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공모 첫날 '매도' 리포트 나와고평가 논란 크래프톤, 공모가 10% 이상 낮춰금감원 퇴짜 맞은 카카오페이, '공모가 하향 조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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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등 IPO 대어(大漁)로 불리는 기업들의 증권신고서에 정정을 요구하면서 ‘공모주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IPO 시장의 유례없는 과열 현상을 두고 금융당국이 제동을 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크래프톤은 모두 IPO를 앞두고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휘말렸다. 고평가 논란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터무니없는 비교회사 선정이다. 공모가를 높게 설정하기 위한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을 비교회사로 선정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것.

    ◆ 카카오뱅크, 과도한 프리미엄 논란

    카카오뱅크는 공모주 청약 당일 매도 리포트가 나왔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프리미엄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카카오뱅크 주당 가격은 8만 2000원으로 총발행주식수를 감안했을 때 34조원”이라며 “상장은행 시가총액 합계가 74조원임을 감안하면 장외시장 가격은 어이없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7월 기준 일평균 체결건수 및 수량은 각각 26건, 776주에 불과하다. 개인 간 장외거래로 협의과정에서 거래가격 및 수량은 변경될 수 있어 거래투명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비교기업 선정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미국 소매여신 플랫폼 로켓컴퍼니, 브라질에서 설립된 금융기술 회사 페그세구로, 러시아 디지털 은행 틴코프 뱅크의 최대주주 TCS홀딩, 스웨덴 디지털 금융 플랫폼 업체 노르드넷 등 4개사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김 연구원은 “4개 비교기업의 2020년 ROE(자기자본이익률) 평균은 30.7%로 매우 높기 때문에 평균PBR(주가순자산비율)도 7.3배로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며 “카카오뱅크의 ROE는 4.1%이며, 향후에도 10%를 큰 폭 상회하는 ROE 실현은 어렵다는 점에서 높은 PBR 부여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공모주 청약 결과 약 58조원이 넘는 증거금을 모았다. 고평가 논란과 함께 중복 청약이 금지됐음에도 역대 5위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 고평가 논란에 공모가 낮춘 크래프톤

    크래프톤은 금융당국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받은 이후 45만 8000원~55만 7000원이었던 희망 공모가를 40만원~49만 8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 희망 공모가를 10% 이상 낮추면서 적정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크래프톤이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던 이유는 비교 대상에 있다. 크래프톤은 공모 희망가를 낮추기 전 증권신고서에서 국내 게임사와 더불어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 업체 두 곳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자사의 대표 지식재산권(IP) 배틀그라운드를 활용한 영상 및 캐릭터 사업이 월트디즈니의 IP 사업과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IP 사업의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자리 잡은 월트디즈니와의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월트디즈니의 PER(주가수익비율)이 88.8배, 워너뮤직그룹의 PER이 38.1배에 달하는 만큼 희망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비교기업을 선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에 크래프톤은 정정신고서에서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 아츠 등의 글로벌 기업을 제외하고 국내 게임사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를 추가했다.

    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이 공모가를 하향 조정했지만 국내 게임사 중 기업 가치 1위에 오를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내 출시 예정인 모바일 기대작 ‘배틀그라운드: NEW STATE’와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글로벌 히트 가능성을 감안했을 때 기존 게임 대장주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분석이다.

    성종화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양대 대장주와 올해 실적 전망치를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기본 밸류에이션 관점에서는 결코 고평가가 아니라 적정수준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 금감원에 퇴짜 맞은 카카오페이... 상장 4분기로 연기

    카카오페이는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을 받았다. 금감원의 정정 요청으로 인해 카카오페이의 IPO 일정은 4분기로 미뤄졌다.

    발행사는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에 들어가는 재무제표 작성일 기준으로 135일 이내 납입절차를 완료해야 하는데 카카오페이가 만기일인 19일까지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증권신고서에는 2분기 기준 재무제표가 반영돼야 하는 만큼 상장이 4분기로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페이 역시 비교회사 선정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에 휘말렸다. 카카오페이는 미국의 페이팔과 스퀘어, 브라질의 페그세구로를 비교회사로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제시한 비교회사들은 카카오페이와 업권은 일치하지만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크래프톤과 동일한 문제가 반복됐다고 지적한다.

    페이팔은 지난해 연간 매출 약 24조원을 기록했으며, 기업가치는 약 36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반면 카카오페이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2844억원에 불과하다. 또한 전 세계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페이팔과 국내에 한정된 사업을 전개하는 카카오페이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카카오페이가 정정신고서를 통해 비교기업을 전면 수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크래프톤이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가 제외한 것과 같은 행보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IPO 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며 “금감원 입장에서 늘어난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