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범 교수팀, 세계 최초 대규모 장기 코호트 연구 배뇨기능, 남성 성기능, 신체 만족감 등 긍정적 지표 확인
  • ▲ 강성범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 강성범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항문에 근접한 하부 직장암 환자 중 항문을 보존하는 ‘괄약근 보존술’이 항문을 제거하는 ‘복회음 절제술’ 대비 배뇨 기능과 남성 성기능, 신체에 대한 만족도 측면에서 우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기검진의 활성화와 의료기술 발달에 힘입어, 국내 직장암 5년 생존율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71.1%에 달한다. 이제 단순히 생존율을 높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환자가 수술 후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삶의 질을 담보하는 치료방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강성범 교수 연구팀은 2011년에서 2016년까지 국내 6개 병원에서 괄약근 보존술을 받은 268명의 환자와, 복회음 절제술을 받은 74명의 환자를 3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를 8일 공개했다. 

    수술 3년 후 포괄적 삶의 질 지수는 괄약근 보존술 그룹에서 64.2점, 복회음 절제술 그룹은 57.7점으로, 항문을 보존할 경우 삶의 질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삶의 질 관련 설문을 항목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배뇨기능과 남성 성기능, 신체에 대한 만족감에 있어서 괄약근 보존술을 받은 그룹이 월등했다. 

    수술 3년 후 배뇨장애 점수는 괄약근 보존술을 받은 그룹이 14점인 반면, 복회음 절제술을 받은 그룹에서는 23.3점에 달해, 항문을 절제한 환자가 겪는 배뇨장애가 더 심각했다. 

    덧붙여 남성 성기능 장애 점수도 괄약근 보존술 그룹에서는 46점에 그쳤지만, 복회음 절제술 그룹에서는 72.9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배뇨장애 점수 및 남성 성기능 장애 점수는 수치가 높을수록 관련 기능이 떨어진다. 

    강성범 교수는 “기존에는 항문과 근접한 곳에 직장암이 발생하는 경우, 항문을 보존할 때 나타나는 변실금 등의 저위전방절제증후군이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는 판단에 복회음 절제술을 주로 시행했다. 그러나 서구권에서는 광범위하게 권장되는 수술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암방사선 치료 및 최소침습수술의 발달에 힘입어 직장암의 크기를 최소화 한 후 괄약근 보존술을 시행하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하부 직장암이라 하더라도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항문 보존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분당서울대병원 강성범 교수를 비롯해 서울대병원 박규주, 정승용 교수, 국립암센터 오재환 박사, 보라매병원 허승철 교수, 한림대병원 박형철 교수, 대항병원 육의곤 박사를 포함한 6개 병원 연구진들의 공동 참여로 이뤄졌다. 

    관련 논문은 저명 의학저널 란셋의 자매지로 2020년 8월 창간된 ‘Lancet Regional Health - Western Pacific’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