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사장에 김춘진 전 의원 임명… 전북 선대위원장 지내농식품분야서 잔뼈 굵은 김경규 前농진청장 제쳐 눈총인천공항공사 김경욱·LX 자회사 강성옥 사장 등 무늬만 공모
  • ▲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이 다가오면서 공공기관에 보은 성격의 '낙하산' 인사가 횡행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집단 땅 투기 의혹으로 공공기관 등에 대한 불신의 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가속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제19대 사장에 김춘진 전 국회의원이 임명돼 16일 취임식이 열릴 예정이다.

    김 신임사장은 17~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농림어업·국민 식생활발전포럼 상임대표, 더불어민주당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확산방지특별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전북 총괄 선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하지만 농해수위 활동은 3선의 의정활동 기간 중 2012~2014년 1년10개월간이 전부다. 나머지는 여성가족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교육과학기술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7년 전 국회 상임위 활동을 밑천 삼아 aT 사장에 낙점된 셈이다. 사실상 문 대통령의 지역 선대위원장 이력이 임명에 '플러스알파(+α)'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공모 초기부터 낙하산·내정설이 돌았다"고 전했다.

    지난 1월 시작된 사장 공개모집에는 6명쯤의 인사가 출사표를 던졌고, aT 사장추천위원회는 면접 등을 거쳐 김 신임사장과 김경규 전 농촌진흥청장 등 2명을 최종 후보군으로 압축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치고 지난해 8월까지 농진청을 이끌었던 김 전 청장을 제친 것에 대해 세종관가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김 신임사장은 전주고와 경희대 치대를 졸업한 뒤 개원의로 있다가 국민의정부 시절 DJ(김대중) 치과주치의로 발탁되면서 정계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치과의사 경력 때문에 국회에서도 주로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했다. 문 대통령과는 경희대 동문이다.
  • ▲ 김춘진 사장.ⓒaT
    ▲ 김춘진 사장.ⓒaT
    지난달에는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한국국토정보공사(LX) 자회사 'LX 파트너스' 대표이사로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부위원장 출신의 강성옥씨가 임명돼 낙하산 논란을 빚었다. 강 대표이사는 군산시의회 시의원,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민소통특별위원, 민주당 군산지역위원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달 초 인천국제공항공사 제9대 사장에 취임한 김경욱 사장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 사장은 국토교통부 제2차관 출신으로 국토부 철도국장, 교통물류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국토부에서 교통물류실장과 2차관을 거쳤지만, 업무를 본 기간이 각각 8개월과 7개월여에 불과해 항공분야 전문성을 두고는 논란이 일었다. 김 사장은 2019년 차관으로 승진한 지 7개월여 만에 하차하고 지난해 총선에서 고향인 충북 충주지역에 여당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김 사장은 낙선 이후 여러 곳에서 하마평에 올랐다. 총선에서 패한 후보들에게 한자리 마련해주려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세종에 사는 한 고위공직자는 "가뜩이나 LH 땅 투기 의혹으로 국민의 공분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정권 말 낙하산 인사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가 정권에 대한 불신만 부채질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