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아지노모도농심푸즈 2년째 평가손실 반영… 장부가 반토막지난해 매출 27억원에 순손실 34억원… 매출 늘었지만 적자 커져전범기업 아지노모도 논란에 일본 불매 겹치며 시장 반응 ‘싸늘’
  • ▲ 지난 2017년 박준 농심 대표이사와 니시이 다카아키 아지노모도 사장이 합작회사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 ⓒ농심
    ▲ 지난 2017년 박준 농심 대표이사와 니시이 다카아키 아지노모도 사장이 합작회사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 ⓒ농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호실적을 기록 중인 농심에게도 아픈 손가락은 있다. 일본 아지노모도와 합작해서 설립한 아지노모도농심푸즈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불매’와 함께 전범기업이라는 낙인이 주효했다.

    농심은 지난해 합작사 아지노모도농심푸즈의 적자에 대한 지분법평가손실을 반영하면서 장부가액이 반토막이 났다. 합작사가 출범한지 약 3년만이다.

    8일 농심에 따르면 아지노모도농심푸즈는 지난해 매출 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 4억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성장이지만 2018년 주력제품인 ‘보노스프’의 매출이 230억원에 달하던 것과 비교하면 부진을 면치 못한 것.

    이로 인한 아지노모도농심푸즈의 지난해 순손실은 34억원. 전년보다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농심의 지분법평가손실도 커지는 중이다. 

    농심이 지난해 반영한 아지노모도농심푸즈의 지분법평가손실은 17억원으로 전년의 13억원보다 더 커졌다. 2018년 합병 당시 62억원으로 평가됐던 아지노모도농심푸즈의 장부가액이 3년만에 32억원으로 반토막 난 셈이다.

    농심 관계자는 “2018년 공장 준공되고 가동됐지만 아무래도 초기이다 보니 가동률이 받쳐주지 못했다”면서 “이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면서 자산가치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일본과의 외교갈등으로 인한 ‘일본불매’가 자리하고 있다. 

    아지노모도농심푸즈는 지난 2018년 일본의 식품기업인 아지노모도와 농심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아지노모도와 농심이 자본금 130억원 중 각각 51%, 49%를 출자했다. 농심이 아지노모도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던 ‘보노스프’를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문제는 공교롭게도 이듬해인 2019년부터 강제징용 판결로 촉발된 한일 갈등에서 ‘일본불매’운동이 본격화됐다는 점이다. 

    일본 관련 상품의 매출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와중에 아지노모도농심푸즈는 각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아지노모도가 전범기업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은 탓이다. 이명수 미래통합당 의원이 2012년 발표한 현존하는 전범기업 34곳의 명단에 아지노모도가 포함돼 있다.

    실제 아지노모도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을 강제로 동원해 노역을 시킨 전력이 있다. 심지어 일본 후쇼샤의 역사왜곡 교과서를 후원하는 기업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스즈키 사부로스케(鈴木 三郎助) 아지노모도 명예회장은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들과 손을 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한 농심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농민의 마음을 사명으로 삼은 농심이 전범기업과 합작으로 국내 생산에 나서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논란은 아지노모도농심푸즈의 부진한 출발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 입장에서는 국내 스프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지노모도와 손잡은 것인데 그 성과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