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추경·보편지급 군불 때기… 대선용 돈풀기 지적도추석 즈음 지급 거론… 전문가 "추경 부적절·백신에 힘써야"KDI "소비진작 효과 26~36% 그쳐… 피해업종 도움에 한계"
  • ▲ 재난지원금.ⓒ연합뉴스
    ▲ 재난지원금.ⓒ연합뉴스
    올 하반기부터 사실상 대선정국으로 접어든 가운데 여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어 논란이 인다. 당·청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위로금을 뿌려 소비 진작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주장이다. 반면 대선용 돈풀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에 대해 추경은 코로나19(우한 폐렴) 피해계층을 중심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2차 추경 편성은 문재인 대통령이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확장재정을 요구하는 의견과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적어도 내년까지는 경기의 확실한 반등과 코로나19 격차 해소를 위해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올해 큰 폭으로 증가한 추가 세수를 활용한 추가적인 재정 투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 1월18일 신년 기자회견과 2월19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국민 사기 진작 차원에서 '전 국민 위로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은 연일 추경 편성론을 제기하며 군불 지피기에 나섰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최고위에서 "올해 2차 추경이 마련된다면 우리 경제에 특급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고 추경 편성에 보조를 맞췄다. 윤 원내대표는 하루 전날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추경 편성 방안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내에선 오는 9월 하순 추석 연휴에 맞춰 전 국민 위로 지원금을 주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 활성화를 통해 경기 회복을 촉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심지어 일각에선 벌써 3차 추경 필요성을 제기한다. 2차 추경은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선별지원으로 가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달성하는 시점에 추가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일각에선 당·청이 이미 사전조율을 한 만큼 사실상 지급시기와 방식만 남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이 정해진 순서를 밟는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 2월 4차 재난지원금 지급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었을 당시 민주당이 취약·피해계층을 우선 선별지원하되 나중에 방역이 안정되면 전 국민 보편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 1분기 국세 수입이 1년 전보다 19조원이나 더 걷히면서 재원 조달에 여력이 생긴 것도 민주당의 선심성 헬리콥터 머니 살포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여당 내에선 2차 추경 규모로 적어도 제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수준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 정부는 14조3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 ▲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여권이 2차 추경을 밀어붙인다면 앞선 2월처럼 지급방식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일단 국민의힘은 2차 추경에 유보적인 태도다.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MBC라디오에서 전 국민 위로금 지급과 관련해 "지금 위로금을 주고 말고 할 만큼 우리 재정 여력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아직 정부가 구체적으로 안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막상 논의가 본격화하면 대선을 앞두고 취약·피해계층에 대한 지원에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처지가 되면서 결국 보편·선별지급 방식을 놓고 여당과 대립각을 세울 공산이 커 보인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부분은 최근 OECD가 한국의 추경에 대해 선별지급 쪽으로 훈수를 뒀다는 점이다. OECD는 지난 31일 발표한 '5월 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을 더 잘 겨냥해 마련한 추경의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평가하며 "경제가 견고한 성장경로로 복귀할 때까지 피해계층에 집중된 정책지원 등을 지속할 것"을 권고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등 유동성 회수 문제를 고려하는 상황에서 추경, 특히 전 국민 대상 지원금 지급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1차 전 국민 지원금의) 지급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존하는 것은 곤란하므로 백신 접종 확대에 초점을 두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세수 확대와 관련해 "세금이 많이 걷힌 이유를 살펴야 한다"면서 "국민의 부동산 부담이 급증하면서 더 걷힌 세금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현금으로) 나눠주라는 게 아니라 과도한 세금을 걷었다면 세제를 개편하고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2월23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과 '지급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전 국민에게 준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는 26~36%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지원금을 받은 가구는 소비지출(93.7%), 저축(3.8%), 빚 갚기(1.8%) 순으로 지원금을 사용했다. 다만 지출은 상당 부분 의류·가구 등 내구재 소비에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 대면서비스업 등의 매출 확대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 재정.ⓒ연합뉴스
    ▲ 재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