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글로벌 발주 중 52% 싹쓸이선가 아직… 주력 선박 코로나 이전 겨우 회복 후판가 톤당 10만원 이상 올라
  • 국내 조선기업들이 글로벌 선박 발주를 휩쓸며 K-조선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선박을 확충하려는 추세 속에서 경쟁국인 일본, 중국을 멀찌감치 떨어뜨렸다. 하지만 여전히 싼가격에 파는 박리다매식 영업방식과 부쩍 오른 원자재값에 수주실적만큼 고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15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선박 발주량 1024만CGT 중 한국 조선소가 수주한 물량은 532만CGT로 점유율 52%를 차지했다. 3월만 놓고 봐도 전 세계 발주량 520만CGT 중 286만CGT(55%)를 따냈다. 1분기 누계실적 기준 중국은 426만CGT(42%)에 그쳤고, 일본은 35만CGT로 크게 뒤쳐졌다.

    수주 랠리는 컨테이너선과 초대형 유조선(VLCC)이 견인했다. 해상 물동량이 급증하고 유가가 회복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1만2000TEU급 이상 컨테이너선 수주량은 지난해 51만CGT에서 올해 445만CGT로 8배 이상 늘었다. VLCC도 98만CGT 규모 계약체결에 성공해 전년대비 227% 증가했다. 지난달 컨테이너선 20척을 한꺼번에 수주하며 사상 최대 규모 계약을 따낸 삼성중공업은 1분기만 선박 42척, 51억달러어치 일감을 확보했다. 올 한해 선박부문 수주목표치 46억달러를 1분기가 지나기도 전에 넘어선 것이다.
  • ▲ 위에서부터 대우조선해양의 VLCC 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의 LNG선ⓒ자료사진
    ▲ 위에서부터 대우조선해양의 VLCC 현대중공업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의 LNG선ⓒ자료사진
    폭발적인 수주량 증가에도 조선업계가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우선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만 5년간 중국에서 조선 패권을 넘겨준 이후 누적된 적자와 부채가 발목 잡고 있다. 사상 최대 계약을 체결한 삼성중공업의 경우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381억원 적자다.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247.54%로 6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상 선박 발주와 인도까지 1~2년 걸리는 조선업 특성상 수주량 보다 중요한 건 수주잔량이다. 일감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조선소를 돌려야 안정적인 수익이 난다는 얘기다. 수주잔량으로 보면 한국은 2438만CGT로 중국 2717만CGT에 밀린다. 아직 완전한 회복은 멀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선박 가격도 문제다. 3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전달대비 2포인트 상승한 130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1월 가격을 겨우 회복한 수준이다. 우리 주력 선박인 초대형 유조선의 경우 한 때 1억6000만 달러에 팔렸지만 지금은 9000만달러 안팎에 머문다. 1988년 선박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신조선가지수는 2014년 140포인트까지 오른 바 있다.

    선박 가격은 그대로인데 원자재 가격은 크게 올랐다. 철광석 가격이 1년만에 90달러에서 170달러까지 2배 가까이 비싸졌다. 업황 부진을 핑계로 선박용 후판 가격 인상을 막아왔지만, 결국 톤당 10만원 이상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올해부터 감축에 들어간 것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며 "조선기업들이 친환경 선박, 자율운항 기술 등 최첨단 기술개발에 목을 매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