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23.9% 오른 1만800원 제시… 경영계 "어불성설" 반발노동계 언론플레이에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인하안 낼지 '촉각'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는 표결 예정… 경영계 집단 퇴장 가능성도
  • ▲ 최저임금 두고 노사 간 견해차.ⓒ연합뉴스
    ▲ 최저임금 두고 노사 간 견해차.ⓒ연합뉴스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80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경영계가 어떻게 맞대응할지 주목된다. 애초 동결을 제시할 거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노동계가 장외 여론몰이에 나서면서 지난해처럼 인하안을 최초 요구안으로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노사가 최초 요구안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올해도 법정 심의기한을 넘길 공산이 커졌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를 이어간다. 이날 최저임금위는 지난번 회의에서 결론 내지 못한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표결로 결정한 뒤 내년도 최저임금액을 두고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해묵은 논쟁거리인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는 앞선 최저임금 결정단위 때처럼 기존 관례대로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여파로 어느 때보다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 제도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참조할 만한 통계자료가 부족하다는 노동계 반발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업종별 차등 적용을 위해선 어느 업종을 대상으로 할 건지 정해야 하는데 심의기한이 촉박한 상황에서 이를 두고 논란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국내에서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을 시행한 것은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첫해인 1988년뿐이다. 당시 업종을 2개 그룹으로 나눠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했다. 만약 표결로 업종별 차등 적용이 결정된다면 34년 만이다.

    일각에선 업종별 차등 적용이 부결되면 경영계가 집단 반발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본격적인 최저임금액 심의를 앞두고 집단 퇴장 등을 통해 기선을 제압하려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노동계가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면서 선수를 친 상황이어서 표결 결과를 빌미로 분위기를 전환하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사용자위원들은 지난 2019년 심의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이 부결되자 집단 퇴장한 바 있다.
  • ▲ 노동계 1만800원 요구 기자회견.ⓒ연합뉴스
    ▲ 노동계 1만800원 요구 기자회견.ⓒ연합뉴스
    이날 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경영계가 최초 요구안으로 얼마를 제시하느냐다. 박준식 위원장은 6차 회의에서 노사 양측이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을 내달라고 공식 요청한 상태다. 최저임금은 노사가 각각 요구안을 제시하면 이를 두고 논의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동계는 지난 24일 5차 전원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에 대한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23.9% 오른 1만800원을 제시했다. 월평균 근로시간 209시간을 적용한 월급 환산액으로는 225만7200원이다. 근로자위원들은 "중국발 코로나19로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돼 소득 증대와 소비 진작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는 아직 노동계가 공식적으로 요구안을 낸 건 아니라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23.9% 인상안을 그대로 낼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관건은 경영계가 어떻게 대응할 지다. 경영계는 노동계가 장외에서 먼저 여론몰이에 나선 것에 대해 탐탁잖은 시각이다. 사용자위원인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대꾸하거나 논의할 가치가 없다"면서 "방법부터가 잘못됐다. 장내에서 제시하고 논의해야 할 최초 요구안을 장외에서 언론플레이(여론몰이)로 (제시)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애초 최저임금위 안팎에선 경영계가 올해 최초 요구안으로 동결을 주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견해가 많았다. 동결안보다 인하안이 노동계를 심리적으로 더 자극할 수 있어서다. 코로나19 사태가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세계 금융위기 때와 비교되는 가운데 당시도 최저임금이 동결된 사례는 없었다. 외환위기 때인 1988년과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심의에서 최저임금은 각각 2.7%와 2.75% 올랐다.

    그러나 지난 24일 노동계가 장외에서 최초 요구안을 먼저 제시하면서 경영계가 지난해처럼 인하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업종별 차등 적용 결과에 따라 제시안이 달라질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결될 경우 최초 요구안으로 삭감안을, 가결되면 동결안을 낼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법정 시한은 이날까지지만, 노사 간 견해차가 커 올해도 법정 기한을 넘길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이 8월5일인 점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위는 다음 달 중순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해야 한다. 그동안 최저임금위는 7월 중순께 마지노선을 긋고 논의를 계속하다 자정에 차수를 변경한 뒤 표결로 인상액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