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역 인근 행당·하왕십리동 신축 빌라 높은 몸값에 거래 절벽비싼 가격·낮은 환금성·대출제한까지 … "서민 실거주 택도 없어"가성비도 자산가치도 비교불가 … 서울 외곽 구축 아파트 찾는 추세
  • ▲ 공인중개사무소에 게재된 매물 정보. ⓒ박정환 기자
    ▲ 공인중개사무소에 게재된 매물 정보. ⓒ박정환 기자
    "10평대 투룸 신축 빌라 최근 거래가격이 7억원이에요. 지금 규제로 대출한도까지 줄어서 현금 여력이 없으면 매수 자체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매물 가격을 듣고 차라리 외곽 구축아파트를 알아보겠다는 실수요자들이 꽤 있어요." (성동구 C공인중개소 관계자)

    주거 취약계층과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빌라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자재값·공사비 상승과 공급난 여파로 신축·준신축 빌라 가격이 뛰면서 주요 수요층인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주거취약계층의 진입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문제는 비싸진 몸값과 별개로 낮은 환금성과 아파트 대비 열악한 주거환경, 전세사기 우려 등으로 빌라에 대한 선호도가 바닥 수준이라는 점이다. 대출규제로 인해 실수요자 가용자금이 줄어든 것도 빌라 매수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전·월세난 해결책 중 하나로 빌라 공급을 언급하면서 때아닌 '빌라 논쟁'에 불이 붙었다. 입주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아파트 대신 공급난 해소를 위해 빌라를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빌라 경우 정주여건 대비 시세가 높게 형성된 데다 실수요 선호도마저 낮아 '수요 없는 공급'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적잖다. 정 후보가 구청장으로 3선 재임했던 성동구에서 빌라촌이 밀집한 행당동, 하왕십리동 일대를 찾아 빌라 시장 현 주소를 짚어봤다.
  • ▲ 구축 빌라 단지 전경. ⓒ박정환 기자
    ▲ 구축 빌라 단지 전경. ⓒ박정환 기자
    지난 13일 현장에서 만난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비싼 가격 탓에 거래 성사율이 낮다"고 말했다. 신축이면서 재개발 프리미엄이 붙은 투룸 매물은 가격이 7억원대까지 올랐고 그 외 매물도 5억원 이상으로 형성돼 실수요자 진입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시장 내 선호도가 낮음에도 빌라 가격이 뛴 배경으로는 2020년대 이후 부동산시장을 덮친 공사비 인플레이션이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자재값이 뛰면서 아파트 대비 빌라의 강점이었던 '가성비'가 점차 사라진 것이다.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10년 전 2억원대에 분양됐던 10평대 빌라가 2~3년 전부터 5억원대로 뛰었고 여기에 재개발 프리미엄이 붙은 곳은 2억~3억원 웃돈이 더 붙었다"며 "지난해 '10·15대책'으로 빌라도 대출 한도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40%로 줄어서 3억원 안팎 예산으로는 매수할 수 있는 매물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해당 지역내 공인중개소를 둘러보니 준공 5년 내 신축 빌라는 시세가 6억원 중반에서 7억원대로 형성돼 있었다.

    왕십리역에서 도보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에뜨롬행당' 전용 31.86㎡은 지난 2월 7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매물 가격이 7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현재는 호가가 6억4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된 상태다.

    행당8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장 내에 위치한 '더클래식' 전용 28.69㎡ 경우 지난달 6억7000만원에 손바뀜됐다.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아무리 신축에 역세권이라지만 6억~7억원대 가격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며 "5억원대 이하 매물도 있지만 낡고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역시 거래 성사율은 높지 않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 ▲ 행당동 서울숲삼부아파트. ⓒ박정환 기자
    ▲ 행당동 서울숲삼부아파트. ⓒ박정환 기자
    결국 쾌적하고 주거 품질이 상대적으로 좋은 신축 빌라는 가격대가 너무 높고, 저렴한 구축 빌라는 정주 여건이 열악해 실수요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보면 정원오 후보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숲삼부아파트(498가구)' 경우 20평대 KB시세가 14억5000만원으로 잡혀 있다.  최근 실거래가는 지난해 3월 거래된 13억5000만원이었다.

    해당 단지가 왕십리역 바로 인근에 위치한 초역세권 입지에 500가구에 이르는 중규모 단지인 점을 감안하면 실거주든, 투자 목적이든 빌라의 자산가치가 아파트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들 평가다.

    서울 외곽으로 눈을 돌려보면 노원구 하계동, 중계동 일대 구축 아파트 10평대 가격이 6억원 중후반선이다. 예컨대 중계동 '중계무지개아파트' 전용 49.54㎡는 지난 8일 6억5000만원에 매매계약서를 썼다.

    P공인중개소 관계자는 "10년 전에는 빌라 공급가격이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10평대가 7억원에 육박하는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신축은 가격, 구축은 주거의 질 문제로 실수요자 선호도가 낮아 빌라 공급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