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韓경제성장률 잇단 상향…OECD 3.8%·한은 4.0% 등수출 호조에 소비도 살아나…대면서비스업 등은 회복세 미약농산물·공산품·외식물가 가파른 상승세…근원물가도 오름폭 커경제고통지수 10년 만에 최고수준… 文대통령 "양극화 해소에 집중"
  • ▲ 경제회복.ⓒ연합뉴스
    ▲ 경제회복.ⓒ연합뉴스
    한국경제가 'V자형' 반등을 보이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상향조정되고 고용 등 각종 지표도 개선되는 흐름을 탔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난해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가 통계지표를 밀어 올리는 착시효과가 확인되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 등 불안요인이 병존한다.

    기획재정부는 11일 6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발간할 예정이다. 재정당국은 지난 5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호조세 등에 힘입어 제조업·투자 회복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대면 서비스 부진 완화 등으로 내수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인다"고 긍정 평가했다. 4월호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내수 부진 완화'를 언급했던 기재부가 한달 만에 '내수 개선'을 명시하면서 경기 회복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수출과 달리 그동안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았던 소비가 살아난다고 봤다. 국내 카드승인액은 1년 전과 비교해 18.3%, 백화점 매출액은 26.8% 증가하며 각각 석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번에도 경기가 회복 흐름을 유지할 거라는 진단을 내놓을 공산이 커 보인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내놓은 6월 경제동향에서 "제조업 개선세가 일시적으로 둔화했으나 서비스업 부진이 서서히 완화하면서 완만한 경기회복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 들어 국내외 분석기관이 잇달아 우리 경제의 빠른 회복을 점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8% 성장할 거로 내다봤다. 지난 3월 전망치(3.3%)보다 0.5%포인트(P) 올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올해 한국 경제가 3.6% 성장할 거라며 지난 1월 전망치(3.1%)보다 0.5%P 상향 조정했다. 다음 달 내놓을 수정 보고서에서 전망치를 소폭이나마 다시 올려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에선 한국은행과 KDI가 올해 성장률을 각각 4.0%와 3.8%로 제시했다. 경기를 보수적으로 보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도 9일 올해 GDP 성장 전망을 기존 3.4%에서 3.8%로 끌어올렸다.
  • ▲ 소비자물가.ⓒ연합뉴스
    ▲ 소비자물가.ⓒ연합뉴스
    다만 일부 항목에서는 달갑잖은 V자형 반등도 목격된다. 대표적인 게 인플레 우려다. 통계청의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올랐다. 2012년 4월(2.6%) 이후 9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두달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부터 넉달 연속 0%대 상승에 그치다 올 2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황이 좋지 않은 파(130.5%)와 달걀(45.4%) 등 농·축·수산물(12.1%)과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공업제품(3.1%)도 덩달아 뛰었다.

    외식 물가도 꾸준히 상승 폭을 키우는 중이다. 올 1월(1.1%), 2월(1.3%), 3월(1.5%), 4월(1.9%)에 이어 지난달에도 2.1% 상승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월(2.0%) 이후 2년1개월 만에 처음이다. 품목별로 보면 서민이 즐겨 찾는 음식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짬뽕(3.3%)은 2019년 10월(3.5%) 이래 상승 폭이 가장 높았다. 라면(외식)은 2019년 12월(3.5%) 이래 가장 높은 2.8% 올랐고, 치킨도 지난해 2월(2.6%) 이래 가장 높은 2.4% 상승했다. 햄버거(6.1%), 생선회(외식·5.6%), 김밥(4.2%), 자장면(3.2%), 떡볶이(2.8%), 김치찌개 백반(2.6%) 등도 평균 외식 물가보다 많이 가격이 뛰었다.

    일각에선 인플레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KDI는 최근 경제동향에서 "국제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글로벌원자재와 중간재 수급 불균형은 앞으로 경기 회복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일단 인플레 우려에 물가 상승세 원인을 기저효과와 공급 부족에서 찾으며 진화에 나섰다. 물가 오름폭이 2분기 일시적으로 2%를 웃돌겠으나 하반기부터 공급 충격이 완화하면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거라는 태도다. 그러나 재정당국도 그린북 5월호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소매 판매, 서비스업 생산 등 소비회복 흐름이 나타남에 따라 소비와 밀접히 연관된 개인서비스가격이 점차 상승하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일부 전문가는 근원물가가 0%대 상승률을 보이다 최근 상승 폭을 키우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근원물가는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를 말한다. 지난달 근원물가(107.42)는 1년 전보다 1.5% 올랐다. 2017년 9월(1.6%)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이 지수는 지난 2월(0.8%), 3월(1.0%), 4월(1.4%) 등 조금씩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 ▲ 일자리.ⓒ연합뉴스
    ▲ 일자리.ⓒ연합뉴스
    불편한 'K자형' 흐름도 보인다. 업종별로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과 여행업, 공연·예술업 등 대면업종의 회복세가 더디다. KDI는 "대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제조업의 개선 흐름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나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 회복세는 당분간 미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자리와 소득 양극화도 마찬가지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2755만명으로 지난해보다 61만9000명 늘었다. 두달 연속 60만명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고용 충격이 여전하다. 나이별로 보면 일자리는 주로 60세 이상(45만5000명), 20대(10만9000명)에서 늘었다. 혈세를 투입하는 단기 재정일자리가 주를 이룬다. 반면 우리 경제의 허리라 할 수 있는 30대(-6만9000명)와 40대(-6000명)에선 일자리가 줄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조업의 더딘 회복세 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수출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으나 비대면 산업 확산으로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호황에 기댄 측면이 없잖다는 얘기다.

    가계 소득은 되레 양극화가 심화했다. 통계청의 올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38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0.4% 증가했다. 다만 소득내용을 보면 상황이 좋지 않다. 근로소득은 1.3%, 사업소득은 1.6%, 재산소득은 14.4% 각각 감소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급한 3차 재난지원금과 각종 수당 등으로 공적이전소득이 27.9% 급증하며 이전소득만 지난해보다 16.5% 늘었을 뿐이다.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표도 마찬가지다. 소득불균형 지표로 불리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30배로 지난해 1분기 6.89배보다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부지원금 등을 뺀 시장소득(근로·사업소득) 5분위 배율은 16.20배로 1년 전 14.77배보다 악화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무엇보다 양극화가 큰 문제"라면서 "상위 기업과 코로나 수혜업종의 이익 증가가 두드러졌지만, 대면 서비스 분야 등에서는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 일자리 회복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집중해달라"고 주문했다.
  • ▲ 실업급여 설명회장.ⓒ연합뉴스
    ▲ 실업급여 설명회장.ⓒ연합뉴스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10일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가 6.6으로, 5월 기준으로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1년(7.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4.7)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경제고통지수는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고안한 것으로, 특정 시점의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게 한 지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 실업률은 4.0%였다.

    추 의원은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과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을 더한 '서민경제고통지수'도 산출했다. 서민경제고통지수는 원하는 만큼 일하지 못하는 취업자 등 체감상 실업자를 포함한 확장실업률과 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을 바탕으로 서민층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보여주기 위한 지표다. 5월 서민경제고통지수는 16.8(생활물가지수 상승률 3.3%, 확장실업률 13.5%)로 나타났다. 확장실업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고치다. 추 의원은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 실패와 코로나19 충격까지 겹치면서 서민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정부·여당은 규제를 풀어 기업 일자리 창출을 돕고 물가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