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부동산신탁사 14곳 합산 순손실 4055억신탁추진 재건축단지 '불안'…1기신도시 분당만 10여곳반대여론 확산·사업차질 우려…"빠른 사업 강점 희석돼"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부동산신탁사들이 건설경기 침체, 책임준공사업 부실 여파로 적자늪에 빠지면서 1기신도시를 비롯한 주택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탁방식 재건축 추진단지가 적잖은 만큼 신탁사 재정부실이 주택공급 지연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일부 사업장에선 신탁방식 재건축에 대한 회의론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21일 금융·정비업계에 따르면 부동산신탁사들의 적자 규모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다.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부동산신탁사 14곳의 지난해 합산 순손실이 4055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연간실적도 심각한 수준이다. 각사가 공개한 업무보고서를 보면 교보자산신탁은 지난해 3120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2023년 375억원 영업손실에서 적자폭이 1년만에 730%나 급증했다.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무궁화신탁 경우 2023년 영업이익 164억원에서 지난해 영업손실 76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부동산신탁사 부실이 확대되면서 정비업계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미 공사비 상승 등으로 추가분담금 우려가 커진 가운데 신탁사 부실이라는 또다른 악재가 겹친 까닭이다.

    그동안 신탁사들은 '안정성'과 '빠른 사업 추진'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재건축시장을 공략해왔다.

    주민간 갈등, 빈번한 사업 지연 등으로 기존 조합 방식에 염증을 느꼈던 재건축 추진단지들은 너도나도 신탁방식으로 사업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사업을 빠르게 확장해온 신탁사들이 재정난에 발목을 잡히면서 재건축단지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한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신탁사를 믿고 가도 되나', '사업이 되려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는 주민들이 적잖다"며 "실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사업에 직접적인 차질이 생기진 않겠지만 주민들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 고양시 일산신도시 전경. ⓒ뉴데일리DB
    ▲ 고양시 일산신도시 전경. ⓒ뉴데일리DB
    공급난 우려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신탁방식에 불안감을 느낀 주민들이 조합방식으로 다시 사업방향을 전환하거나, 신탁사 재정난에 사업이 지연될 경우 주택공급 플랜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실적쇼크를 겪은 교보자산신탁 경우 성남시 분당 까치마을1․2과 하얀마을5단지 등에서 재건축을 추진중이다.

    특히 1기신도시 가운데 분당은 신탁방식 사업장이 10여곳에 이르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도 신시가지아파트 단지 14곳중 8곳이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총 3만6000가구에 이르는 1기신도시와 도심 재건축 핵심인 목동 등에서 사업이 지연될 경우 주택 공급절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공급난은 현실이 되고 있다. 부동산R114 통계를 보면 이달 수도권 아파트 분양예정물량은 6625가구 지난해 월평균인 1만1178가구대비 59.3% 수준에 그쳤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신탁사 부실 관련 이슈가 지속되면 신탁방식 재건축에 대한 부정여론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공사비 이슈 등으로 신속성이라는 신탁방식 장점도 상당부분 희석된 상황이라 사업방향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