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20배 급등 역설… 2016년 발행 CB 발목1조 영업익에도 순이익 1500억에 그쳐이달3000억 만기 도래… 매각변수 겹쳐 고심
  • ▲ 부산항에 정박중인 HMM 컨테이너선ⓒ자료사진
    ▲ 부산항에 정박중인 HMM 컨테이너선ⓒ자료사진
    1분기 깜짝 실적을 낸 HMM에 전환사채(CB)라는 변수가 닥쳤다. 이달 말로 다가온 산업은행의 3000억원 규모의 CB 상환 만기일 때문이다. 2016년 액면가 5000원으로 발행한 주식이 2일 종가기준 4만7250원으로 오른 만큼 산업은행의 선택이 향후 매각방향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로 평가된다.

    HMM은 지난달 공시에서 전환사채 등 파생상품에 대한 부채 평가손실이 8649억원 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해상운임 강세에 영업이익으로 1조193억원을 벌어들였지만, 당기 순이익이 1541억원에 그친 것은 이 때문이다. CB는 만기시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채권이다. HMM은 3월말 종가 2만9000원을 기준으로 손실액을 평가했다.

    지난해 3월 2120원까지 떨어졌던 HMM 주가는 14개월만인 지난달 5만1000원 선을 돌파하는 등 급등을 이어갔다. 시가총액은 어느덧 16조원을 넘어섰고 시총 순위는 26위에 올랐다. 하지만 주가가 수십배 오른만큼 부채들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쏟아진 전환사채 물량 2400억원으로 3만4000원대 까지 올라선 주가는 29000원까지 떨어지며 조정을 겪기도 했다. 3월보다 주가가 훨씬 더 오른 2분기에는 리스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산업은행의 CB로 전환가능한 주식은 6000만 주다. 기존 상장 주식의 17.6%에 달하며 시가 2조8350억원에 이른다. 산은의 결정에 따라 주가는 다시한번 롤러코스터를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뉴데일리 DB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뉴데일리 DB
    예상가능한 산업은행의 선택은 크게 3가지다. 만기상환을 결정하고 빌려준 3000억원에 이자율 3%를 더해 돌려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2조5000억원이 넘는 주식전환에 따른 차익과 괴리가 너무 커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산업은행은 지금까지 HMM에 공적자금으로 3조원 가량을 쏟아부었다.

    두번째 경우의 수는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커보인다. 산업은행이 현재 보유한 HMM 지분율은 11.94%다.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지분율은 25.9%로 뛰어오른다. 이 경우 HMM에 대한 매각설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나머지 정부기관이 보유한 HMM 지분까지 합치면 37.05%에 달하기 때문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은 M&A에 가능한 지분이다.

    CB에 대한 주식전환 후 일부 주식을 매각해 투입한 공적자금을 다소 회수한 뒤 자본재조정(리파이낸싱)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겨우 흑자전환으로 돌아서 아직 경영 정상화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릴 경우 집을 수 있는 선택지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HMM에 대한 매각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어떤 경우든 HMM과 산업은행은 고심이 깊을 수 밖에 없다. 글로벌 해운 호황기를 맞은 HMM의 당면 과제는 선박 확충을 위한 거액의 투자다. HMM의 선복량은 81만TEU로 2016년 파산한 한진해운의 104만TEU에 아직 미치지 못한다. 세계 2위 선사인 스위스 MSC의 컨테이너선 발주잔량은 72만4000TEU에 달한다. HMM 전체 선복량에 버금가는 규모다. 그렇다고 덕지덕지 붙은 부채를 뒤로한채 투자만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새주인으로 거론되는 현대차그룹이나 포스코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는 수준"이라며 "국적 해운사의 매각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산은이 HMM 민영화 방안을 보고했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기재부를 중심으로 경우의 수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