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 KB국민·하나·KB카드 콜센터 하청노조 사용자성 인정금융권 외주 2만3000명 구조 흔든 첫 판정 … 67% 간접고용 직격탄KB·하나 ‘테스트 케이스’ … 신한·우리로 확산 가능성외주 80~90% 은행권 인건비 사정권 … CIR 40%대 방어 비상사용자성 인정 땐 경영진 책임까지 … ESG·평판 리스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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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정권 교체 1년, 대한민국 산업 현장이 '노조'라는 거대한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다. 합리적 대화와 상생의 가치가 사라진 자리에 하청 노조의 무분별한 교섭 요구, 거대 노조의 도 넘은 성과급 투쟁, 그리고 물리력을 앞세운 폭력 시위가 난무하고 있다. 본지는 <노조에 포획되는 나라> 긴급진단 시리즈를 통해 법치주의와 시장 경제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현주소를 짚고, 법치 확립의 시급성을 제언한다.

    콜센터 하청노조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이 현실화되면서 은행권의 비용과 책임이 원청으로 이동하고 있다. 간접고용 비중이 67%에 달하는 상황에서 인건비·노무 리스크가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덮치는 양상이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최근 KB국민은행·하나은행·KB국민카드에 대해 콜센터 하청노조와의 관계에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지난 3월 10일 법 시행 이후 첫 사례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받아들이며 원청 금융사와의 직접 교섭을 가능하게 했다.

    이번 판정은 금융권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노조가 문제를 제기한 특정 사업장을 중심으로 이뤄진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전국공공운수노조가 선별적으로 신청한 결과로, KB·하나 계열이 사실상 테스트 케이스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외주 모델 균열' … 사용자성 판단 기준은 '통제 수준'

    핵심 판단 기준은 '실질적 지배력'이다. 노동위는 상담 매뉴얼 운영, 민원 대응 통제, 감정노동 보호 체계 등 핵심 업무에서 원청의 관여가 있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해당 금융사들은 임금·근로시간·복지 등 근로조건 전반을 하청노조와 직접 협의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

    앞서 KB국민은행은 2023년 콜센터 위탁업체 변경 과정에서 약 240명의 상담원 계약 해지 논란을 겪었고, 이후 고용승계 문제를 둘러싸고 노동계와 정치권 갈등이 이어진 바 있다. 2024년에도 육아휴직자 고용승계 문제가 불거지며 결국 인력 복귀로 이어졌다. 하나은행 역시 상담원 휴게시간 확대와 일부 수당 인상 등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외주 구조 자체는 유지되면서 '근본 대책이 아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처럼 누적된 고용 이슈가 이번 사용자성 인정과 맞물리면서, 단순 비용 문제가 아닌 구조적 전환 압력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기준 금융권 콜센터 인력은 약 2만 3000명, 이 중 67%가 간접고용 형태다. 특히 은행권은 외주 비중이 80~9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비용 절감을 위해 구축된 외주 모델이 법 개정으로 근본적인 재편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KB금융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행 약 900명, 국민카드 약 1200명 등 콜센터 인력만 2000명을 웃도는 규모다. 이들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 요구가 현실화될 경우 연간 수백억 원대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하나은행도 사정권에 들어왔다. 콜센터 약 320명 중 절반가량이 외주 인력으로, 이미 '상생협력 TF'를 구성해 대응에 나선 상태다. 임금 인상, 복지 확대, 고용 안정 요구가 본격화될 경우 비용 구조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 ▲ 국민은행 콜센터 상담사들 규탄 현장 ⓒ연합
    ▲ 국민은행 콜센터 상담사들 규탄 현장 ⓒ연합
    ◆ '테스트 케이스 → 전면 확산' … 신한·우리도 시간 문제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다른 시중은행으로 이동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이번 판정에서 제외된 것은 구조적으로 안전해서라기보다, 아직 노조의 문제 제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노조가 통상 '승소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 → 판례 확보 → 확산' 전략을 취하는 만큼, 이번 사례가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은행별 구조 차이도 변수다. KB처럼 외주 비중이 높은 곳은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고, 신한은행은 자회사 활용 비중이 높으며 우리은행은 일부 직접 고용을 병행하는 혼합 구조를 갖고 있다. 다만 법리상 핵심은 고용 형태가 아니라 '원청의 통제 수준'이라는 점에서, 상담 프로세스나 인력 운영에 대한 개입이 확인될 경우 구조와 무관하게 동일한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용 부담 역시 업권 전반의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콜센터 인력 1인당 연간 비용을 4000만~5000만원 수준으로 가정하면, 수백 명 규모 인력의 처우 개선은 곧바로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 추가 비용으로 이어진다. 금융지주들이 비용수익비율(CIR)을 40% 안팎까지 낮추며 효율화를 추진해온 상황에서 수익성 훼손 압력이 불가피하다.

    경영 리스크도 겹친다. 사용자성이 인정된 이후 교섭을 회피하거나 지연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간주될 수 있고, 이는 경영진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SG 평가에서 노동 이슈 비중이 확대되는 흐름까지 감안하면 단순 비용 문제가 아닌 평판 리스크로 확산될 여지도 크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소비자 영향도 우려한다. 비용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콜센터 축소나 해외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상담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금융사는 법 시행 이전부터 운영 구조 재편과 해외 이전 가능성을 내부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은 이번 사안을 '노사 이슈'를 넘어 '비즈니스 모델 변화의 신호'로 보고 있는 분위기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이번 판정은 특정 은행 사례가 아니라 금융권 전체 간접고용 구조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첫 사례"라며 "향후 유사 판정이 이어질 경우 콜센터뿐 아니라 다른 외주 영역까지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