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못받는분 섭섭해도 이해해달라"…'소득하위 80%' 유지민주당, 80%·90%+α·전국민 '갈팡질팡'…당정 갈등 재점화코로나 4차 유행에 스텝도 꼬여…국민휴가비 물 건너가
  • ▲ 재난지원금.ⓒ연합뉴스
    ▲ 재난지원금.ⓒ연합뉴스
    여당의 전 국민 여름철 휴가비 지원 계획이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재확산으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표(票)퓰리즘이란 지적이 여전한 가운데 일각에선 지급시기가 뒤로 밀리면 되레 전국민 지급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8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33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했다. 이날 김 총리는 "작은 차이로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분도 계실 것"이라며 "기여만 하고 혜택은 받지 못한다고 섭섭하게 생각하실 분도 계실 것이다. 이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보편지급이 어렵다고 양해를 구한 것이다. 돌려 말하면 더불어민주당과 협의해 마련한 '소득 하위 80%' 지급기준을 유지하겠다며 선을 그은 셈이다.

    그러나 여당은 이제는 '국회의 시간'임을 강조하며 다시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예산은 재정당국이 정하고 당 지도부와 협의했다고 해서 의원들이 따르는 게 아니라 토론하고 숙의하는 게 의회주의"라며 "다수 국민의 소외와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2차 추경안을 처리하겠다. 수출·내수경제의 불일치를 재정의 적극적 역할로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9일 2차 추경안 당정협의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 가능성에 대해 "다 열려있다"면서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데까지) 한번도 (추경안을) 건드리지 않고 통과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다시 전 국민 지원 카드로 선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여당은 지난 7일 국회에서 비공개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추경안에 대해 난상토론을 펼쳤다. 일부 의원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경기 활성화 효과를 고려할 때 전 국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정 협의에서 정한 대로 소득 하위 80% 지급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의원은 소상공인 피해 지원을 손실보상 수준으로 높여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며 교통정리가 안 되는 모습을 연출했다. 다만 이날 토론에서 전 국민 지원금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좀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건강보험료의 직장·지역가입자 문제, 맞벌이 부부 문제 등의 형평성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지급범위가 '90% 플러스알파(+α)'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여당 멋대로 할거면 당정 협의는 왜 하느냐'는 비판을 의식해 선별지급의 큰 틀은 유지한 채 지급범위를 넓히는 식으로 절충이 이뤄질 거라는 분석이다.
  • ▲ 코로나19 검사 대기줄.ⓒ연합뉴스
    ▲ 코로나19 검사 대기줄.ⓒ연합뉴스
    문제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이 예기치 못한 변수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8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316명 늘어 누적 확진자가 16만5344명이 됐다. 이틀 연속으로 최다기록을 경신하며 4차 대유행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오는 12일부터 2주간 4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일부 경제전문가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소비를 진작하겠다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이제라도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주자는 것은 현재로선 적절하지 않다"면서 "현금성 재난지원금과 (고소득자를 위한) 신용카드 캐시백은 결국 대면소비를 늘리라는 것인데 지금 같은 (방역 위기) 상황에서 대면소비를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지난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성과도 작고 효과적이지도 않다는 게 확인됐다"면서 "전 국민 지원금은 안 하는 게 맞고, 부득이하게 하반기에 늦춰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보편지급보다 취약·피해계층에 선별적으로 주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가 늦춰지면 되레 전 국민 보편지급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 고려할 수 있는 카드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백지화하거나 원래 계획(소득 하위 80% 지급)대로 추진하는 방안 그리고 (방역 상황이 안정되면) 나중에 늦춰 지급하는 방안 등 3가지쯤"이라며 "(정부·여당으로선) 백지화는 부담스럽고 원래 계획대로 여름 휴가비 성격으로 지급하자니 방역 상황과 맞지 않는다. 합리적인 방안은 지급 시기를 연말로 미루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 교수는 "지금도 지급기준(소득 하위 80%)과 관련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불만이 많은 만큼 (지급방식은) 전 국민 보편지급으로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