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순회항소법원 항소 절차까지 미뤄달라"ITC 결정 재앙적… 일자리-환경 정책 악영향김준 사장-김종훈 의장 美 체류… 뒤집기 총력
  •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사건과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구제명령을 유예해달라고 청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청원을 통해 배터리 공장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으며 이로 인한 수천 개의 일자리와 환경적 가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0년간 미국 내 배터리 제품 수입금지 등을 결정한 ITC의 결정을 향후 연방순회항소법원 항소 절차까지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청원은 절차상 의례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향후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빚어질 부정적 효과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ITC는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가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미국 내 수입 금지 10년’을 명령했다. 다만 포드의 전기픽업트럭 F150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4년간, 폭스바겐 MEB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2년간, 이미 판매 중인 기아 전기차용 배터리 수리 및 교체를 위한 전지 제품에 대해서는 수입을 허용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청원에서 "위원회의 이번 구제명령은 재앙적"이라며 "SK뿐만 아니라 미국의 공익에도 장기적으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SK는 미국 조지아주에 수십억 달러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며 "위원회의 이번 명령은 결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포기로 이끌고 수천 개의 일자리와 환경적 가치가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폭스바겐 전기차 플랫폼(MEB)과 포드 전기트럭 F-150에 유예조치가 내려졌지만, SK의 설비투자에서 유의미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조지아 공장 건설을 종료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을 바꾸진 못한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1공장(9.8GWh)과 2공장(11.7GWh)을 건설하고 있다. 각각 내년 1분기, 내후년 양산을 목표하고 있으며, 총 투자 규모는 3조원에 달한다.

    배터리 분쟁을 둘러싼 마지막 변수로는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떠오르고 있다. ITC 최종판결은 대통령이 효력 발생을 확정하기 때문에 거부권 사용 여부에 대한 관심도 높다. 거부권 시한은 오는 4월 11일이다.

    이에 따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통상교섭본부장 출신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은 최근 미국에서 체류하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위해 설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주주총회 개최 전날인 지난 25일 미국 출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 사장은 이번 출장에서 현지 공장 점검 및 미국 정부 관계자 등과 자리를 갖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 사장의 출장에 앞서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도 미국에 체류하며 ITC 제재 부당성을 알리고 있다. 김 의장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한미FTA 협상을 주도했고, 미국 내 정치권·기업·학계 등 다양한 인맥을 갖췄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김 의장이 만난 미국 정부 및 정치권 관계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배터리 수입금지 조치 여부에 따른 피해 등을 언급하며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SK이노베이션은 샐리 예이츠(Sally Yates) 전 법무부 차관을 영입하는 등  ITC 최종판결 뒤집기를 위해 현지 인력도 총동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