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 경제불확실성 속 이 부회장 역할 절실"수십조 반도체 투자 미뤄지면, 국가 경쟁력 부정적"국민 70%, 사면 '찬성'… "정치적 사건과 달리 봐야"日 수출규제-마스크 대란서 빛난 '민간 외교관' 역할 눈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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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재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시민단체와 종교계를 넘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고용불안 지속과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산업까지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짙게 깔려있다.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세계 반도체 지형이 급격히 변화화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의 사면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지난 2일 4대 그룹 대표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 달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에둘러 건의했고 다른 대표도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시대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국민 여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언론사를 중심으로 진행된 2, 3차례 여론조사에서 이재용 사면을 찬성하는 의견이 약 70%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사면은 모든 성과 연령,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찬성 의견이 압도적 다수였다. 정치적 사건으로 수감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와 달리, 기업 총수에 대한 사면은 달리봐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이 부회장의 역할론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과감한 결정과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분초를 다투는 기술력과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수적인데, 총수 공백으로 미뤄지면 국가 경쟁력과도 연결될 수 있다.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 부재에 따른 어려움을 에둘러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남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은 대형투자 결정이 필요한 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진다"고 말했다.삼성전자는 한미 정상회담 기간 중 미국에 22조원 규모의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신규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에서 파운드리 신규 투자를 검토해오다 반년만에 확정했다. 그러나 투자 지역을 놓고서는 여전히 고심 중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지방정부와 인센티브를 두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인텔과 대만의 TSMC가 발빠르게 신규 증설에 나선 것과 비교하면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파운드리 글로벌 1위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차세대 3나노와 2나노급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투자 압박에 맞물려 향후 3년 간 1000억 달러(약 113조 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5곳을 추가로 늘리기로 했던 TSMC가 생산 규모 확대와 더불어 기술에서도 글로벌 1위 지위를 더 공고히 하기 위한 초격차 실현에 나서고 있다.이러는 사이 파운드리 점유율도 벌어지고 있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파운드리 매출은 41억800만 달러(약 4조5537억원)로, 직전 분기보다 2% 줄었다.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직전 분기 18%에서 17%로 1% 포인트 가량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TSMC는 같은 기간 129억200만 달러(약 14조3천1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1위를 나타냈다. TSMC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2%,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54%에서 55%로 1% 포인트 늘어났다.이와 함께 이 부회장이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유수의 정재계 인사들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맡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아쉬움이 크다.이 부회장은 학업을 마친 일본 뿐만 아니라 향후 IT산업에서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도와 베트남 등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로, 삼성이 글로벌 경쟁사들에 앞서 해당 시장을 공략하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돼왔다.실제로 지난해 마스크 대란 당시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삼성은 해외에서 필터 재료를 확보했고, 스마트 팩토리 제조기술 전수 등으로 사태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삼성은 치료시설 제공과 의료진 파견, 3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효율성을 높이는 최소잔여형(LSD) 주사기 개발에도 큰 역할을 했다.2019년에는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결정했을 때도 이 부회장은 현지로 날아가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한 바 있다. 또 이 부회장은 자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화이자와 우리 정부를 연결, 코로나19 백신 협상도 도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4월 홍남기 경제부총리과 가진 간담회에서 “고(故) 이건희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던 것처럼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사면은 청와대 결정만 남겨둔 상태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쉽게 결정할 사안 아니다'고 선을 그었던 청와대에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앞서 지난 4월 경제 5단체장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공식 건의할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면 건의와 관련해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고 현재로서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이후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질의응답에서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전날 간담회에서는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며 한층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재계에서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과감한 대미투자를 이끌며 한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두고 기업 역할에 대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