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1만440원 vs 使 8740원 대치중…공익위원 "2차 수정안 내달라"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등 고려…코로나19 4차 유행 변수로 급부상'심의촉진구간' 제시 불가피할 듯…13일 새벽 표결로 판가름날 듯
  • ▲ 노사 간 엇갈린 시선.ⓒ연합뉴스
    ▲ 노사 간 엇갈린 시선.ⓒ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간다. 박준식 위원장은 지난 회의에서 이날 제2차 수정요구안을 내달라고 노사 양측에 요청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23.9% 오른 1만800원과 8720원 동결을 제시했던 노사 양측은 지난 8일 전원회의에서 각각 19.7%와 0.2% 오른 1만440원과 8740원을 1차 수정안으로 제출했다. 노사간 견해차는 최초 요구안 2080원에서 1700원으로 380원 좁혀지는데 그쳤다.

    이날 회의는 노사 모두에게 물러설 수 없는 결전의 날이다. 최저임금위 안팎에선 이날 오후 늦게 혹은 자정을 넘기며 회의 차수를 변경해 13일 새벽에 내년도 최저임금액이 결정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저임금법에는 이듬해 최저임금을 8월5일 고시하게 돼 있다. 고시전 이의신청 등을 고려하면 이달 15일까지는 심의를 마무리해야 한다. 박 위원장은 15일 이전에 자체적인 데드라인을 그어놓고 논의를 유도하는 스타일이다. 지난해에도 7월13일을 심의기한으로 제시한 뒤 14일 새벽 표결로 2021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최저임금위는 올해 다음번 회의날짜를 알리면서 심의가 길어질 때를 대비해 잠정적인 예비날짜를 함께 공지해왔다. 지난번 회의에서 최저임금위는 예비 날짜 없이 12일 9차 회의만 공지한 상태다. 13일 새벽 최저임금 심의가 끝날 거라는 견해가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여러 경제상황이 불확실하게 얽혀있다는 점이다. 기저효과를 무시할 수 없지만, 최근까지 발표된 경제지표들을 보면 개선세가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제성장률을 4.2%로 수정·전망했다. 애초 전망치(3.2%)보다 1.0%포인트(p) 높여 잡았다. 소비자물가도 오름세가 뚜렷하다.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올랐다. 석달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은은 지난 5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예상했다.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공익위원이 노사 양측의 요구로 표결에 부칠 단일안을 내면서 근거로 제시했던 인상요인들이다. 당시 공익위원은 2021년 경제성장률 전망치(0.1%)와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0.4%)에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1.0%)을 반영한 8720원(1.5% 인상)을 공익위원안으로 제시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는 가운데 지난해 공익위원 제시근거를 따르면 지난해 역성장을 고려해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을 상쇄해도 벌써 6% 인상 가능성이 점쳐진다.
  • ▲ 최저임금 인상률 비교.ⓒ뉴시스
    ▲ 최저임금 인상률 비교.ⓒ뉴시스
    공교롭게 6% 초반대 인상률은 노동계가 박근혜 정부 때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7.4%)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에서 평균 7.5%를 맞추려면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6.3% 올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상률과 비슷하다. 역대 최저임금위 심의편람을 보면 노동계는 과거에 제시했던 최초 요구안이나 1차 수정안 금액을 재소환해 요구안으로 제출해왔다. 이 경우 노동계가 제시할 가능성이 있는 과거 제시금액으로 1만원(14.7% 인상)과 9570원(9.7% 인상)을 찾아볼 수 있다. 일각에선 이를 토대로 노동계가 2차 수정안으로 상징성이 강한 1만원을 주장한 뒤 이후 9570원, 9250원(6.1% 인상)을 제시할 거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6%대 상승률은 지난해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속도감 있게 논의하고자 제시한 심의촉진구간(0.35~6.05%)의 인상률 상한과도 연결된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평균 인상률은 넘겨야 한다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반면 경영계 반론도 만만찮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게 변수로 꼽힌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화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의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은 15.6%로 역대 2번째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최저임금 미만율은 13.6%였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최저임금을 못 지킨 편의점·피시방 등 영세사업자가 많았다는 얘기다. 경영계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 등은 올해도 지급능력에 한계가 왔다며 어느 때보다 업종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야 대선 후보 등 정치권에서 소상공인의 손실보상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한 만큼 최저임금 인상 억제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경영계 주장도 설득력을 가지는 셈이다. 일각에선 경영계가 한두 차례 더 1% 미만 인상률을 제시하다 최종적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1.5%)의 인상률을 제출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 ▲ 지난해 최저임금 전원회의 모습.ⓒ연합뉴스
    ▲ 지난해 최저임금 전원회의 모습.ⓒ연합뉴스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공익위원의 입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예단하기 어렵지만, 올해 2차 수정안으로 노동계가 1만원, 경영계가 0.5% 오른 8780원을 제시한다고 가정하고, 지난해 심의촉진구간을 노사 양측 1차 수정안의 중간값을 기준으로 삼아 대략 7대 3의 비중으로 가중치를 뒀다고 추정하면 올해 심의촉진구간은 8940원(2.5%)~9570원(9.75%) 선이 될 것으로 계산된다.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내놓았을 때 노사 중 어느 한쪽이 반발해 집단 퇴장한다면 올해도 공익위원의 캐스팅보트(결정표)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될 공산이 커진다. 지난해 심의도 근로자위원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공익위원안을 표결에 부쳐 최저임금이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