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 국세 33조 더 걷혀… 빠른 경기회복에 법인세·부가세수 껑충세정지원 등 기저효과 빼도 24조 증가… 與 추경·전국민 위로금 탄력나라살림 40조 적자, 세수 늘어 16조 개선… 나랏빚 880조 '눈덩이'
  • ▲ 세수 호황.ⓒ연합뉴스
    ▲ 세수 호황.ⓒ연합뉴스
    올해 4월까지 국세 수입이 1년 전보다 33조원쯤 더 걷혔다. 지난해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충격에 따른 세수 감소의 기저효과를 고려해도 24조원 가까이 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정책 실패가 촉발한 주택시장 과열과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세에 법인 실적이 개선되면서 수입이 증가한 것이다. 다만 나라살림은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재정일자리 공급과 방역,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해 재정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국세수입이 늘면서 여당이 주장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당국은 일단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여당이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담하긴 이르다는 견해가 적잖다.

    ◇기저효과 빼고도 국세수입 24조 늘어

    기획재정부가 8일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 6월호'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총수입은 21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조3000억원 증가했다. 국세와 세외수입, 기금수입 모두 늘었다. 정부가 한해 걷기로 한 세금 중 실제 걷힌 세금의 비율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45.1%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10.3%포인트(p) 높다.

    국세수입은 133조4000억원이다. 지난해보다 32조7000억원 늘었다. 세수 진도율은 47.2%로 1년 전보다 11.9%p 높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 흐름에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서 지난해 세수펑크를 견인했던 법인세가 크게 늘었다. 29조900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8조2000억원 증가했다. 코스피 상장 12월 결산법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7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9.8% 증가했다.

    양도소득세는 36조7000억원 걷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조9000억원 늘었다. 부동산정책 실패로 촉발된 부동산시장 과열과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영세개인사업자를 위해 3개월 납부를 유예한 종합소득세 중간예납분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주택거래량은 53만7000가구로 1년 전보다 0.1% 많았다.

    증시 활황에 증권거래세도 2조원 늘었다. 부가가치세도 4조9000억원 더 걷혀 누적액이 3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사업자에 대한 납부 유예분이 뒤늦게 징수된 영향으로 보인다. 여기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의 상속세 납부로 상속세가 2조원 늘었다.

    지난해 1~4월 내야할 세금을 하반기나 올해로 미뤄준 세정지원으로 발생한 기저효과는 8조8000억원으로 분석됐다. 기저효과를 빼면 올 4월까지 국세수입은 1년 전보다 23조9000억원 증가한 셈이다. 4월 한달만 놓고 보면 국세수입은 44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8000억원 증가했다.

    과태료·국고보조금 반환 등 세외수입은 13조원으로 지난해보다 2조4000억원 증가했다. 매년 2월과 4월 세입조치 되는 전년도 한은 잉여금(1조4000억원)과 정부출자수입(3000억원)이 증가한 탓이다. 기금수입은 7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의 자산운용수익 등으로 1년 전보다 16조2000억원 늘었다.
  • ▲ 1~4월 총수입 현황.ⓒ기재부
    ▲ 1~4월 총수입 현황.ⓒ기재부
    4월까지 총지출은 234조원이다. 지난해보다 24조3000억원 많다. 진도율은 40.8%로 1년 전보다 3.0%p 올랐다. 정부는 특수고용직(특고)·프리랜서 등 고용취약계층을 위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으로 7000억원, 청년일자리 지원에 3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코로나19 피해 지원과 재정일자리 창출, 소득·주거안정을 위해 재정을 적극적으로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세수가 늘었어도 씀씀이가 커지다 보니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1분기 통합재정수지는 16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세입이 늘면서 적자 폭은 줄었다. 1년 전(-43조3000억원)과 비교해 27조원 감소했다.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40조4000억원 적자가 났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적자 폭은 1년 전보다 16조1000억원 줄었다.

