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5일 관보에 게재… 경영계 이의제기 수용 안 해경총 "감당키 어려워"… 소상공聯 "경제위기 신호탄 될 것"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 20.19%… 39년 만에 최저
  • ▲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됐다.ⓒ연합뉴스
    ▲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됐다.ⓒ연합뉴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9160원으로 확정 고시된 가운데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영계 안팎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고용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다.

    고용노동부는 5일 관보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8720원)보다 5.1%(440원) 오른 9160원으로 확정했다는 내용을 게재했다. 최저임금법에는 이듬해 최저임금을 8월5일 고시하게 돼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처럼 업종과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하며 월 노동시간 209시간을 적용한 월급 환산액은 191만4440원이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나 노동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부 장관은 이의 제기가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래 재심의를 한 적은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16.4%로 급격히 올랐던 2017년에도 경영계가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노동부 장관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무위에 그쳤다.

    문제는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백신 접종은 더디게 이뤄지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 내년도 최저임금이 5.1% 오르면서 경영계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경총은 지난 4일 노동부가 이의 제기를 수용하지 않은 데 대해 "(최저임금의) 5.1% 인상은 이미 한계에 놓인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반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코로나 사태에 따른 (정부의) 영업제한 조치로 재난보다 더한 상황으로 내몰린 소상공인들에게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설상가상의 부담을 지게 하는 것"이라며 "소상공인이 빚으로 빚을 갚는 '채무 악순환'의 늪에 빠져드는 형국에서 최저임금 인상 결정과 노동부의 재심의 거부는 소상공인 발 경제위기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의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은 15.6%로 역대 2번째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최저임금 미만율은 13.6%였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최저임금을 못 지킨 편의점·피시방 등 영세사업자가 많았다는 얘기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심의과정에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 등은 올해도 지급능력에 한계가 왔다며 어느 때보다 업종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노동계 반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은 소상공인 사업장인 5인 미만 사업장이 36.3%, 농림어업 51.3%, 소상공인이 주로 종사하는 숙박·음식업은 42.6%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숙박·음식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정보통신업(2.2%)의 20배에 달한다"며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가운데 최저임금도 줄 형편이 안 돼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의 핵심정책 중 하나였다.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대선공약에 따라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과 2018년 이듬해 최저임금을 16.4%와 10.9% 올렸지만, 지급능력을 고려치 않은 급격한 인상으로 일자리만 줄어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통계청의 6월 고용동향을 보면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8만4000명(-6.1%) 줄어든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1만3000명(2.7%) 늘었다.
  • ▲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신청.ⓒ연합뉴스
    ▲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신청.ⓒ연합뉴스
    연이은 최저임금 인상 폭탄에 지난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분석자료를 보면 6월 현재 자영업자 수는 558만명으로 전체 취업자(2763만7000명)의 20.2%에 그쳤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있는 1982년7월 이후 가장 낮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28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4.6%,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30만명으로 15.6%를 각각 차지했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30개월 넘게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보는 임금근로자와 달리 자영업자의 경영환경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를 코너로 몰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일자리 성적표가 중요해진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시장에 또다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지난달 18일 중기중앙회가 내놓은 실태조사를 보면 숙박·음식업 소상공인 10명 중 6명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 여파로 휴업이나 폐업을 고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있는 소상공인은 58.6%, 지방은 55.8%가 휴·폐업을 고려한다고 답했다.