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 변경 1년만에 1조 흑자. 10년 적자 털어해상운임 강세 계속, 올해 영업익 2.5조 넘을 듯벌써 인수설 분분, 포스코 이어 현대차, CJ대한통운 등1.5조 달하는 인수자금, 막대한 부채는 부담 산은 '고심'
  • 유례없는 호실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HMM의 매각시점이 저울질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상운임이 급등하면서 HMM 몸값이 급등한 지금 산업은행도 보유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HMM 8일 3만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3월 2120원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15배 가까이 올랐다. 

    9일 시장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따른 물동량 증가로 해상운임이 지난해 보다 3배 오른데다, 얼마전 수에즈 운하 사고까지 겹치면서 올해도 상승세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통상 컨테이너 운임이 가장 높은 3분기까지는 무난히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증권가가 내다보는 1분기 실적은 매출 2조2000억원 수준에 영업이익 8000억원 가량이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9808억원에 육박한다.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2조5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몸값이 크게 뛰면서 산업은행도 매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산은은 지분 12.6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매각 방식은 2대 주주 신용보증기금의 7.51%와 합친 20.12%를 내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절차의 핵심인 기업결합심사 통과 언저리에서 산은이 HMM 매각발표를 하지 않겠느냐고 예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임기 마지막해를 달리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마침표로 HMM 홀로서기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 부산항에 정박중인 HMM 컨테이너선ⓒ자료사진
    ▲ 부산항에 정박중인 HMM 컨테이너선ⓒ자료사진
    문제는 인수자를 찾는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CJ대한통운 등을 물망에 올리지만 1조5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인수자금이나 잔뜩 붙은 부채를 짊어질 기업이 쉽게 나타나지 않을 공산이 있다. 

    HMM 시가총액은 10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은 455.11%다. 정부 입김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포스코가 인수 후보군에 떠오른 이유다.

    실제로 지난달 쏟아진 전환사채 물량 2400억원으로 3만4000원대 까지 올라선 주가는 29000원까지 떨어지며 조정을 겪었다. 6월 만기가 돌아오는 산은의 전환 가능한 주식은 6000만 주다. 기존 상장 주식의 17.6%에 달한다. 이 물량이 시장에 나온다면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혜 시비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산은이 채권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인수 후보군에 오른 기업들의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도 변수다. 

    현대차 그룹의 경우 현대글로비스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손을 내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업계 분위기는 아리송하다. 현대글로비스가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최근 인수한데다, 최대 주주인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HMM 보유 지분을 처분했다. 현대차 그룹은 2016년 정부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물류회사 판토스를 포함한 LG상사 등을 분리하는 LG그룹이나 북미 시장 확장에 나선 CJ그룹도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지만 아직은 관망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는 수준"이라며 "국적 해운사의 매각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산은이 HMM 민영화 방안을 보고했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기재부를 중심으로 경우의 수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