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포퓰리즘③] 업계, "삼성생명법, 법원칙 무시한 입법"부실사간 '치킨게임'식 경쟁 우려…손해사정 공정성 논란도선거 앞두고 또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여신업계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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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권에 '입법'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적 우세만큼 금융법 개정안에 적극적이다. 21대 국회서 발의된 은행법·보험업법 개정안의 70% 이상이 민주당발(發)이다. 국가차원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지원을 뛰어넘어 대출 원금 감면을 요구하는가 하면 금융소비자법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러한 포퓰리즘 법안은 내년 3월 대선공약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편집자주>

    보험업계도 여당발 금융 포퓰리즘에 몸살을 앓고 있다.

    21대 국회들어 보험관련 법안은 총 32건으로 이 중 더불어민주당이 24건을 발의했다. 이어 국민의힘 6건, 정의당 1건, 정부 1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는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낸 법안도 있지만 대부분 여당발 기업 옥죄기식 법안으로 시장 위축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생명법, 특정 기업 겨냥한 입법"

    보험업계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선두기업인 삼성생명·화재를 겨냥했지만 보험 산업 전체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가 손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나 계열사의 주식을 총 자산의 3% 이하 금액으로만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 한다. 

    이때 지분가치를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계산한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3% 룰'이 시가로 계산돼 당초 취득원가 보다 높은 금액으로 책정, 지분 초과분을 시장에 내놔야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51%를 '시가'로 계산하면 약 41조원으로 바뀌게되고 총자산의 3%인 9조원의 초과분 즉, 32조원 가량을 시장에 토해내야 한다.

    삼성화재도 1.49%의 삼성전자 지분을 갖고있다. 삼성화재 역시 총자산의 3% 초과분인 1조 3000억원 정도를 매각해야 한다. 

    업계는 50년간 이어온 규정이 개정돼 재산권 침해와 신뢰보호원칙 논란이 야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보험사가 시가에 맞춰 자회사 주식을 3% 기준에 사고 판다면, 자회사 주가 변동성이 커져 보험사의 자산 운용 불안정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해당 법안이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한 취지이기는 하나, 보험사는 이미 지급여력비율(RBC) 규제를 따로 받고 있어 '옥상옥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제도팀장은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안을 만드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인지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법 이라는 것은 추상적·포괄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인데, 특정기업한테 주식을 일방적으로 팔아라 라는 식의 개정안은 법 원칙 자체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해당 법안을 통해 한국경제에 얻어지는 실익이 무엇인지 반문하고 싶다"며 "무엇보다 최근 금융복합기업 감독법이 생기는 등 기업의 전체적인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의 규제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여기에 또다시 삼성생명 법이란 규제를 얻는 건 사실상 '기업 옥죄기'에 나선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해당 법 통과로 삼성전자 주식 물량이 일시에 쏟아지면 지분 규모가 상당해 삼성 계열사들이 소화하기 어렵다. 대부분 외국인들이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외국 자본이 들어와 국내 산업이 잠식되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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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보생명 블로그 이미지 캡처

    ◆부실사 난립에 손해사정 자회사 구조조정 우려도

    소액단기보험 도입에 따른 미니보험사들의 난립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뒤 입법예고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보험회사의 자본금 설립 요건을 기존 30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니보험사 및 관련 상품들이 쏟아지며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취지나, 업계 내부에선 부실사들의 '치킨게임'식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1사 1라이센스 허가정책 유연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 장기적으로 대형사에 밀려 미니보험사가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대형사들의 막강력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존 상품들과 미니상품간 결합상품을 제시하는 등 세를 불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네이버, 카카오 등 핀테크 기업들의 보험업 진출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 속 대형사 중심의 시장 개편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보험사의 자기 손해사정 금지를 원칙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때는 손해사정 자회사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해사정은 보험사고 발생시 사고를 조사해 손해액을 평가,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을 책정하는 업무다. 그러나 여당은 보험사들이 자회사를 만들어 손해사정 업무를 위탁하는 방식의 일감 몰아주기를 견제하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는 "손해사정 결과는 통계에 기반한 약관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자회사라고 해서 약관을 어겨가며 보험금 산정을 조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일감이 줄어들게 되면 자연스레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을 권고하거나 회사 매각을 고려하는 움직임이 일며 고용불안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손해사정 외부 위탁 확대에 따른 또다른 공정성 논란도 우려했다.

    송유나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외부 손해사정사들이 시장에 난립한 상황 속에서 보험사들의 일감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고 보험사 손해사정 자회사보다 외주 업체들이 온전한 '을'에 위치한 상황"이라며 "이에따라 보험사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일을 더하지 않겠느냐는 공정성 논란이 또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비율을 외부에 맡기는 방안이 문제 본질을 해소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보험사가 자회사든 외부 업체든 위탁사를 선정할 때 이를 평가하는 기준을 내부적으로 정립하는 등 다른방향의 접근방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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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 또?…여신업계도 가슴앓이

    같은 제2금융권의 여신업계도 포퓰리즘 입법에 가슴앓이를 하긴 마찬가지다.

    선거 때만되면 지속되던 카드 수수료 인하 건이 올해도 또다시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수수료율을 낮춰야 한다는 압박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카드 우대 가맹점 수수료율은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 0.8%, 연매출 3억~5억원 사이 가맹점 1.3%, 5억~10억원 가맹점 1.4%, 10억~30억원 1.6%로 적용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사실상 소상공인으로 칭하는 5억원 미만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이 이미 0%대에 진입해 더이상 내릴 여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아울러 일자리감소, 일반 소비자 혜택 감소 등을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카드모집인 수는 9217명으로 전년대비 2165명 감소했다. 올해는 모집인 수가 8000명대로 하락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수수료율이 낮아지면 업계가 수익이 나지 않는 상품을 단종시키는 등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줄이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가맹점 중 연간매출액 30억원 이하의 우대가맹점이 전체 가맹점에 96%를 차지하고, 연매출 10억원 이하 가맹점들이 세액공제 혜택 받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은 상황히 적은 상황"이라며 "무조건적인 선심성 수수료 인하는 여신업계 결제산업을 퇴보시키는 결과를 낳게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