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4주년 특별연설…정책실패 외부변수 탓으로 넘겨"부동산정책 죽비 맞고 정신 번쩍…남은 1년 보완노력"이재용 부회장 사면론 신중…"형평성·국민의견 들을 것""4%이상 경제성장 역량집중"…'임·박·노' 임명강행 시사
  • ▲ 취임 4주년 특별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취임 4주년 특별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을 맞아 부동산정책의 실패를 다시 한번 시인했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소주성) 등 정권 출범 초기부터 밀어붙인 일부 정책의 실패를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올해 한국 경제가 4% 이상 성장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며 경제 성장에 정부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선 신중한 접근 태도를 보였다.

    ◇"투기 금지 등 기조는 불변… 실수요자 보호는 당정청 협의해 보완"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부동산 정책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 됐다"며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드는 그런 자세로 남은 1년 새롭게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가격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는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엄중한 국민의 심판이 있었기에 그동안의 부동산 정책을 재검토하고 보완하려는 노력은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부동산 정책 기조가 △부동산 투기 금지 △실수요자 보호 △주택공급 확대 통한 시장 안정인데, 이런 정책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면서 "부동산 투기 방지가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거나 부담이 되는 부분은 조정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당·정·청 간 논의가 되고 있어 이 자리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당·정·청 협의를 통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 보완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선 "민간 주택공급에 더해 공공주도의 주택공급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집단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부동산 부패는 반드시 청산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 ▲ 질문받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질문받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능력 제쳐놓고 흠결만 따져…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 청문회서"

    문 대통령은 개각과 관련해 야당이 부적격 판단을 내린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야당이 반대한다고 검증이 실패했다 생각하지 않는다"며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에둘러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의 검증이 완결적인 건 아니며 인력과 기능에도 한계가 있다"면서도 논란이 된 세 후보자를 일일이 거론하며 야당의 흠집내기식 인사청문회를 비판했다. 일부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방안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은 유능한 장관을 발탁하고 싶다. 국민도 최고의 전문가, 능력자가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생각할 것"이라며 "청와대가 발탁한 이유가 있고 그분들(후보자)에게 기대하는 능력도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국토부는 주택공급 정책을 차질없이 집행하면서 불신의 대상이 된 만큼 외부에서 (후보자를) 능력을 갖춘 후보자를 고심해서 찾았다"고 부연했다. 해수부와 관련해선 "(박 후보자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몰락한 해운산업 재건에 큰 역할을 했다"며 "해수부 장관이 해운강국의 위상을 되찾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최고의 능력가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임 후보자에 대해선 "반도체·디지털 등 혁신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전문인력이 태부족하다. 특히 과학기술계에 여성 진출이 적다"며 "성공한 여성을 통해 로망 또는 롤모델이 필요하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은 제쳐놓고 흠결만 따지는 무안주기식 청문회가 되고 있다"면서 "적어도 다음 정부는 유능한 사람을 발탁할 수 있게끔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공개된 청문회는 정책과 능력을 따지는 등 개선돼 나가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전직 대통령·이재용 부회장 사면론 부상… 국민 공감대 강조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과 관련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이 수감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국가로선 불행하고 안타깝다"면서도 "사면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찮게 많이 있는 상황이다.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 사법 정의와 형평성, 국민들 공감대 등을 생각하며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과 관련해선 "경제계뿐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사면 탄원에 대한 의견을 보내온다"며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과거 선례라든지, 형평성, 국민 공감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의견을 들어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검토 계획이 없다"는 청와대의 기존 입장과 차이를 보인다. 일각에선 사면에 관한 원칙론을 고수하기보다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는 쪽으로 생각이 옮겨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두 대통령의 건강 문제와 글로벌 반도체 경쟁 등 사면 주장과 관련한 근거들을 일일이 열거했다는 점도 이 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DB
    ◇최우선 과제는 일자리… "추가 재정투입 마다하지 않을 것"

    문 대통령은 경제 전망과 관련해선 "11년 만에 4% 이상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게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고 민간 활력도 높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전에 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우리 경제지표가 견고한 회복 흐름을 보인다"며 "4월 수출실적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설비투자와 소비도 늘어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으로 호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각에선 올해 우리 경제가 4% 이상 성장할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며 경제 성장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완전한 경제회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일자리 회복"이라며 "3월 고용이 회복하는 데 민간일자리 증가가 큰 몫을 차지했다. 앞으로 양질의 민간일자리 창출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그린 등 미래유망 분야에서 대규모 일자리가 만들어지게 지원하겠다"면서 "기업과 소통을 강화하고 규제를 혁신하는 한편 신산업을 육성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청년과 여성 일자리에 각별히 관심을 두겠다"며 "일자리 예산을 신속히 투입하는 것은 물론 추가로 재정투입이 필요하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소주성 등 긍정적 성과?… 코로나19 이전에도 정책 '헛발질'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날 특별연설에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격차가 코로나19로 더 커졌다고 설명하면서 논란이 많았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등의 정책 실패를 코로나19 탓으로 덮어버리려는 듯한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경제적 불평등 완화를 국가적 과제로 삼아 소주성과 포용정책을 펴왔다"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도입 등의 정책을 펴왔고 (일각에서) 시장 충격을 염려하는 반대도 있었으나 고용 안전망 강화, 분배지표 개선 등의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고 자평했다.

    논란이 되는 대목은 이런 설명에 이어 "코로나19 위기가 (이런 긍정적인) 흐름을 역류시켰다"면서 "어려운 사람은 더 어렵게 만들어 격차와 불평등이 더 심화했다"고 말한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밀어붙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줄폐업 선언하는 등 정책 실패의 부작용은 코로나19 이전 통계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소상공인의 반발에 부딪혀 문 대통령의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대선공약이 지켜지지 않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 경제의 허리라 할 수 있는 30·40대 일자리 감소와 60세 이상 노인일자리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도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소득분배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가구원 2인 이상) 결과를 보면 소득불균형 지표로 불리는 5분위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은 1분위(소득하위 20%) 86만8000원, 5분위(소득상위 20%) 456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1분위와 5분위 차이는 5.26배로 1년 전(5.47배)보다 0.21배포인트(P) 내렸다. 이 지표는 5분위 가구의 평균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클수록 소득분배가 불균등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저소득층은 근로소득(-2.2%)은 줄고 공적이전소득(9.6%) 등이 증가했다. 반면 5분위는 사업소득(-2.9%)이 감소했다. 즉 정부의 각종 지원금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은 늘었지만 정작 근로소득은 줄었고, 자영업 붕괴로 고소득층 소득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서 비정상적으로 지표만 개선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