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外 아파트거래도 확인…특수부에 수사 의뢰丁총리 "모든 의혹 샅샅이 뒤져 이익 환수"청와대도 전수조사 "비서관급 의심사례 없어"
  • ▲ LH 땅투기 의심 현장.ⓒ뉴데일리DB
    ▲ LH 땅투기 의심 현장.ⓒ뉴데일리DB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1차 조사를 벌인 결과 총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애초 시민사회단체는 LH 전·현직 직원 14명의 투기 의혹을 제기했으나 국토교통부 확인 결과 13명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고 이번 정부 차원의 1차 전수조사에서 추가로 7명의 의심 사례가 적발됐다.

    이번에 확인된 20명중 11명의 투기 의심 사례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있을 때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제기한 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집단 투기 의혹을 조사중인 정부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은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토부와 LH 임직원을 대상으로 벌인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조단이 꾸려진 지 1주일 만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브리핑에서 "총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 모두 LH 직원으로 보고받았다"면서 "추가 조사를 신속히 해서 결과가 나오는 대로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20명 모두 투기를 인정했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조사는 토지대장과 부동산 거래내용을 통해 의심 사례를 확인했을 뿐 수사를 한 건 아니다"면서 "앞으로 수사가 이뤄지도록 관련 자료를 이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늑장조사라는 지적에 대해 "처음부터 수사를 맡겼으면 지금쯤 기초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국민은 수사가 장기간 진행되고 아무런 발표도 없으면 더 분노할 거다. 정부로선 할 수 있는 자료 확인을 통해 수사가 빠르게 이뤄지도록 준비작업을 한 성격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번 1차 조사대상은 국토부 직원 4500여명과 LH 직원 9900여명 등 총 1만4500여명이다. 합조단은 국토부의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에 조사대상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넣어 조회하는 방식으로 이들이 3기 신도시 6곳(광명 시흥·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고양 창릉·부천 대장)과 택지면적 100만㎡ 이상인 과천지구, 안산 장상지구 등 8개 택지에 미리 투자했는지를 조사했다.

    이날 청와대도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전 직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토지거래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1차로 비서관급 고위공직자와 배우자 등 368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부동산 투기 의심 거래는 없는 거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 수석은 "(신도시) 인접지역에 주택을 산 2건을 확인했으나 사업지구 외 정상거래였으며 실거주하는 아파트로, 재산등록도 돼 있는 거로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정 수상은 "청와대는 행정관 이후 전 직원과 배우자, 직계가족 3714명에 대한 토지거래 내용을 자체 조사하고 있다. 조사가 완료되면 조속히 발표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 ▲ LH 땅투기 의혹 1차 조사결과 브리핑하는 정세균 총리.ⓒ연합뉴스
    ▲ LH 땅투기 의혹 1차 조사결과 브리핑하는 정세균 총리.ⓒ연합뉴스
    앞으로 있을 2차 조사의 대상은 국토부·LH 직원의 가족, 지방자치단체·지방 공기업의 직원(9000여명)과 그 가족이다. 수만명, 최대 10만여명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 총리는 "정부는 국민의 꿈과 희망을 악용한 공기업과 공무원의 범죄를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모든 의심을 이 잡듯 뒤져 티끌만 한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명거래 등 투기 의혹은 수사기관이 포함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서 철저히 수사해 불법 행위는 반드시 처벌받게 할 것"이라며 "애초 합조단이 맡기로 했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 대한 조사도 특수본에서 수사토록 하겠다. 아울러 국민권익위원회도 투기 신고내용을 철저히 조사해 따로 국민께 보고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합조단은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를 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조사를 강제 수사권이 있는 경찰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정 총리는 '1·2기 신도시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거냐'는 물음에 "일단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하나 성역 없이 문제 있는 부분을 다 확인해서 발본색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 투기행위를 한 공직자 등은 곧바로 퇴출하겠다"며 "현재의 법과 제도를 총동원해 투기이익을 빠짐없이 환수하겠다"고 했다.

    한편 합조단은 해외체류 등을 제외하고 조사에 필요한 개인정보 이용에 응하지 않은 국토부 1명, LH 11명 등 총 12명의 직원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이번 1차 조사결과는 그동안 말로만 전해지던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를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친척들 부자 만들어준다는 얘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면서 "대부분은 배우자·친지 등을 통해 차명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1차 조사에서 확인된 규모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광명·시흥지구에서만 14명의 지자체 직원이 신도시 예정지 땅을 산 것으로 드러난 상태다.

    문재인 정권 들어 주거복지로드맵이나 수도권 30만 가구 건설계획 등으로 조성이 추진되고 있는 택지까지 다 합하면 면적이 7200만㎡에 달한다. 신규 택지 가운데 신도시급이 아닌 중소 규모 택지 2300만㎡쯤은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일각에선 돈의 흐름과 내부 정보를 활용한 정황 등을 파악하려면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데도 정부가 셀프조사를 벌이다 여론에 떠밀려 의혹이 제기된 지 8일 만에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뒷북·늑장조사로 증거인멸의 시간을 벌어준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 ▲ LH.ⓒ연합뉴스
    ▲ LH.ⓒ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