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치 다시마 사려는 사람들 다녀가"사재기 조짐 조금씩 '고개'… 장기적 소비자 불안감 확대도 문제"'방사능 고등어' 전 수산식품으로 번질까 겁난다"
  • ▲ 15일 오전 6시 찾은 서울 중구 을지로 중부시장. ⓒ임소현 기자
    ▲ 15일 오전 6시 찾은 서울 중구 을지로 중부시장. ⓒ임소현 기자
    "10년 전에 일본 후쿠시마 사태 때 '방사능 고등어'라며 국민들이 고등어를 극도로 안 먹었잖아요. 그 사태가 발생할까봐 걱정돼죠. 코로나 사태 때문에 이미 워낙 힘든 상황인데,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사태까지) 거의 뭐 죽으라는 거죠."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사고 이후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공식 결정하면서 국내에서도 수산식품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방류 전 사재기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수산식품에 대한 '방사능 포비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원산지와 상관없이 제2의 고등어 판매 급감 사태가 수산식품 전 품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새벽 6시 찾은 국내 최대 규모의 건어물 시장인 서울 중구 을지로 중부시장. 아직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손수레 소리와 상인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새벽 4시면 문을 여는 이곳은 6시가 되자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열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뚝 끊긴 손님들의 발길 탓에 예의 북적이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건어물을 보러 나온 손님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 ▲ 15일 오전 6시 찾은 서울 중구 을지로 중부시장. ⓒ임소현 기자
    ▲ 15일 오전 6시 찾은 서울 중구 을지로 중부시장. ⓒ임소현 기자
    상인들에게 지난 13일부터 국내에 전해진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 방류 상황에 대해 묻자 대부분 우려 섞인 눈빛을 보였다.

    이곳에서 25년간 굴비 장사를 한 김유미(가명)씨는 "그저께부터 소식이 들려왔던 거 같은데 아직 타격이 있지는 않은데 서서히 오지 않겠나"라며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한) 걱정이 된다. 이미 코로나 사태 이후 (매출이) 바닥이고 점점 더 상황이 안좋아지기만 한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들과 도매업자들의 불안감은 사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평일인 14일, 대량으로 건어물을 사두려는 손님들이 이곳을 찾기도 했다.  

    이 시장에서 멸치, 다시마 등 건어물을 판매하고 있는 정준(가명)씨는 "어제 10명 가까이 건어물을 미리 사놓으려는 사람들이 찾았다"며 "1년치 먹을 다시마 양을 대량으로 사갔다"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 채널에서도 사재기 조짐은 심상치 않다.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13일과 14일, 전주 동기간(6일~7일) 대비 다시마(건다시마・생물다시마 포함) 판매량은 15% 증가했고, 멸치는 28% 증가했다. 황태와 북어도 같은기간 7% 늘었다.

    아직 시장 전체적으로 사재기 조짐이 번지지는 않았지만, 소식이 들려온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은만큼 사재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곳에서 40년간 건어물 판매를 해온 김준현(가명)씨는 "건어물은 수입이 많아서 아직 큰 영향을 체감하진 못했다"며 "사재기 관련해서도 아직 크게 느끼진 못했는데 (전반적인 판매에는) 영향이 100%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 ▲ 15일 오전 6시 찾은 서울 중구 을지로 중부시장. ⓒ임소현 기자
    ▲ 15일 오전 6시 찾은 서울 중구 을지로 중부시장. ⓒ임소현 기자
    또 다른 건어물 판매업자 박정현(가명)씨는 "건어물은 일본산이 거의 없고, 생태나 도미 같은 일본산 생물은 타격이 클 거라고 생각한다"며 "수산시장은 분위기가 더 안좋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한 국내산 수산식품의 타격 가능성에 대해 묻자 "실제 방류가 일어난 후에 지켜본 후 생각해볼 얘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사실 그렇게 따지면 태평양 전역, 전세계에서 나오는 수산식품이 전부 문제가 될게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낮춰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수백만톤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는 구상으로 국내외에서 많은 논란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의 실제 방류까지 2년 정도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선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킨 원자로 내의 용융된 핵연료를 식히는 순환 냉각수 관련 오염수가 하루 160~170톤씩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