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 면제국에 韓 포함해야" 내국민대우 원칙 등 국제통상법 위배
  • 유럽연합(EU)이 던진 '탄소 청구서'를 한국이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장하고 나섰다. 우리나라는 EU와 유사한 탄소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탄소 저감 노력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경련은 "적용대상 품목 중 수출 비중이 가장 큰 철강의 경우, 감면 등이 인정되지 않으면 탄소국경제조정제도(CBAM) 인증서 비용은 연간 최대 3390억 원에 달할 전망"이라며 "EU 수입자 입장에서는 수천억원 규모의 비용이 새로 발생할 뿐만 아니라 당국에 수입품목 관련 정보보고의무도 추가돼 금전적·행정적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허창수 회장 명의로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적용 면제국에 한국이 포함돼야 한다는 건의 서한을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프란스 티머만스 EU 그린딜 담당 수석부집행위원장에 전달했다고 27일 밝혔다.

    전경련은 탄소 저감을 명분으로 EU의 CBAM 제도가 시행됐지만 결국 새로운 보호무역주의 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내국민대우 원칙(GATT 3조)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전경련 판단이다. 

    CBAM은 EU 내 생산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대해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EU 내 제조업체들이 탄소비용 부담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역차별을 막기 위해 마련한 조치다. 다른 나라 기업엔 일종의 '무역장벽'이 된 셈이다.

    EU는 일단 2023년 1월1일부터 철강을 비롯해 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등 5개 분야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2023~2025년에는 신고만 하면 되지만, 2026년부터는 탄소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전경련은 건의서한을 통해 EU의 CBAM 도입이 탈 탄소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원산지를 근거로 수입품과 역내생산품 간 차별적인 조치를 하는 것은 자유무역 규범에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았다. 

    이에 탄소저감을 명분으로 하는 CBAM이 자국 산업보호를 위한 새로운 무역장벽이 되서는 안되고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의 원칙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운영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경련은 특히 한국이 EU와 유사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CBAM 적용을 제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탄소 배출권거래제 등 탄소저감제도가 있어 자칫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수입품 원산지에서 탄소가격을 이미 냈다면 그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 수량감면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을 활용해 EU를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

    전경련은 "EU CBAM은 EU와 같은 탄소가격 적용국에 대해 CBAM 적용을 제외한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며 "CBAM이 한국이 EU와 유사한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음을 인정한 만큼, 한국의 CBAM 적용 제외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