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배당금 지급 중단 가닥미얀마 군부 반응 촉각유가 60달러 상회… "현지 진척 따라 기업가치 영향"
  •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의 경제권 장악이 날로 강화되는 가운데 현지 가스전을 운영 중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가스전 수익이 군부로 흘러들어간다는 의혹 때문으로 비슷한 사정의 해외 기업들이 잇따라 현금 지급 중단을 선언하면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9일 포스코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2000년 미얀마 국영기업 MOGE와 계약을 맺고 미안마 서부 안다만해 해상에서 가스전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상업생산을 시작한 미얀마 가스전은 하루 5억 입방피트(ft³)의 가스를 중국과 미얀마에 공급하고 있다.

    MOGE가 가진 가스전 지분은 15%. 지분에 따라 해마다 2000억원 안팎의 배당금을 받는다. MOGE는 이런 식으로 미얀마 각지 가스전에서 10억 달러가 넘는 배당을 챙긴다. 미얀마 시민단체나 국제 단체들은 이 돈이 불투명한 회계를 통해 군부 정권으로 흘러간다고 주장한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높아지자 현지 가스수송업을 운영하는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과 미국 기업 셰브런은 배당 현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토탈은 "미얀마에서의 폭력과 인권유린을 규탄한다"며 EU나 미국이 미얀마 군부를 제재한다면 이에 따르겠다고 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미얀마 인권단체 저스티스포미얀마는 "토탈과 셰브런이 옳은 결정을 했다"며 "포스코를 비롯한 다른 국제 정유업체들도 즉각 군부에 돈을 지급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 2013년 완공한 미얀마 쉐 가스생산플랫폼ⓒ자료사진
    ▲ 2013년 완공한 미얀마 쉐 가스생산플랫폼ⓒ자료사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입장은 난감하기만 하다. 미얀마 가스전 연간 영업이익은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포스코의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꾸준히 쌓이는 한해 수천억원의 고정수익이 사라지면 수소 프로젝트 등 장기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포스코가 현대중공업그룹과 함께 세운 5000억원 규모의 미얀마 가스전 3단계 개발도 불투명해졌다. 여기에 현재 시추 지역에서 30km 떨어진 마하 구조의 평가 시추 계획이 틀어지면 미얀마와 포스코 광양 LNG 터미널을 잇는 LNG 밸류체인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배당 중단을 선언할 처지도 아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가스전에서 생산한 가스를 중국으로 수송하는 송유관 수익 배당금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수송사업은 가스전 생산 사업에 비하면 작지만 연간 수십억 규모에 달한다.

    미얀마 군부는 최근 비누, 치약, 커피 등 생필품 수입을 금지하고 자국 기업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미얀마경제공사(MEC), 미얀마경제지주사(MEHL) 등을 통해 산업 전반에 관여하면서 수익 증대에 혈안이다. 만약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일방적으로 배당금 지급을 중단한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가스전 운영권을 빼앗아 미얀마 기업이나 중국 기업에 넘길 수도 있다. 미얀마 가스전에서 근무 중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직원 50여명의 안전도 담보하기 어렵다.

    손지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상회하면서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며 "추가 가스전 개발 등 현지 사업 진척여부가 기업 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