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불가리스 항바이러스성, 코로나19 억제할 가능성 희박”음용, 임상실험 전혀 없이 숙주 세포에 ‘불가리스’ 투여 실험심포지엄 주최 한국의과학연구원, 남양유업으로부터 연구용역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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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어요. 그렇다고 술을 마시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억제되나요?”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가 유제품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예방 효과에 대해 평가한 말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남양유업의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으리라는 최근 발표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실험 결과는 커녕 잘 봐줘도 ‘예상’이나 ‘기대’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가설을 맹신하다가는 방역의 사각지대에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13일 서울 중림동 LW컨벤션에서 열린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는 남양유업의 ‘불가리스’가 가진 항바이러스 기능성에 대한 연구 발표가 이뤄졌다.여기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불가리스’의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고 코로나19 억제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효과를 확인했다는 발표였다.이날 발표 자료에는 “안정성이 담보돼 있는 식품(발효유)에 대한 실험결과로 1회 음용량(150ml) 및 구강을 통해 음용되는 점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 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결론 및 의견을 냈다.이에 따른 반응은 뜨거웠다. 발표 직후 남양유업의 주가는 전일 대비 8.57% 상승한 38만원에 장을 마감했고 시간 외 거래에서는 10% 더 오른 41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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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같은 연구결과가 실제 코로나19의 예방효과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날 발표된 실험연구 결과는 불가리스를 넣은 숙주세포의 바이러스 감소율을 측정한 것이다. 당연히 음용에 대한 임상결과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험실 시험한 것으로 임상과 연계해서 결론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바이러스는 건조한 곳에만 둬도 빠르게 죽는다. 인체에서 어떤 효과가 있는지가 규명이 돼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코로나19는 식도가 아니라 호흡기를 통해 폐로 전염되는 바이러스”라며 “억제 효과에 대한 가설도 ‘불가리스’를 마실 때 식도가 아닌 기도로 흘러가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기모란 교수 역시 “예전에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살균제를 먹어서 코로나19를 퇴치시키겠다는 말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실험실에서 시험한 인비트로(In-Vitro)는 가설을 세울 수는 있지만 그걸 가지고 모든 걸 다 뛰어넘어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오히려 ‘불가리스’에 대한 잘못된 신뢰가 자칫 코로나19 방역에 방해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남양유업 ‘불가리스’의 연구결과는 일종의 해프닝으로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발효유 제품의 항바이러스 영향에 대해 너무 과도한 의미와 해석을 부여했다는 것이다.이와 관련 남양유업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남양유업 관계자는 “해당 발표는 어디까지나 항바이러스 기능성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결과의 발표로 코로나19의 예방이나 억제효과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어디까지나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주관해서 연 행사로 남양유업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하지만 이 같은 남양유업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듣기는 석연찮은 점도 적지 않다.이번 발표를 주도한 한국의과학연구원은 남양유업으로부터 ‘불가리스’에 대한 연구용역을 받아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백순영 교수를 대신해 주제를 발표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 소장은 남양유업에서 33년간 근무해온 인사이기도 하다.
한편, 남양유업은 이날 행사가 끝난 직후 해당 심포지움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