 오전 11시30분께 찾은 서울 용산구 후암동 후암시장.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불 꺼진 시장 안쪽은 '설날 행사 장소'라고 안내문이 붙어있었지만 활기는 없었다.

    설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예년이라면 명절음식 준비는 물론, 설 선물세트를 마련하려는 사람들로 붐벼야 하지만 올해는 고요했다. 
  • ▲ 서울 용산구 후암동 후암시장. ⓒ임소현 기자
    ▲ 서울 용산구 후암동 후암시장. ⓒ임소현 기자
    후암시장에서 정육점을 10년 넘게 운영한 박상희(가명·30)씨는 "손님이 아예 오가지를 않는데다 가족들을 못 모이게 하다보니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소비를 할 돈이 없지 않나. 지난 10년래 최악"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찾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영등포 전통시장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수년간 장사를 한 김윤미(가명·50)씨는 "여기가 원래 서울 3대 시장이고, 이 시간이면 사람에 치여서 일부러 때려도 모를 정도"라며 "그런데 지금 텅텅 빈 것만 봐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건지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특히 설 대목 앞에 이 정도인 것은 거의 예상 불가능한 정도라고 봐야한다"며 "원래 설 연휴 앞두고는 (인파가) 말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남부권에서 유서깊은 시장 중 하나인 영등포 전통시장은 넓은데다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만큼 평시는 물론이고 설을 앞두고는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지만 이날은 한적하기만 했다. 시장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상인은 "말하고 싶지도 않다"며 손을 내저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방침 강화로 인해 소비자들의 발길이 극도로 끊긴 것은 물론이고, 최근 계란, 대파, 고기 등 대부분의 시장 취급 품목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도 한 몫 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농산물과 축산물 등 밥상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채소·과일 등 농산물이 한파 영향으로 생산량이 줄면서 전년 동월 대비 11.2% 올랐다.

    특히 파(76.9%), 양파(60.2%), 사과(45.5%), 고춧가루(34.4%) 등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축산물 가격도 11.5% 상승했다. AI 확산으로 달걀이 15.2% 올랐고, 닭고기도 7.5% 올랐다. 계란 가격은 지난해 3월(20.3%)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이 외에도 돼지고기(18%), 국산쇠고기(10%)도 오르며 설 명절을 앞두고 먹거리 가격이 전반적으로 크게 올랐다.

    상황은 대형마트도 다르지 않았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상 농축수산 선물 가액이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됐지만 온라인 위주로 변화한 소비 패턴과 체감 물가 상승으로 인해 지갑이 닫힌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마트의 선물세트 매대는 꽉꽉 들어차 있었지만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었다.

    직원 박민주(가명·40)씨는 "사전 예약이 모두 끝나고 본판매인데, 택배로 부칠 수 있는 사전예약에는 그래도 손님이 좀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사전 예약도 예년에 비하면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평상시 판매가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가족 방문을 하지 않으니) 직접 선물세트를 들고 가려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고 아마 온라인으로 다 사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며 "선물세트를 사는 사람들도 자꾸 더 싼거, 저렴한 걸 찾는다"라고 전했다.
  • ▲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마트 설 선물세트 매대. ⓒ임소현 기자
    ▲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마트 설 선물세트 매대. ⓒ임소현 기자
    또 다른 판촉직원 이윤정(가명·50)씨는 "여기는 주말에 사람이 더 없다"며 "그래도 평일에는 주변 직장인들이 잠깐 짬을 내서 들러 선물세트를 주문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은데, 주말에는 아예 마트에 사람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극도로 위축된 소비심리에 대형마트도 전통시장도 막막함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상인들은 입을 모아 코로나19 사태가 막 시작됐던 지난 설과는 아예 비교가 불가하고, 코로나19 사태 속 맞이한 지난 추석보다도 이번 설 명절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설명한다.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역시 바닥을 친 매출을 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현재 3차 지원금 지급을 진행 중이다. 280만명의 소상공인에 최대 300만원 지급을 목표로 총 4조1000억원을 배정한 버팀목 자금은 268만5천명에 총 3조7000억원 지급을 마쳤다.

    외식업계 역시 장기화되는 영업제한과 물가 상승, 설 연휴 배달료 할증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금 규모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집단행동 가능성까지 대두된다.

    일본은 영업을 단축할 경우 1일 6만엔(약 60만원), 1개월 180만엔(약 1800만원)까지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설 대목에 어떻게 장사를 하고, 버텨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며 "정부 지원금으로는 임대료도 못 내는 곳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