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물류 갈등 계기 … 협력사·물류 전반으로 파업 확산 우려매대 공백·배송 차질 현실화 가능성…현장 긴장감 고조노란봉투법 시행 시 책임 범위 확대 … 유통·물류 구조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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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노총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BGF 리테일 본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 진주 화물연대 조합원 사망사고에 대해 CU를 규탄하고 있다. ⓒ임찬웅 기자
[편집자 주] 정권 교체 1년, 대한민국 산업 현장이 '노조'라는 거대한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다. 합리적 대화와 상생의 가치가 사라진 자리에 하청 노조의 무분별한 교섭 요구, 거대 노조의 도 넘은 성과급 투쟁, 그리고 물리력을 앞세운 폭력 시위가 난무하고 있다. 본지는 <노조에 포획되는 나라> 긴급진단 시리즈를 통해 법치주의와 시장 경제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현주소를 짚고, 법치 확립의 시급성을 제언한다.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와 중동발 리스크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 한 달을 맞은 유통업계 전반에 줄파업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CU 물류 갈등을 계기로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며 물류 차질이 매장 운영까지 번지고 있다.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긴장감이 커진 배경에는 산업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본사와 물류 자회사, 외주 운송이 맞물린 구조인 만큼 한 지점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물류와 매장 운영 전반으로 영향이 빠르게 번진다. 이번 CU 사태가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닌 업계 전반의 리스크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BGF로지스는 최근 협상에 착수했지만 물류 차질은 이어지고 있다. 파업 여파로 주 6일이던 배송은 주 3회 수준으로 줄었다. 대체 물류센터를 활용하면서 배송 지연도 길어졌다.
실제 일부 점포에서는 상품 공급이 지연되며 매대 공백이 발생했다. 점주가 직접 물류센터를 찾는 사례도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물류센터 봉쇄 이후 약 2주간 본사와 가맹점이 입은 피해가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CU 사태는 유통망 자체가 갈등의 압박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편의점은 상품 공급이 지연되면 곧바로 결품과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물류 차질이 본사에 그치지 않고 점주, 협력 제조사, 소비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 ▲ 편의점 CU 물류 운영사인 BGF로지스가 파업을 이어오고 있는 22일 서울 시내의 한 CU 편의점 매대에 화물연대 파업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문제는 이러한 리스크가 특정 업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CU뿐 아니라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 업체들이 유사한 물류 구조를 갖고 있는 데다 이커머스와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부분의 유통 채널 역시 외주 기반 물류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 플랫폼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라이더 대부분이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영되는 구조인 만큼 법 적용 범위가 불명확하고, 대리점과의 역할 충돌이나 복수 노조 형성 등으로 노사 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매장 인력에서도 갈등이 번지고 있다.
백화점·면세점업계에서는 입점 브랜드 소속 판매 직원들이 본사와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로레알, 샤넬 등 화장품 매장 직원 약 3000명이 소속된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이 대표적이다.이들은 근로시간과 휴일, 업무 범위 등 주요 노동조건이 실질적으로 백화점·면세점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책임 주체를 본사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최근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이 해당 노조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노조 측은 이를 바탕으로 협상 요구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
지난해 말 여의도연구원 보고서에서도 교섭과 쟁의가 동시에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 ▲ 민주노총 투쟁선포대회. ⓒ연합뉴스
하청·특수고용 노동자까지 교섭 대상에 포함되면서 원청 기업이 복수 노조와 동시에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협상 비용과 갈등 빈도 역시 함께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쟁의 대상이 경영상 판단 영역까지 확대될 경우 분쟁 범위가 넓어지면서 산업 현장의 갈등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향후 기준을 가늠할 시험대로 보고 있다. 책임 주체 인정 범위에 따라 유통·물류 전반의 노사 관계 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CU 사례에서 일정 수준의 협상 선례가 만들어질 경우 다른 유통 채널로 유사한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이 같은 우려가 커지는 배경에는 업계의 구조적 특성이 자리한다. 본사·협력업체·외주 인력이 얽힌 사업 구조상 책임 범위가 확대될수록 갈등 접점이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물류와 매장 인력 등 핵심 운영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협상 요구가 제기될 경우 산업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노란봉투법이 본사를 상대로 협상 범위를 넓히는 구조인 만큼 유통업처럼 협력업체와 외주 인력이 많은 산업에서는 유사한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 상황이 어려운 시기에 파업이 이어질 경우 산업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 범위에 대한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