    4월까지 국가채무(중앙정부 기준)는 880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달새 18조3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나랏빚은 1차 추경을 기준으로 938조4000억원이 예상된다. 4월 현재 재정당국 전망치의 93.8%까지 근접했다.
  • ▲ 국가채무.ⓒ연합뉴스
    ▲ 국가채무.ⓒ연합뉴스
    ◇전국민 위로금 탄력받나… 나랏빚 1000조 육박

    기저효과를 고려해도 국세가 24조원 가까이 더 걷히면서 여권의 2차 추경 편성과 전국민 위로금 성격의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2021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추가적인 재정 투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사실상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불을 당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추가 수세를 활용해 추경을 편성하는 것을 포함해 경제 회복을 위한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양극화가 큰 문제"라면서 "어려운 기업과 자영업자가 활력을 되찾고 일자리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등 국민이 모두 온기를 누릴 수 있는 포용적 경제회복에 온 힘을 쏟아달라"고 주문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연구기관장·투자은행 전문가 간담회에서 2차 추경 편성을 공식화한 상태다. 국회 등에 따르면 재정당국은 내부적으로 올해 32조원 상당의 추가 세수를 예측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39%를 정산하고 나면 중앙정부가 추경 편성에 쓸 수 있는 재원은 20조원 안팎으로 보인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내년 3월 대선을 겨냥하는 더불어민주당은 보편적 재난지원금에 피해업종 선별지원, 손실보상 법제화까지 이른바 '3중 패키지' 구상까지 언급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역대 최대 추경 기록을 갈아치운 지난 3차 추경(35조원)에 육박하는 슈퍼 추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 부총리는 일단 여당의 보편지급에 선을 그은 상태다. 그는 추경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애초 세수를 전망할 때와 다른 경기회복 여건, 자산시장 부문 추가 세수, 우발 세수의 증가 등으로 상당 부분의 추가 세수가 예상됨에 따라 (이번 추경) 재원은 기본적으로 추가 적자국채 발행 없이 이(추가 세수)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심화하면서 최근 민주당이 당·정·청 간 정책협의를 주도하는 분위기여서 홍 부총리가 대선을 앞둔 여당의 재정지출 압박을 어느 선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집권 후반기일수록 당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씀해주셨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나랏빚 증가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부터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며 민주당의 퍼주기 요구에 제동을 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그전까지만 해도 당정 간 마찰음이 날 때마다 소신을 꺾어 '홍백기' '홍두사미'란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일각에선 2차 추경 규모가 당정협의를 통해 20조~32조원 중간쯤에서 절충점을 찾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여당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나랏빚을 추가로 낼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나랏빚 규모가 급증하면서 차기 정부의 나랏곳간 사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세전문가인 최광 한국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 정부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과 관련해 "(다음 정권은) 손발이 묶여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려운, 더 위험한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숨은 부채라 할 수 있는 D3(공기업 포함 공공부문 부채)와 연금충당부채를 모두 더한 수치(D4)로 따지면 국가부채비율은 이미 100%를 넘는다는 견해가 많다. 보통 90%를 넘으면 부채 위기가 시작한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며 "우리나라의 채무 수준은 레드존은 아니어도 이미 옐로우존에는 들어왔다. 몇년 안에 재정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기재부의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내년 예산을 589조원으로 가정하더라도 나랏빚은 1070조원까지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9%까지 오른다. 일각에선 내년 예산이 600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나랏빚 증가 속도는 예사롭지 않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재정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48.7%로 나타났다. 35개 선진국 가운데 24번째로 높다. IMF는 한국의 부채비율이 올해 말 53.2%로 오른 뒤 오는 2026년에는 69.7%까지 상승할 거로 내다봤다. 이 경우 정부 부채비율 순위는 19위로 껑충 뛰게 된다. IMF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을 기준으로 2026년까지 부채비율 상승 폭이 선진국 중 3번째로 빠르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여당의 전국민 위로금 지급 주장에 대해 대선을 의식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비판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등 유동성 회수 문제를 고려하는 상황에서 추경, 특히 전국민 대상 지원금 지급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1차 전국민 지원금의) 지급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세수 확대와 관련해 "세금이 많이 걷힌 이유를 살펴야 한다"면서 "국민의 부동산 부담이 급증하면서 더 걷힌 세금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현금으로) 나눠주라는 게 아니라 과도한 세금을 걷었다면 세제를 개편하고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