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한은 수정 경제전망 주목…세계경기 회복·수출 호조자본시장硏·금융硏·JP모건 등 줄줄이 '4%대 성장' 전망불안요인 상존…고용지표 개선에도 노인일자리 의존 커국내설비투자 부진…전경련 "10년간 中·日보다 저조"
  • ▲ 경제전망.ⓒ연합뉴스
    ▲ 경제전망.ⓒ연합뉴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로 침체했던 세계경제가 기지개를 켜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상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는 가운데 문재인대통령이 언급했던 4%대까지 높여 잡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일각에선 고용없는 성장을 얘기하는 등 기저효과로 실속은 없이 지표만 개선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은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 후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은은 지난 2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0%로 예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우리 경제가 11년 만에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게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올 1분기 우리나라 GDP가 직전분기 대비 1.6% 늘어났다는 실적 발표 이후 한국금융연구원 4.1%, JP모건 4.6%, 자본시장연구원 4.3% 등 복수의 기관이 올해 한국이 4% 이상 성장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3일 발표한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 경제가 3.8% 성장할 거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3.1%)보다 0.7%포인트(p) 높지만, 문 대통령이 제시한 4%를 밑도는 수준이다. 일각에선 한은이 KDI처럼 경제성장률을 다소 '보수적'으로 잡을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다.

    하지만 세계 경기 회복과 함께 수출이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상당 폭의 성장률 상향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지난달 수출(511억9000만 달러)은 1년 전과 비교해 41.1%나 급증했다. 2011년 1월(41.1%) 이후 10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해외 경기 개선이 빨라지고 있어 4% 성장도 가능하다"면서 "다만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일반적인 예측은 3%대 후반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 ▲ 한중일 국내 설비투자 연도별 추이(2011~2020년).ⓒ전경련
    ▲ 한중일 국내 설비투자 연도별 추이(2011~2020년).ⓒ전경련
    다만 한국 경제가 낙관적이기만 한 건 아니다. 우선 하반기 경제 활력을 좌우할 코로나19 백신 수급이 아직은 원활한 수준이 아니다. 성 교수는 4%대 성장의 변수에 대해 "우리도 그렇고 세계 경제도 (하반기) 코로나19 악화가 가장 큰 변수"라며 변이 바이러스 등을 통한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했다. 미국발 금리 인상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성 교수는 "미국의 경기 회복이 빨라지면 수출에도 도움이 되지만,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면서 "기준금리가 오르지 않더라도 시장금리가 인상의 압박을 받으면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고용 없는 성장이나 문재인 정부의 반기업 정서에 가팔라진 해외직접투자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용은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출범 직후 밀어붙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후폭풍으로 고용이 위축됐고 설상가상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양질의 민간일자리 대신 관제(官製) 일자리에 의존하는 양상이 고착화하고 있다. 통계청의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721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65만2000명(2.5%) 늘었다. 그러나 기저효과에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일자리 사업 확대 등이 큰 영향을 끼쳤다. 50대·60세 이상 취업자는 늘었으나 30·40대 취업자는 감소세를 이어갔다. 20·30대에서 실업자가 늘며 실업자수(114만7000명)는 다섯달 연속 100만명을 웃돌았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국내보다는 해외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아픈 대목이다.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2011~2020년 한국의 국내 설비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한국 2.5%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국은 4.3%, 일본은 3.9% 증가했다. 반면 해외직접투자 증가율은 한국 7.1%, 중국 6.6%, 일본 5.2%로 한국이 가장 높았다.

    전경련은 중국은 헬스케어·전자상거래 등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가 지속해서 증가했고, 일본도 기업 감세정책 등에 힘입어 민간 혁신투자가 늘었지만, 한국은 반도체산업 말고는 투자가 저조했다고 분석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조업의 경우 지난해 한국의 설비투자 비중은 반도체가 전체의 45.3%를 차지했다. 2011년(23.4%)과 비교하면 21.9%p나 증가했다. 일본은 제조업 설비투자 중 수송용 기계가 21%로 비중이 가장 컸다.

    지난해 우리 기업 등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549억1000만 달러,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110억9000억 달러쯤이다. 우리나라가 투자를 받은 금액보다 국내 기업 등이 해외에 직접투자한 금액이 4.95배쯤 많았다는 얘기다. 경제전문가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기업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세금만 올리고 기업활동 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니 투자가 외국에 공장을 짓는 쪽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 기업을 옥죄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