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여명 중 400여명 동참… 동력 뚝3년째 임단협 미타결… 피로감10만원대 기본급 인상 요구 '무리수'
  • 17년만에 크레인까지 점거하며 시작된 현대중공업 노조 파업이 흐지부지 마무리되고 있다. 장마와 겹친 궂은 날씨 탓도 있었지만 시위에 참여하는 조합원이 적어 예전같은 호응을 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전면 파업을 시작했다. 조경근 노조 지부장은 파업 첫날 오전 수십 미터 높이 턴오버 크레인을 점거하고 시위를 시작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조합원은 800여명. 전체 노조원 8000여명 중 10%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튿날에는 시위 참석자가 절반 가량 줄어 400명 안팎이었다. 한 조합원은 "3년만에 전면 파업이라 힘을 실으러 집회에 참석했지만 예상보다 출근하는 직원들이 더 많았다"며 "이틀째 시위에는 참석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조합원들의 반응이 시들한 건 크게 두가지 이유다. 먼저 명분이 크지 않았다. 노조 측은 현대중공업을 100% 자회사로 종속시키고 한국조선해양을 지주회사로 세운 물적분할에 대한 사과를 내세우지만 핵심쟁점은 '기본급 인상'이다. 노조는 지난 2월 사측과 2019년 기본급을 4만6000원 인상하는데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안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반대 58.07%로 부결됐다.

    노조가 요구하는 기본급 인상분은 12만원 수준. 노조는 올해 인상분도 비슷한 수준으로 사측에 제시한 상태다. 사 측은 당초 합의한 인상분에서 더 지급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임단협까지 모두 마친 현대삼호중공업은 2019년 기본급 인상분 4만4000원과 지난해 동결에 타결했다. 같은 계열사 인상분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요구한게 아니냐는 내부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 ▲ 6일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노조원들이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 농성하고 있다.ⓒ연합뉴스
    ▲ 6일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노조원들이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 농성하고 있다.ⓒ연합뉴스
    두 번째는 3년간 이어진 임단협 과정으로 생긴 피로감 때문이다. 역대급 조선 불황 이후 전반적인 조선업 임금 현황은 그리 좋지 못한 편이다. 신입 4000만원 안팎 수준에서 10년차 과장(책임)으로 승진해도 5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임금 수준이 낮은 만큼 직원들은 성과급이나 상여에 의지하는 경향이 크다. 지난 2월 잠정합의안에도 성과금 218%(2019년)와  코로나19 격려금 등 각종 상여 지급안이 담겨있다. 하지만 3년째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성과급 등을 아직 받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조합원은 "기본급과 수당만으로는 생계가 해결되지 않는 사람들은 '할만큼 했다. 그만 사측 제시안 받아들이자'는 회의론을 제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복되는 파업에 양측 모두 상처만 깊어지는 것도 문제다. 현대중공업은 노조 지도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한편, 점거 중인 크레인 농성을 해제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반면 노조 측은 전면파업 종료 이후에도 부문별 부분파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물적분할에 반대해 폭행사태가 일어나고 1400여명이 징계된 2019년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파업이 계속되면 회사는 손실이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이를 파업을 주도한 직원에게 물을 수 밖에 없다"며 "노조가 협상 테이블로 다시 돌아오는게 시급하다"고 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크레인 점거와 농성 천막 및 현수막 철거를 위한 가처분 신청과 함께 위반행위당 5000만원의 보상금을 청구할 것을 법원에 요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