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부평 2공장, 반도체 없어 감산현대차·기아 "재고 확보, 예의주시"장기화 국면… 중장기적 영향 불가피
  • ▲ 수출부두에 자동차가 있는 모습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현대자동차그룹
    ▲ 수출부두에 자동차가 있는 모습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현대자동차그룹
    반도체 부족의 충격파가 자동차산업을 덮치고 있다. 반도체가 없어 공장을 멈춰 세우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영향이 없다던 한국GM은 부평 2공장 가동을 절반으로 줄인다.

    현대차와 기아 등도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반도체 품귀 현상이 국내에 옮겨붙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수급 상황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오는 8일부터 캔자스주 페어팩스, 캐나다 온타리오주 잉거솔 등의 공장 생산을 완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부평 2공장의 경우 감산 계획을 내놨다. 가동을 기존의 절반으로 낮춰 생산 대수는 월 1만여 대에서 5000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세단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는 곳이다. 트랙스는 지난해 기준 8만여 대가 수출됐는데, 이번 대란에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반도체 수급 방안을 찾는 중”이라며 “수요가 많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을 계속 생산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은 반도체 공급 상황이 유동적이라는 점을 반영해 부평 2공장의 생산 계획을 주간 단위로 운영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는 아직까지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영향을 받진 않고 있다. 현대차 측은 “재고 확보 등 조치를 취해 당장 공장이 멈추는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기아 역시 지난달 말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10월부터 공급 체계를 점검하고 집중 관리하기 시작했다”며 “다만 몇 개월분과 같은 구체적 수치는 밝히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함께 재고를 2~3개월치 정도 쌓아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공급 대란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에 국내 업체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에서 “오는 3분기(7~9월)까지 반도체 품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1분기(1~3월) 전 세계 완성차 업체의 생산은 67만2000대 줄어들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로 차가 팔리지 않자 반도체 주문을 줄였는데, 최근 수요가 살아나 조달에 어려움이 생긴 것이다. 동시에 가전제품이나 PC 주변기기 관련 수요는 폭증하며 시장 불안은 더 커졌다.

    이미 아우디, 폭스바겐, 포드, 토요타,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은 직원을 일시 휴직시키고 생산을 조절하고 있다.

    독일 정부와 업계가 1위 반도체 위택생산 기업인 TSMC에 증산 요청을 했지만 조기 해결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TSMC 매출액에서 차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가량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고 크기 및 사양이 달라 생산라인 증설을 미뤄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가격을 인상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IHS마킷의 보고서는 “늘어나는 수요와 공급 부족이 동시에 일어났다”며 “이 두 가지 문제를 조절하지 않는 이상 반도체 품귀 현상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수요 동향을 파악하는 등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영향권을 벗어날 순 없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