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주 배당 1만1100원 아닌 1만1050원 제안했어야"우선주 배당금 오류 주장에 박철완 상무 측 "법적 하자 없어" 맞불'배당 확대' 기관-투자자 표심 잡을 핵심사안… 선점 위한 신경전 돌입
  • ▲ 서울 중구 소재 금호석유화학 본사. ⓒ권창회 기자
    ▲ 서울 중구 소재 금호석유화학 본사. ⓒ권창회 기자
    금호석유화학의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삼촌과 조카의 기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주총 향방을 가를 '배당 확대'를 두고 양측이 상반된 모습을 보이면서 주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다음 달 주총에서 박철완 상무가 제안한 현금 배당안을 안건으로 올리지 않는 것을 검토 중이다. 박 상무 제안이 회사 정관상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관을 보면 보통주와 우선주 간 차등 가능한 현금배당액은 액면가(5000원)의 1%인 50원이다.

    박 상무가 보통주 현금 배당액으로 제시한 것은 주당 1만1000원이다. 지난해 배당액 1500원의 7배 수준이다. 이 기준으로 우선주는 주당 1만1050원을 제시했어야 한다. 하지만 박 상무가 제안한 것은 1만1100원으로, 액면가의 2%인 100원을 차등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배당률 산정에 명백한 오류가 있어 주주제안 안건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오류는 지난 19일 박 상무 측이 회사를 상대로 한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심문 과정에서 드러났다.

    금호석유화학 측이 "박 상무의 배당안에 착오가 있다"고 하자, 박 상무 측이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내용증명 확인 후 주주명부 제공을 협의하라"며 심문을 마감했다.

    업계에서는 박 상무 측이 뒤늦게 내용을 바꾸더라도 주총 안건 상정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주총 개최 6주 전까지 주주제안을 해야 하는데, 이미 기한을 넘겼기 때문이다. 주총은 다음달 26일 열릴 예정이다.

    배당안은 한 개 안건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우선주 배당안이 성립되지 않으면 보통주 배당안도 자동폐기되는지 여부를 회사 측은 들여다보고 있다.

    대개 고배당 요구는 적대적 M&A시 공격자 측이 쓰는 전략이다.

    박 상무도 지난달 제출한 주주제안에서 이사회에 자신과 자신이 지명한 후보를 넣어달라는 요구와 함께 파격적으로 배당을 늘리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른 기관투자가들을 자기편을 끌어들여 불리한 표 대결 판세를 바꾸기 위해서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74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3653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며 2011년 8390억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번 수익과 그동안 쌓인 현금을 주주들에게 돌려달라는 주장은 기존 주주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그러하다. 지분이 8.16%에 달해 대주주를 제외하면 가장 많다. 박 상무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배당으로 약 273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 지분 10%를 보유한 박 상무가 국민연금 표를 얻으면 18.16%로, 박 회장 측 14.86%를 넘어선다.

    하지만 박 상무의 파격 배당안이 주총에서 상정조차 안 된다면 국민연금은 커녕 다른 기관들도 박 상무를 지지할 명분이 사라진다. 박 상무로서는 배당안을 반드시 상정시켜야 하고, 박 회장은 이를 저지시켜야 하는 형세다.
  • ▲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금호석유화학그룹
    ▲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금호석유화학그룹
    이와 관련, 박 상무는 법무대리인 케이엘파트너스를 통해 "주주제안 안건 중 현금배당안이 3월 예정된 주총에 안건으로 상정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금호석유화학은 주주제안을 거부할 사유가 없다"고 밝혔다.

    박 상무 측은 "우리가 제안한 우선주 배당 금액이 과거 회사의 이사회 결의에서 정한 발행조건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2억원가량 초과한다는 이유로 금호석유화학 측은 위법한 주주제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회사의 정관이나 등기부등본상 기재에 비춰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고, 현재 회사가 주장하는 우선주 발행조건은 회사가 등기부에서 임의로 말소시킨 까닭에 주주가 알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박 상무는 "우선주 배당금은 보통주 배당금에 연동하는 것이므로 회사가 내세우는 이유는 주주제안을 거부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호석유화학 정관에는 구형 우선주의 발행조건이 규정돼 있지 않고 '무의결권 배당우선주식에 대하여는 액면가액을 기준으로 하여 연 1% 이상 20% 이내에서 발행시에 이사회가 정한 우선배당률에 따른 금액을 금전으로 배당한다'고만 규정한 점을 지적했다.

    박 상무는 주주제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힐 것을 예고했다. 배당 등 그동안 부족했던 주주친화정책을 중심으로 본인이 이사회에 참여해야 할 이유 등을 이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엘파트너스는 "박 상무는 개인 최대 주주이자 임원으로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당한 주주제안을 하고 있다"며 "조만간 주주제안에 대한 자세한 입장과 취지를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주주제안이 일부 오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관련 내용을 검토할 것이고, 주총 안건 여부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상무는 지난달 말 박 회장 측과 공동보유관계를 해소한다는 내용의 공시를 냈다. 아울러 비슷한 시기인 지난달 26일 회사 측에 △본인의 사내이사 추천 △사외아사·감사 추천 △배당 확대 등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분쟁에 대한 선전포고로 해석됐다.

    박 상무는 금호그룹 3대 회장인 故박정구 회장의 아들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인 박인천 회장의 둘째 아들이 박정구 회장, 박찬구 회장이 넷째 아들로, 박찬구 회장이 박 상무의 삼촌이다.

    2009년 숙부인 박삼구-박찬구 회장 간의 '형제의 난' 당시 박삼구 회장 편에 섰다가 이후 관계가 내내 좋지 않았다. 2010년 "박 회장이 독단적으로 경영한다"며 채권단에 서한을 보냈을 정도다. 2019년 주총에서는 박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연장안에 '기권'표를 던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