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RTX 3080 판매 이벤트에 십여초만에 매진 행렬이마트는 아예 소비자 응모 후 당첨자에게만 판매하는 방식암호화폐 투자 붐으로 그래픽카드 ‘채굴’ 동원… 품귀 이어지는 중
  • ▲ 최근 이마트에서 진행된 그래픽카드 추첨판매 이벤트.
    ▲ 최근 이마트에서 진행된 그래픽카드 추첨판매 이벤트.
    암호화폐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PC 그래픽카드 물량 확보는 물론 판매에도 골치를 앓고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암호화폐의 채굴을 위해 그래픽카드를 동원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그래픽카드는 품귀현상을 보이며 많게는 출시가의 약 두 배가량의 프리미엄을 얹어 판매되는 중이다. 이마저도 구하기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보니 이를 판매하는 방식이나 가격을 두고도 유통업계의 고민이 지속되고 있다.

    25일 유통업계 따르면 최근 PC 그래픽카드는 정상가로 풀리는 경우를 극히 찾기 힘들 정도다. 그렇다보니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되는 그래픽카드 물량에는 구매를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단적으로 11번가는 지난 17일 판매된 NVIDIA의 그래픽카드 ‘RTX 3080’ 제품이 수초만에 매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전에 판매를 예고하면서 구매수요가 몰린 탓도 있지만 워낙 치열한 경쟁 속에서 ‘메크로(자동 구매 프로그램)’까지 동원됐다. 회사 측에서 ‘메크로’를 피하기 위해 모바일 전용 상품으로 판매했지만 이를 우회하면서 2초만에 구매가 완료되는 시현영상까지 버젓이 떠도는 상황이다.

    이마트는 선착순 구매 대신 추첨구매라는 방법을 택했다. 이마트는 최근 ‘RTX 3060’, ‘RTX 3070’ 제품을 자사 앱에서 판매하면서 한주간 구매자가 응모하면 당첨자를 발표하는 방식을 택했다. 선착순 판매가 몰릴 경우 소비자간 과도한 경쟁과 ‘메크로’의 등장 등을 고려한 것. 이마트는 이날 당첨자를 발표한 이후 오는 28일부터 당첨자에 한해 매장에서 구매를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대형 유통사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하다 보니 이런 이벤트가 한번 휩쓸고 나면 그 뒤에는 중고장터에서 심심치 않게 해당 제품이 등장한다. 판매가보다 웃돈이 붙는 것은 두말할 것 없다.

    이런 현상은 최근 암호화폐의 투자붐과 무관치 않다. 통상 암호화폐는 수학적 암호를 풀어 코인을 배정받는 채굴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여기에서 동원되는 것이 그래픽카드의 다중연산능력이다. 채굴은 단순 연산을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CPU가 아닌 GPU(Graphics Processing Unit)의 성능에 영향을 받는다. 

    컴퓨터 부품사 관계자는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 할 때는 채굴의 채산성이 급격하게 떨어져 시중의 그래픽카드가 나오는 편이지만 급등 할 때는 저마다 채굴에 나서면서 그래픽카드의 품귀현상과 함께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가정용 PC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암호화폐의 급락 때마다 그래픽카드 판매를 기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암호화폐의 급락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날 암호화폐가 일제히 반등하면서 상승 기대감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래픽카드의 품귀가 해소될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유통업계의 그래픽카드 수량확보와 판매방식, 가격을 둔 고민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